반야 1
송은일 지음 / 문이당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반야를 만난 건 책보다 신문이었다. 반야를 작가 송은일의 인터뷰가 신문에 실렸는데 작가의 시원하다 싶을만큼의 대답이 나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현실성이 없는 주인공들을 만들어낸다는 비판에 작가는 "지리멸렬한 건 현실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라고 되려 당차게 쏘아 붙인다.

 

"소설 속에서라도 씩씩하고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비현실적이고 허황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어요. 이야기가 좋은 게 바로 그런 거 아니겠어요?" (중앙일보) 라고 묻는 작가의 질문에 나는 보이지도 않을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까닭은 희망을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죽음에 관한 책을 읽더라도 죽음보다는 열심히 살고 싶다는 희망에 휩싸이고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배척당한 이들의 이야기를 읽더라도 포기보다는 그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픈 열정에 휩싸이는 것이 독자들이 아닐까? 송은일이란 작가가 만들어낸 세상은 어떤 행복과 희망을 전해줄지 그것이 궁금해졌다. 우리가 가보고 싶은 네버랜드가 어찌 동화 속에서만 존재하겠는가? 이 소설 속에서 그곳을 찾지는 않을까란 기대가 사신총의 등장으로 두근거린다.

 

그런 책이 있다. 속에 든 이야기는 아리고 슬픔에 복받치는데 읽는 속도가 느려지지 않아 등장인물들의 한숨이 뺨을 스치기도 전에 다른 이의 삶을 바라봐야 했다. 서사의 힘이란 이런 것인가!

 

신문에서 작가를 겨냥해 말한 것과는 달리 주인공 반야는 완벽한 인물이 아니었다. 7 살때부터 무녀가 된 반야의 삶은 기구하고 그리 살라면 못 살만큼 가시밭길 이다. 그저 남의 앞일을 봐줄 수 있을 뿐이다. 무녀이나 굿은 못하는 반야, 무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한송이 꽃을 닮은 반야, 맑은 영혼이나 주위 사람들로 인해 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하는 반야이다. 세상은 꽃이 살아가기에는 쉽지 않은 세상이다. 영롱히 빛나는 꽃이라면 그 길은 더 힘들다. 누구나 그 꽃을 뜯으려 하고 그 빛을 가지려 한다. 반야는 평범함을 꿈꿀 수 없는 슬픈 여자이다.

 

그녀를 품었으나 그녀를 갖지 못한 남자들이 있다. 반야를 보고 떠오른 시가 오규원의 <한 잎의 여자>였다.

 

' ...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 '

 

자신의 생애를 반야에게 쏟아 붇고도 부족하다 여기는 동마로는 항상 뒤에 서 반야의 뒷모습만을 보고, 그녀로 인해 세상 최고의 달콤함을 맛 보았던 임인과 근휘는 반야로 인해 삶의 시작과 끝을 보고, 반야를 굴복시키고자 한 김학주 그리고 첫 눈 같은 남자 무영. 모두 반야를 꿈꾸지만 그 꿈은 아득하니 꿈길같다.  무녀이기에 아무에게도 자신을 내어줄 수 없는 반야는 읽는 이로 하여금 애달프게도 하고 동마로를 볼 때면 화가 나기도 하고 결국에는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여자이다.

 

반야의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사신계이다. 모든 인간이 동등하다는 것을 진리로 삼으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으나 세상의 그릇됨을 바로잡으려는 조직이다. 작가가 만들어 냈다는 사신계는 내게 새롭지가 않았다. 그 의도는 좋았으나 '동학'과 겹쳐져 생각난 탓인지 혹은 사신계와 반야의 움직임이 세상을 바꿀만큼의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해서인지 내게는 기대한만큼의 네버랜드를 꿈꾸게 하지 않았다. 작가가 현실성이 없다는 말에 동조를 하지 못함은 이것 때문이다. 작가가 현실성이 없었다면 사신계는 세상을 바꿨어야 하지만 세상을 그리 쉽게 바꾸기 어려움을 작가도 독자도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씁쓸한 것은 왜일까...그저 공상이라도 이뤄주길 바라고 있었던 탓일까...

 

소설 뒷부분에서 머리가 울리는 충격을 받았다. 소설 자체가 허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느정도 현실이 들어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 않을까. 하지만 책을 읽는동안 노론과 소론의 이야기로 조선 후기라는 생각은 했지만 뒷부분에서 동궁의 미래를 반야가 봤을 때 그것은 현실에 있음직한 일이 되었다. 물론 그것 또한 작가가 만들어 낸 허구일테지만. 짐작가는 이가 나왔다고 흥분한 나는 아직도 소설을 바로 읽을려면 멀은 것 같다.

 

책의 소재도 몰입력도 좋았지만 뒷심이 부족한 것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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