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마을 몽당깨비 창비아동문고 177
황선미 글, 김성민 그림 / 창비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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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만으로 책을 선택하게 될 때가 있다. 요즘 표지같지 않은 약간은 촌스러운 표지의 이 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고 손에 들고 온 것은 작가 황선미의 힘이었다.  나쁜 어린이표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난 후 그녀의 팬이 되었다. 우리나라 어린이 책세상에서 그녀의 입지는 얼마나 단단하고 빛나는지. 나역시 어린이 책을읽을때 국내작가보다는 국외작가를 고른 적이 있었는데 이 작가를 알고 나서는 우리나라 아동작가들에게도 빛나는 작품이 많다는 것을 알고 부끄러워 한 적이 있다.

 

샘마을 몽당깨비는 우리에게 친숙한 도깨비를 현대에 부활시켜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소재가 될테고 어른들한테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이다. 물론 도깨비를 직접 보지 못한 어른이라도 어렸을 때 도깨비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기에 익숙할 것이다. 나는 도깨비라는 단어에 도깨비 풀이 생각났다. 옷에 마구 붙는 도깨비 풀, 정말 도깨비가 이렇게 내게 마구잡이로 붙는다면 무섭겠지라며 가시를 떼어내고는 했었다. 하지만 이 책속의 도깨비가 내게로 온다면 귀여울 것 같다. 아, 귀엽다는 말을 하며 안되나? 책 속의 도깨비는 나이가 300살은 넘으니까!

 

알고 있나요?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만해도 도깨비가 많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사람들에게 장난도 살짝 걸곤 했답니다. 도깨비 마을이라는 곳이 있을만큼 많은 도깨비들이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살고 있었어요. 그 많던 도깨비가 왜 지금은 사라진걸까요? 바로 책 속의 주인공 몽당깨비 때문이랍니다. 몽당깨비는 밤이면 도깨비의 모습이지만 낮에는 몽당빗자루로 변신하기 때문에 편하게 몽당깨비로 부른답니다. 그러면 대체 몽당깨비가 무슨 일을 했길래 도깨비들이 사라진 걸까요?

 

몽당깨비가 어리고 어렸던 300년 전에 사람을 좋아하고 착했던 몽당깨비는 한 소녀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버들이라는 소녀를 좋아하게 된 몽당깨비는 가난한 버들이를 위해 돈을 만들어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힘이 약했던 어린 도깨비 몽당깨비는 돈을 많이 만들 수 없어 도둑질을 하기도 했답니다. 도둑질을 하는 내내 몽당깨비의 마음은 아주 불편했어요. 그런 몽당깨비의 마음도 모르고 버들이는 도깨비 마을에 집을 지어달라고 하고 한술 더 떠서 도깨비 샘의 물줄기를 자신의 집으로 돌려달라고 했어요. 착한 몽당깨비는 모든 것을 해주었지요. 하지만 버들이는 도깨비가 싫어하는 말피를 집 전체에 바르고 몽당깨비와 다른 도깨비가 들어오는 것을 말렸어요. 샘물이 없어진 도깨비들은 시름시름 앓았고 사람들이 도깨비 마을을 점령하게 되어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깊은 숲속으로 숨어 들었답니다.

 

대왕도깨비는 몽당깨비에게 사람의 꾐에 넘어간 죄를 받게 했어요. 은행나무 뿌리에 천 년동안 갇혀있는 것이었죠. 버들이네 집안은 대대로 가슴 병을 앓는 죄를 받게 되었구요.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답니다. 300년 후 기와집 앞에 있는 은행나무는 개발로 인해 자리를 옮기게 되었어요. 그때 몽당깨비도 다시 지상으로 나왔답니다.  그곳에서 버들이의 후손인 아름이와 보름이를 만난 몽당깨비는 버들이의 죄로 자손 대대로 벌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너무 미안했어요. 아주 착한 몽당깨비 였거든요. 이제 몽당깨비가 저주를 풀기로 했어요.

 

예전에는 존재했지만 요즘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아니 우리는 존재했다는 말만 듣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깨비도 산신령도, 예전에는 친구였다던 동물들도. 그들과 친구가 아니게 된 것은 사람때문이다. 그들이 열었던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걸게 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버들이처럼. 욕심이 너무 많은 건 언제나 사람이다. 하지만 그 욕심을 반성하는 것도 사람이다.그것이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몽당깨비와 아름이를 보면서 화해라는 것과 반성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버들이의 배신을 용서할 수 없을 거라 믿었던 몽당깨비는 너무나 쉽게 버들이를 마음으로 용서한다. 용서는 이렇게 쉬운 것인데 왜 사람들은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을까? 심장병을 앓는 아름이를 위해 샘을 다시 파는 몽당깨비와 몽당깨비가 사라져 죽어가는 은행나무에게 샘물을 힘겹게 가져다 주는 아름이는 마음을 울린다.

 

너무나 탁한 도시의 공기와 소음, 휘황찬란한 조명까지 메밀묵을 좋아하고 조용한 시골을 좋아했던 몽당깨비에게는 너무 감당하기 힘들다. 이 미래를 내다본 것일까? 대왕도깨비는 몽당도깨비가 천 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에 세상이 변해있을 것이며 그때 훌륭한 도깨비로 변할거라고 했다. 천 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어떻게 되는걸까?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년이 흐른 후에 몽당깨비를 다시 만났을 때 몽당깨비가 지구가 사라졌음을 슬퍼하면 안된다고. 아이들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책 속의 몽당깨비는 이미 아이들에게 친구가 된 것이다. 

 

지루하지 않는 전개와 도끼비라는 독특한 소재, 감동적인 결말까지 부족함이 없었던 책이었다. 다만, 잔잔한 이야기라고 느끼는 아이들이 많았던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이 너무 자극적인 책만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잔잔함 속에서 오는 감동을 아이들에게 설명하기가 점점 힘이 든다. 도와줘! 몽당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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