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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책 + 인형)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사계절출판사 편집부 옮김 / 사계절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큰일 났어요! 에그머니, 이게 웬일이예요. 두더지 아저씨 머리 위에 그게 놓여있어요!
그게 뭐냐고요? 왜, 그거 있잖아요. 그거. 약간 누렇고, 냄새도 조금 나고.
아뇨, 카라멜 말고요. 카라멜이었으면 두더지 아저씨 머리위에서 저렇게 김이 나겠어요? 아니 아저씨 머리에서 나는게 아니라, 아저씨 머리위의 저거 한테서 김이 나는 거라니까요!
예. 맞아요. 똥! 세상에, 누가 두더지 아저씨 머리 위에 똥을 쌌을까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두더지 아저씨의 기분은 아주 좋았어요. 오랜만에 밖에 나올려고 고개를 내밀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때 일이 난거죠. 그 따뜻한 똥이, 두더지 아저씨 머리 위로, 철푸덕~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머리 끝에는 똥이 있었지만) 두더지 아저씨는 똥 주인을 찾기로 결심했어요. 그렇죠. 복수를 마음 먹은 거죠. 자, 똥 찾으러 함께 갈래요?
아저씨는 만나는 동물마다 다 물어봤어요.
"비둘기,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나? 아니야. 내가 왜?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걸."
비둘기의 똥은 하얀 물똥 같았어요. 아저씨는 이번엔 염소에게 물었지요.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나? 아니야. 내가 왜?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걸."
염소는 오동당동당하고 새알 초콜릿 같은 똥을 쌌어요. 정말 초콜릿 같았다니까요.
두더지 아저씨는 이번에는 돼지를 찾아갔어요.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나? 아니야. 내가 왜?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걸."
돼지는 뿌지직하며 묽은, 그러나 냄새가 심한 똥을 쌌어요. 아저씨와 저는 코를 움켜쥐고 소에게 갔어요. 그리고는 물었지요.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나? 아니야. 내가 왜?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걸."
세상에 소는 쫘르륵하며 누렇고 커다란 똥을 쌌어요. 두더지 아저씨는 생각했답니다. 내 머리에 똥 산 동물이 소가 아니라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저도 같은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대체 아저씨 머리 위에는 싼 똥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이것 참, 누굴까요?
조카에게 읽어줄 생각은 하지도 않고 나혼자서 몇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타타타, 오동당동당, 쫘르륵, 뿌지직, 철썩, 쿠당탕 같은 의성어, 의태어를 따라하며 입에 익기를 바랐다. 책이너무 귀여워서 몇번이고 읽다말고 가슴에 껴안았는지 모른다. 두더지 아저씨의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라는 질문도 웃기지만 많은 동물들의 똥싸는 소리가 내게는 너무 귀여웠다. 내가 갖고픈 그림책에 이 책의 목록이 들어가 버렸다.
유아들이 가장 익숙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똥'이다. 유아들에게 배변훈련만큼 신경쓰이는 것이 없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배변훈련을 하는 유아에게 가장 필요한 건 똥과 친해지기라고. 똥과 친해지지 않고서야 어찌 배변훈련에 성공하겠는가! 내 몸에서 나왔기에 소중한 똥! 아무 곳에서나 싸면 누군가가(두더지 아저씨 같은) 피해를 보게 하는 똥!
큰 조카는 이제 7살인데 청결이 지나친 아이이다. 흙을 절대 손으로 만지려 들지도 않았으니 똥에 대해서는 오죽했을까. 이모에게 있는 약간의 결벽을 아이가 닮은 것 같다며 이모와 나는 아이에게 흙을 만지게 할려고 참 애를 많이 썼다. 아이가 배변훈련을 할 때 이 책을 읽어주었다면 조금은 수월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한다.
재밌어서 좋은 책, 읽는 소리가 귀여워서 좋은 책, 똥이랑 친하게 해줘서 좋은 책. 참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