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슴 속 동화나라에 사는 미하엘 엔데를 만날 시간
미하엘 엔데, 그는 이제 우리에게 먼 나라 작가가 아니다.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자신이 끊임없이 쓰려고 노력한 동화나라에서 편히 쉬고, 놀고 하는 미하엘 엔데는 우리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동화나라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하엘 엔데, 그는 <내이름은 김삼순>의 인기와 더불어 '모모'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다시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작가이다. 모모에서 보여준 잃어버린 꿈과 환상적인 세계는 미하엘 엔데가 추구하는 것이 담겨있다. 특히나 사람들이 무심코 낭비하면서도 소중함을 모르는 '시간'을 소재로 삼으면서 사람들에게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동화를 동화로만 끝내지 않고 현실과 이어지게 만드는 것은 그만이 가진 능력(?), 아니 마법일 것이다.
'모모'로만 그를 기억하기에는 그가 남긴 빛나는 작품들이 너무나 많다. <꿈을 먹는 요정>처럼 짤막한 동화에서 <끝없는 이야기>처럼 702페이지에 달하는 장편까지. 그의 수많은 작품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다. 독자를 기쁘게 해주기 위한 선물인 엔데의 동화전집 1,2권은 입이 귀에 걸리게 한다. 미하엘 엔데 동화전집 1 <렝켄의 비밀>을 만나보며 엔데의 매력에 빠져보자.
#미하엘 엔데, 그는 어떤 사람?!(1929-1995)
미하엘 엔데가 어린아이였을 때 가장 많이 놀던 곳은 화가인 아버지의 작업실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초현실주의 화가였으며 어머니 역시 화가였다. 어린시절에 아버지가 나치 정부로부터 예술 활동 금지 처분을 받아 가족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부모의 예술가적 기질은 엔데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나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아버지와 나눈 종교, 철학, 신화 그리고 문학에 대한 이야기는 미하엘 엔데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갑갑한 현실이었지만 미하엘 엔데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에 창을 달아 숨을 쉬는 법을 배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라나 독일 최고의 작가가 되었다.
그는 척박한 현실을 즐거운 세상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그는 영혼이 피폐하고 세상이 어렵던 시절에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이미 사라졌던 환상과 꿈의 세계를 되찾아 주었으며 1995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세계의 언론들은 그를 단지 작가로서가 아니라 ‘동화라는 수단을 통해 기술과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을 고발한 철학가’로 재평가하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마법 세계와 현실 세계는 이어져있다. 그 문을 찾아라!
엔데의 작품 속 마법 세계는 상상 속의 세계가 아니다. 어딘가에 분명 있는 곳이다. 우리가 찾지 못할 뿐이지만 누군가는 다녀오고 (예를 들면 엔데) 누군가는 아예 거기서 눌러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엔데는 사람들에게 그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런 그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상상력 제로!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현실 속에서도 그토록 신나고 재밌는 마법 세계가 있을거라 믿는 것이다. 신나지 않는가!
<마법학교>에서 엔데는 '소원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물론 그곳은 현실 어딘가에 있는 곳이다. 다른 차원이든, 다른 세상이든 초대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왕래가 가능하다. 초대받기가 힘들어 가까움에도 만나기가 힘든 것이다. 마법학교는 소원나라 어린이들이 마법을 배우기 위해 다니는 흥미진진한 학교이다. 이곳에서는 어린시절 우리가 꿈꾸는 모든 마법을 가르친다.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새로운 생물을 만들거나 가장 꿈꾸는 하늘을 날 수있거나 순간 이동하는 마법까지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쉽사리 누구나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배우기 위해서는 그만큼 온힘을 기울여한다. 엔데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어른들에게 절대 공짜로 얻을 것은 없다는 것을 동화 곳곳에서 알려주고 있다.
엔데의 동화 속 신기한 세계로 통하는 문의 열쇠는 우리의 마음 속에 있다.그곳에 가려면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며(이건 아이들이 더 잘하는 일이다.) 자신의 내면을 모른체하면 절대 안된다.
#엔데의 동화는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엔데의 동화는 나이에 상관없이 어쩌면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동화라고 볼 수 있다. 철학적인 동화도 있으며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어른의 마음을 잘 이해한 작품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이 꼭 어린이가 아닌 이유만 봐도 그는 이미 우리, 어른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이다.
동화는 어린이의 것만이 아니다. 솔직히 동화가 필요한 것은 어른이다. 아이들은 순수한 마음만으로 이미 동화 속에 살고 있다. 그 동화세상을 망치는것은 바로 어른이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 동화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른도 동화책을 읽어야한다. 그리고 어른도 얼마든지 환상과 모험의 세계를 꿈꿀 수 있고, 말도 안 되는 환상적인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동심은 얼마든지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 동심을 되찾았을 때 삶에 불어닥칠 활력은 상상 초월이다.
렝켄의 비밀은 어린시절 부모님의 잔소리에 벗어나고픈 어린이였을 때를 되돌아 보게 하고 끈기최고 트랑퀼라 거북이는 아이 어른 할 거없이 인내와 목표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교훈을 주기도 하며 모니의 걸작품은 어린왕자에게 조종사가 그려준 그림상자를 떠올리게 한다.
#환상의 세계, 그곳에는 현실의 거울이 있다.
-엔데가 죽고나자 사람들은 그를 현대인의 물질만능주의를 고발한 철학가라고 말하며 그의 작품을 재조명 하고있다. 꿈을 그리는 작가로 유명한 엔데는 그가 원하는 세상을 위해 세상에서 불합리한 것들 역시 동화로 써서 사람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한다. 그가 그린 환상의 세계에는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사회를 통해 꼬집어 말하고픈 부분들이 놓여있다.
힘만 내세우며 독재를 펼치는 코뿔소의 우매함을 꼬집는 <벌거벗은 코뿔소>나 어른임에도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혼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그린 <괜찮아요> 역시 현실에서 흔히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미하엘 엔데가 환상의 세계만을 그린다고 해서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을거라 생각하는 이가있다면 꼭 그의 작품을 봐야할 것이다. 미하엘 엔데만큼 현실을 직시하고, 교훈을 주며, 철학적인 이야기를 쓸 수있는 동화작가를 나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