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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유 - Everyone Says
이미나 지음 / 갤리온 / 2007년 2월
평점 :
"사랑이 나쁜 거야? 사랑하는게 나쁜 거야? 왜 사랑하지 말라 그래? 내가 잘못 된거야?"
라고 소리를 지르며 서럽게 운 적이 있다. 말을 하면서 억지인 줄 알면서도 소리치는 내게 그 사람은 너무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너무나 당연한 말을 했다. "미안해."라고. 그 해 가을은 그리 춥지 않은 날씨에도 가슴이 얼어붙었으며 해님의 방긋 웃는 얼굴에도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돌아봐 주겠지, 조금만 더 너를 바라보고 있으면 뒤돌아 봐주겠지라는 마음으로 지낸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얼마나 혼자 울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약간 저리다.
그 사람의 끝이란 말에 어떠한 기대도 가질 수 없을 때 내게 필요한 건 단 하나였다. 어쩌면 내게 필요했던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나처럼 아픈 이들이었다. 아무리 친구들에게 위로받아도 내 마음만이 세상에서 제일 아픈 것처럼 친구들에게 너희는 나를 이해 못한다며 울고 또 울었다. 그때 만난 책이 <그 남자 그 여자>였다. 이소라의 음도 꽃순이를 자청하며 울고 불며 그 이야기를 들었던 내게 그 책만큼 위로가 된 것은 없지 않았을까 한다. 내 마음을 들여다 본 것처럼 적힌 글들을 보며 얼마나 눈시울을 붉혔는지, 책의 귀퉁이가 얼마나 낡았는지 모른다.
내 마음의 상처에 복합 마데카솔을 발라준 사람이 이미나 작가였음에 이번 책도 나오기 전부터 눈에 찜해 두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은 책은 <그 남자 그 여자>의 업그레이드라고 해야 좋을지 한편의 드라마라고 해야 좋을지 연애소설이라고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가슴을 아리는 이 이야기가 드라마라고 하자니 가짜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싫고 연애소설이라고 하자니 책 속에 담긴 한숨과 눈물이 너무 무겁다.
<모두가 지현과 진철 같으면 좋을 텐데, 사랑이 셋이서도 할 수 있는 것이면 좋을 텐데, 사랑은 둘이 해야 가장 좋은 것이라, 쫓고 쫓고 쫓기는 사랑 속에서 이 주의 세 사람은 슬픈 바보가 되었다. 아니 한 명의 바보가 더 있을 수도 있다. 동희의 소중함을 모르는 이성재 바보, 마음 떠난 사람을 놓지 못하는 김동희 바보, 그런 동희만 쳐다보는 이동욱 바보, 그런 동욱의 마음 아파 어쩔 줄 모르는 이승민도 바보.......>
옛 사랑을 못 잊어하는 남자를 사랑해서 그 남자에게 큰 소리 한번 못 내고 항상 행복한 척 하는 여자 김동희,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단짝으로 남아 있으며 남자친구와 헤어진 동희를 보며 더 아파하는 남자 이동욱, 동희를 떠나 결혼한 옛 연인에게 가고서 뒤늦게 동희의 소중함을 깨달은 바보같은 남자 이성재, 오랜 짝사랑에 아파하는 이승민을 그 만큼의 오랜 세월동안 짝사랑하는 안타까운 남자 이승민이 이 책의 바보 4총사이다. 여기에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 떠난 남자를 사랑했던 동희 엄마 송자의 새로운 사랑남의 등장과 풋풋한 사랑을 하는 진철과 지현 은근히 귀여운 동희의 이모 금자씨까지 책은 많은 이들의 한숨과 눈물 혹은 행복한 웃음이 담겨있어 읽는 동안 가슴으로 그 무게를 다 느껴야 했다.
가끔 사랑할 때면 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어서 미련한 짓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자존심을 버리는 말들도 하고, 정말 미련하게 그저 바라만 보며 혼자 울기도 한다. 그런 행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단념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그러는 것이다. 아프면서도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 그것밖에 할 수 없어서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안되는 게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이다.
신기한 것은 사랑하고 있을 때도 사랑하지 않을때도 이미나 작가의 책은 가슴을 내려앉게 한다는 것이다. 이 책 역시 일방향인 사랑들 때문에 속이 타들어가고 내 일인양 눈물을 훔치게 되기도 하고 가장 큰 부작용인 옛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하루종일 흐린 하늘처럼 내 마음도 이 책과 함께 흐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좋았던 것은 흐린 하늘은 비를 내린 후에 반드시 맑게 개인 다는 것이다.
이 책 역시 읽고난 후 옛사랑에 아팠던 마음이 참 많이 아물었구나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그 당시에는 죽을 것만 같던 아픔도, 상처도 시간이 흐르면 감당할 수 있게 되는 건 왜일까? 어쩌면 시간이 약이란 말은 시간이 흘러 그 상처를 감당할 나이로 만들어주기 때문은 아닐까? 한 살 더 먹고나자 아팠던 그 일을 떠올리는 내가 신기할 때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약은 아니지만 그 상처를 견딜만큼의 성장을 하게 해준다고.
오랜만에 감성자극제가 되어 준 책이었다. 싱그런 봄바람을 타고 어디로든 날라가고프게 만들거나 혹은 사랑을 하고 싶게끔 만드는 책이다.
"슈퍼 칼리 플라질리스틱 이쉬틱알리 도시틱! 슈퍼 칼리 플라질리스틱 이쉬틱알리 도시틱! "
행복해지는 주문 하나 외워본다. (책에서 지현이가 말한 주문, 메어리 포핀스 영화에서 본거란다)
또 하나 잊고 싶지 않은 말이있다.
"동희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비상금처럼 꺼내 쓰는 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