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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잃어버린 날 ㅣ 동화 보물창고 8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 원유미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동생에게 꺼져라고 말하는게 아니였어.
지루한 방학, 비까지 온다. 정오가 되자 드디어 비추는 햇빛보다 빠르게 정원으로 달려나가는 아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 얀이다. 얀은 비가 오느라 놀지 못했던 것까지 모두 놀 계획으로 빠르게 그리고 열심히 터널까지 있는 기찻길을 만들고 있다. 이 속도라면 순조롭다. 모든 것이 너무 잘되고 있다. 그러나 불안하다. 무슨 이유일까? 저기 이유가 등장한다. 얀의 동생 안나가 정원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다섯 살인 안나를 보고 얀은 모래판을 혼자서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심술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안나를 구슬려 낮잠을 자러 가라고도 해보지만 안나는 막무가내 기어코 오빠 일을 도와 준단다. 그때 얀이 "꺼져!"라고 소리를 지르며 안나를 밀친다. 실은 그렇게 강하게 큰 목소리로 말하려는 것은 아니였는데 말은 이미 내뱉은 후다.
타박타박 집안으로 걸어들어가는 안나. 동생이 사라지니 금세 미안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열심히 터널을 만드는 얀은 2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안나가 사라졌음을 안다. 안나의 남자친구인 우베 메르텡의 집에도 없고 잠자리 연못에도 없다. 그제서야 얀은 걱정이 되고 무서워진다.
'지금 웃을 때가 아니란 말이에요!내 동생이 잠자리 연못에 갔을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벌써 연못 속에 빠졌을지도 모르는데!'
얀은 웃으며 잠자리 연못에 가보라는 메르텡 부인에게 화가 난다.
'안나에게 꺼지라고 말하지만 않았어도......'
얀은 엄마에게 안나가 사라졌음을 알리고 돈을 챙겨서 안나를 찾아 나선다. 얀은 안나 오빠니까!
#엄마는 왜 맨날 나만 야단쳐! 난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나! -안나 쇼파 밑에서 잠들다.
타박타박 오빠에게 쫓겨난 안나는 몹시 서럽다. 오빠를 도와주려 한건데 그것도 모르고. 그런데 엄마가 한 술 더 뜬다. 어서 나가 놀란다. 오빠가 못 놀게 한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엄마는 항상 오빠 편이다. 엄마도 소리를 지른다. 오빠처럼. "어서 나가 있어!"
안나는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아니 정말로 눈물이 흐른다. 거실로 가 쇼파에 엎드려 쿠션에 얼굴을 묻자 쿠션이 눈물로 흠뻑 젖는다. 그게 슬퍼서 더 눈물이 나는 순간 엄마가 거실로 나온다. 안나는 눈물 젖은 쿠션을 안고 쇼파 밑으로 기어들어간다. 바닥이 딱딱하긴 하지만 안고 있는 쿠션을 베고 누우니까 쇼파 밑고 그럭저럭 괜찮다. 오빠가 노는 정원보다 훨씬 낫다. 눈물도 말라가고, 아까 먹은 점심 탓에 잠이 스르르르 몰려온다.
#어디있니? 안나! 토비, 어서 안나를 찾아줘!
안나가 있을 곳을 찾아보던 얀은 어린이 집으로 가본다. 혹시나 하지만 없다. 다만 그곳에는 안나와 같은 곱슬머리의 토비라는 아이가 앉아있다. 세상에! 오늘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쉬는 날인지 모르고 왔단다! 대체 네 엄마는 어떤 사람이니라는 말이 목에 걸리지만 얀은 하지 않는다.
얀은 토비가 5시까지 혼자 있을 것이 맘에 걸리고 안나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서 갈등한다. 토비는 이미 안나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동생인 것이다. 토비는 자신이 사람 찾는 도사라며 안나를 찾으러 같이 가자고 한다. 얀도 흔쾌히 허락하며 길을 나서지만 동생인 토비는 가는 곳곳마다 얀이 챙겨줘야 한다. 마치 동생 안나처럼. 그런 토비가 얀은 밉지 않다.
얀을 혼자가 아니게 해주었으니까!
자아, 그럼 어서 안나를 찾으러 가볼까? 쇼파 밑에 있는 안나찾기! 생각보다 힘드네, 그치?
<마치면서>
전에 이 작가의 <잔소리 없는 날>을 아주 재밌게 읽었었다. 단 하루 잔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주인공이 기억난다. 그 주인공에게 (실은 다른 주인공이지만) 동생이 생겼다. 5살인 동생은 사사건건 하는 일을 방해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얀은 알고있다. 동생이 있어서 화가 나는 일보다 동생이 있어서 좋았던 일이 훨씬 많았음을. 투덜댔지만 동생 안나를 등에 업고 혹은 손을 잡고 잠자리 연못에 가서 안나의 웃음 소리를 듣는 것도 좋았고 안나의 사랑스런 곱슬머리는 정말 귀엽다는 것도 알고 있다.
소중한 것은 잃어버려야, 손에서 떠나봐야 소중함을 아는 건 아이도 어른도 같나보다. 얀은 안나를 잃어버렸다고(실은 쇼파 밑에 있었다) 생각하고 난 후 내내 후회한다. 자신이 "꺼져!"라고 말한 것을. 그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이란 생각과 함께 안나가 있어서 행복했던 시간들이 생각나 얀은 정말이지 너무 슬프다. 어쩌면 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잘 그리는 건지. 그저 얀은 슬프다고 말했을 뿐인데 그 슬픔이 가볍지 않음을 알고 있다. 작가의 대단함일까? 아니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봐서일까?
어렸을 때 오빠에게만 매달려서 놀아달라고 한 적이 있다. 착한 오빠는 나를 잘 챙겨서 다녔지만 가끔은 나를 두고 도망을 가기도 했다. 여자애가 끼면 오빠 친구들이 오빠와 놀아주지 않아서 그랬을텐데도 그것이 너무 서러워서 혼자 울다가 엄마에게 일러 오빠를 꼭 혼나게 했었다. 나도 친척동생들이 방학때 와서 놀아달라고 하면 맨날 도망가기 바빴으면서 말이다. 옛 생각이 소록 내려앉으며 책을 덮었다.
조카 주원이가 동생 주호 때문에 화가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다고 한다. 엄마가 주호편만 들기도 하고 주호가 자신의 장난감을 망가뜨리기도 한단다. 동생이 밉지 않아? 라는 내 질문에 7살 주원이는 4살인 주호는 어리니까, 동생이니까 괜찮다고 한다. 동생이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다는 주원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 어떤 얼굴을 할까? 훗, 아이들 책은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어서 같이 읽고 싶어진다.
얀과 안나의 이야기만으로도 가슴이 찡했지만 가장 가슴을 울린 아이는 토비였다. 엄마가 아빠와 이혼했기에 자신도 아빠와 이혼한게 된다고. 엄마와 이혼 후에 집을 나간 아빠는 자신도 떠난 거라고, 그게 이혼이라면 자신도 아빠도 이혼한거라는 유치원에 다니는 토비의 말이 가슴에 꽂혔다. 어른의 일이라고만 말하며 아이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이 결정을 해버릴 때가 있다. 하지만 아이는 다 안다. 엄마가 왜 우는지, 아빠가 왜 떠나는지, 하지만 왜 자신을 두고 아빠가 떠나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게 가슴에 맺힐 것이다. 그 맺힘을 푸는 걸 아이 혼자 하라고 하는 건 너무 하다.
--------------------------사랑스런 부분들--------------------------------
"응...... 우리 엄마는 내 동생 때문에 우울증 환자 같아."
"우울증? 그게 뭔데?"
얀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다.
"미쳐 버리기 직전에 걸리는 병이야."
아이는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얀이 엄마의 상태를 토비에게 알려주는 대화. 우울증에 대한 아이의 해석이 재밌다.
안나의 웃는 모습과 짙은 속눈썹을 생각하니 갑자기 슬픔이 밀려왔다. 안나가 무척 보고 싶었다.
-아이의 마음도 어른과 같다라는 것을 가끔 잊고 사는 것 같다.
"그건 안 돼. 아빤 떠났어......"
아이가 말했다.
"떠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가 돌아가셨니?"
"아니, 난 이혼했어."
"네가? 너희 엄마가 이혼했다는 말이겠지."
"응, 그렇지만 나도 이혼한 거야. 아빠가 떠났으니까."
둘은 아무 말 없이 슈퍼마켓까지 계속 걸어갔다.
-가끔 어른들이 어른만의 일이라고 규정짓는 많은 일들이 꼭 그런 건 아니다.
'이 조그만 녀석이 안나를 찾는 데 도움이 된 건 하나도 없지만, 불평 한 마디 없이 쫄랑거리면서 같이 다녀 준 게 어디야. 배가 고파도, 목이 말라도, 또 힘들어도 짜증 내지 않고 같이 다녀 줬잖아.'
얀에게는 위로를 해 줄 누군가가 곁에 있었던 것이다. 혼자가 아니였다.
-토비를 통해 동생이 주는 기쁨을 깨닫는 얀이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