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앤 아버스 - 금지된 세계에 매혹된 사진가
퍼트리샤 보스워스 지음, 김현경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다이앤 아버스, 이상한 나라의 마법사라고 불린다고 한다. 표지 속의 여인이 나로 하여금 사진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눈빛 속에는 알 수 없는 우울이 가득 차있고 사진 속의 그녀는 마치 사람이 아닌듯 사진의 풍경에 동화되어 있었다. 해질녘의 어스름한 분위기를 닮은 그녀를 알고 싶었다.
 
이 책은 다이앤 아버스의 전기이다. 언젠가 다이앤의 모델이 되어 준 모델처럼 보이지 않는 여자 퍼트리샤 보스워스는 다이앤에게 친근감을 느꼈다고 한다. 기자가 된 퍼트리샤는  다이앤이 죽고 나자 '이상한 사진' '불편한 사진'으로만 다이앤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다이앤의 인생을 들려주고 싶어 이 책을 쓴 것이라 한다. 그녀가 다이앤의 인생을 쓰기 위해 인터뷰 하거나 서면으로 연락한 사람만 200명이라 한다. 더군다나 다이앤이 사랑한 큰 딸 둔은 이 책의 작업에 관여할 생각이 없었다고 하니 퍼트리샤는 힘든 자료수집 기간을 거쳐야 했을 것이다. 
 
상상이 가지 않는다. 2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다이앤을 기억하고 그녀와의 일을 이야기 해준다는 것이. 내가 죽고 난 뒤에 나를 기억하며 내 삶에 대해 이야기 해 줄 사람이 200명은 될 수 있을까? 이토록 많은 이들이 다이앤을 기억하고 다이앤의 삶 주위에 있었는데 다이앤은 왜 자살했을까? 그것이 제일 먼저 궁금했다. 그녀는, 왜, 자살해야만 했을까? 이토록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서.
 
다이앤 아버스의 삶을 다루고 싶었던 저자는 그녀의 사진으로만 그녀를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아쉬움이 남았던 걸까? 그녀의 삶을 이야기 하고자 했다면 작가는 바로, 제대로 썼다. 이 책은 다이앤이 태어나기 전인 부모와 외조부의 삶의 짤막한 설명부터 다이앤이 자살하기 전까지의 삶이 그대로 담겨있다. 200명이 되는 사람들에게서 얻은 내용이 책에 고스란히 자세하게 담겨있는 것 같다. 책은 3부로 나뉘어 다이앤의 삶을 들여다 보고 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 안에서" 
-1부, 위대하고 슬픈 예술가
 
다이앤 아버스는 유대인 부호의 집에서 태어났다. 남들이 보기에는 화목한 가정이었지만 실상 그 집에는 찬바람이 불어왔다. 다이앤의 엄마는 우울증으로 힘들었고 아버지 역시 다가가기 힘든 인물이었기에 다이앤과 오빠 그녀의 동생은 혼란스러웠고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름답고 화목한 그림 속 가족이 정말 그림처럼 화목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가져야 할 것을 갖지 못한 다이앤이었다.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 다이앤이 원한 것은 아마 그게 전부였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 안에서" 
이것은 다이앤의 어렸을 때 신조였다고 한다. 잠들기 전 반복해서 읊조렸다던 다이앤은 굳게 믿고 따를 무엇 혹은 누군가를 간절히 원했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항상 믿고 의지할 버팀목이 되어줄 부모님이 부모님들의 문제만으로도 벅차 그녀를 안심시켜 주지 못했다. 집안의 가세가 기울 때도 돈이 많은 듯 행동해야 했으며 서로의 고민에는 침묵했고 항상 가식적인 행동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숨막히게 우울한 어머니는 겉으로는 가족을 위했다고 한다. 그 곳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닐까? 어린시절부터 눈에 띄게 아름다웠던 다이앤은 영리하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던 반면 극도로 소심해서 끊임없이 두려움을 느끼며 살았다고 한다.
 
"어렸을 때 고통스러웠던 일 중 하나는 내가 결코 역경을 겪어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나 자신도 비현실적이라고 느낄만큼 비현실적인 감각이 굳어진 것 같았고, 바보처럼 보일지 몰라도 면제 받았다는 느낌이 고통스러웠다."
 
고통에서 면제 받았기에 고통 스러웠다는 다이앤, 그녀는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누구는 고통에서 허덕이고, 누구는 고통 받지 않아 고통에서 허덕인다는 현실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녀는 이때부터 고민하지 않았을까?
 
#다이앤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엄마와 아내 역할만으로 너무 바빴어요.
2부-패션 사진기
 
다이앤은 14살에 처음으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는데 그건 다이앤의 남편이 된 앨런이었다. 14살부터 시작된 불 같은 사랑은 열여덟 살이 지나고 앨런과 결혼한다. 다이앤은 앨런을 삶의 중심으로 두었다. 그에게 헌신하고 좋은 어머니가 되는 것만이 최고의 가치라고 여겼다. 다정한 아내, 친근한 엄마 그건 다이앤이 엄마에게 바랬던 것이다. 하지만 나를 버리고 다른 누군가의 무엇이 되어주는 것은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뚫는다. 다이앤처럼 재능과 열정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엄마는 항상 엄마의 인생에서 아빠의 일을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다이앤의 막내딸 에이미 아버스
 
다이앤과 앨런은 생계를 위해 손에 카메라를 들고 패션 사진을 찍는다. 부부는 24시간을 함께 작업을 하고 생활을 한다. 다이앤은 멋지게 앨런의 조수역할을 해내고 멋진 사진을 찍는 사진가였고 사랑하는 앨런과 하루종일 붙어있을 수 있었지만 그건 그녀를 숨막히게 한다. 다이앤은 우울함에 빠지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졌지만 그녀는 계속 패션 사진을 찍고 많은 돈을 벌게 된다. 생활에 안정을 찾자 다이앤은 더이상 패션 사진을 찍지 않기로 하고 자신만의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한다.
 
#슬픈 예술가 다이앤의 이상하리만치 슬픈 예술세계
-3부 금지된 것들의 이상한 나라
 
"어머니의 몰입하는 능력에 겁이 날 때가 많았다. 어떤 대상이나 사람에 온전히 몰두하는 힘, 굴복하는 힘. 바로 그것이 어머니의 사진을 가능하게 했다."
 
다이앤은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사진을 찍기 위해 멘토를 찾아 나서기도 하고 거리를 배회하기도 한다. 커다란 카메라를 목에 걸고서. 소심한 다이앤은 카메라를 목에 거는 순간 대담해졌다. 카메라는 소심한 그녀가 세상에 뛰어들고 싶은 마법의 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들어내고 싶었지만 들어내기에는 너무나 소심했던 다이앤은 카메라를 통해 이상한 나라로 가고자 한다. 다이앤이 찍고자 했고 찍었던 사진 속의 인물들은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비정상인 사람들, 비현실직인 사람들, 불가능한 것을 믿는 사람들, 자기 몸에 표시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다이앤은 냄새를 맡으며 찾아 다닌다고 했다. 왜 다이앤은 꾀자들만 찾고자 한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적 외상을 입을까 봐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기형인들은 애초에 외상을 지닌 채 태어났다. 그들은 인생의 시험을 통과한 것이다. 그들은 귀족이다."
 
다이앤이 살아가면서 가장 힘이 들었던 것은 자신의 내면에 난 상처가 겉으로 보기엔 정상으로 보였다는 것이 아닐까? 자신은 이토록 힘들고 아픈데 외면은 하나도 다친 곳이 없다는 것이 그녀를 우울하게 만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밖으로 상처가 났다면 자신이 아픈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쉽고 애써 다른 병명을 얻느라 애써도 되지 않을텐데. 그녀를 자살로 이르게 한 것은 내면의 상처와 아픔에 비해 그녀의 외형적인 모습이 아파보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지, 누구 하나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아쉽다, 아쉽다, 아쉽다, 책.
이 책을 읽으며 손에서 내려놓기를 몇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평전과 전기는 이렇게 다른 것일까? 다이앤을 둘러싼 사람들의 삶까지 읽어가느라 다이앤의 작품세계가 궁금해서 읽은 책은 나를 지치게 했다.
 
소소한 이야기들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아 겉도는 느낌이 강했다. 다이앤의 사진만으로 다이앤을 보는 것이 안타까워서 썼다는 책이라지만 설마 작품사진이 하나도 없는 건 너무 한 거 아닐까? 3부로 나뉘어진 책은 1부씩 끝날 때마다 그 시절의 사진을 보여준다. 왜 이야기 중간에 집어넣으면 안되는 건가? 작품 사진도 아닌데. 내가 가장 궁금했던 다이앤의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이미 지쳐 머리 속에도 가슴에도 잘 들어오지 않아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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