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소부 풀빛 그림 아이 33
모니카 페트 지음,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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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청소부 아저씨.

아저씨를 청소부아저씨로 불러야할지 행복한 청소부아저씨로 불러야할지 지금도 헷갈려요.

 

아저씨는 어떤 것이 마음에 드세요?

저는 아저씨가 마음에 들어요. 청소부아저씨나 행복한 청소부아저씨는 길잖아요. 아저씨는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아저씨 본연의 모습은 바꾸지 않을테니까요.

 

요즘은 잎들이 파릇파릇한 여름이라 일하기 힘들진 않으세요? 오늘의 길거리 청소 강연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음악가였나요? 작가였나요? 저는 요즘  카잔차키스 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있어요. 이 사람의 이름을 딴 거리도 있나요? 아저씨는 책을 이해가 될 때까지 여러번 반복해서 읽는다 면서요? 저는 이해가 안되면 바로 덮어버리는데 아저씨처럼 해봐야겠어요.

 

아저씨.

책을 읽으면서 저는 아저씨께서 휘파람을 부는 모습,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모습, 읽으신 책을 이야기하시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초록색 환경미화원 옷을 입은 아저씨의 모습에서는 빛이 났어요.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청소부 강사를. 아저씨는 어느 대학교수보다 멋졌어요. 아저씨는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잖아요.

 

저는 있잖아요, 아저씨.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좋은 직업을 가져야하는 줄 알았어요. 어른들은 항상 말씀하시잖아요. 행복해지고 싶으면, 성공하고 싶으면 공부 열심히해서 좋은 대학가서 좋은 직장가야한다고. 저는 행복과 성공이 같은 것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저씨, 그건 아니었어요. 그쵸?

행복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었어요. 또한 자신의 직업을 평가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었어요.

 

아저씨께 감사드려요.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해주신 것과 수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쉽게 이해되지 않던 내 안에서, 내 일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신 거 참 감사해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그 일을 더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는 것,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좋아지면 그게 행복이 되겠죠.

 

아저씨.

오늘도 휘파람을 불고 계신가요?

조금만 더 크게 불러주세요. 여기까지 들리게요.

 

아저씨.

다음에 아저씨가 청소하는 거리에 가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추신.

아저씨,

마지막에 아저씨께서 강연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했을 때 저는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아저씨는 참 멋진 사람이예요.

 

                                                                            -여름의 끝자락에

                                                                                       티티올림.

 

 

**

이렇게 아저씨는 멜로디를 휘파람으로 불며, 시를 읊조리고, 가곡을 부르고, 읽은 소설을 다시 이야기하면서 표지판을 닦았어.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것을 듣고는 걸음을 멈추었어. 파란색 사다리를 올려다보고는 깜짝 놀랐지. 그런 표지판 청소부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거든. 대부분의 어른들은 표지판 청소하는 사람 따로 있고, 시와 음악을 아는 사람 따로 있다고 생각하잖니. 청소부가 시와 음악을 알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지. 그런데 그렇지 않은 아저씨를 보자 그들의 고정관념이 와르르 무너진 거야. 그들의 고정관념은 수채통으로 들어가, 타버린 종이 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졌어.

 

**

"참 안타까운 일이야"

어느날 아저씨는 동료 청소부들에게 말햇어.

"좀 더 일찍 책을 읽을걸 그랫어.하지만모든것을 다 놓친것은 아니야"

글은 아저씨의 마음을 차분하게도 했고 들뜨게도 했어.또 아저씨를 곰곰 생각에 잠기게도 했고 우쭐한 기분이 들게도 했어.기쁘게도 했고.슬프게도 했지.음악가들이 음을 대하듯 곡예사가 공과 고리를 마술사가 수건과 카드를 대하듯 작가들은 글을 대했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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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면 저녁마다 아저씨는 책 속의 이야기들에 잠겨 있었어.
아저씨가 거기서 발견한 비밀들은 음악에서 발견했던 비밀들과 무척이나 비슷했어.
아하!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구나. 아니면 음악이 그냥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의 울림이거나. 아저씨는 생각했어.

 

**

아저씨는 밤새 거실에 누워 음악을 들었어. 그러자 차츰차츰, 오래 전에 죽은 음악가들이 다시 살아나 가장 좋은 친구가 되는 느낌이 드는 거야.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속으로 묻고 대답하고, 마치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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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들이 음을 대하듯, 곡예사가 공과 고리를, 마술사가 수건과 카드를 대하듯, 작가들은 글을 대했던 거야.
아저씨는 작가들과도 음악가들과 같이 친구사이가 되었어.

 

**

가는 곳마다 아저씨의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진을 쳤어. 편지들이 커다란 자루에 가득 찰 만큼 집으로 날아왔어. 표지판 청소부 반장과 표지판 청소국 국장은 아저씨에게 칭찬을 늘어놓으며 꽃다발을 건네주었어. 아저씨 때문에 표지판 청소국의 위신이 높아졌거든. 네군데 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이 왔어. 그렇게 하면 아저씨는 훨씬 유명해 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아저씨는 거절하기로 결심하고 답장을 했어.

"나는 하루 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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