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원은 너보다 하루만 더 사는 거란다!"
초록색 자전거를 갖고픈 아이는 누굴까? 그 아이가 누구길래 그 아이의 부모는 그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는 걸까? 아침마다 아홉 살인 스캇은 산타 할아버지한테 초록색 자전거를 받고 싶다는 말을 한 후 학교 버스를 탄다. 다른 아이의 부모였다면 그 말이 이렇게 큰 선물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다운증후군인 스캇을 기르면서 부모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서 다른 아이들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하지만 스캇은 다른 아이들과 같았다.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햄버거 가게를 즐겨가고 초록색 자전거를 선물 받는 꿈을 꾼다. 스캇은 너무나 보통 아이들처럼 자라고 있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왜 부모들은 늦게 알게 된걸까? 조금 더 빨리 알았다면 가슴을 부여잡고 사는 날이 하루는 줄어들 수도 있었을텐데.
<초록색 자전거>는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가슴이 아릴 것을 알면서도 읽기 시작한 이유는 이 책을 읽는 것은 장애아를 둔 부모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움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니였다. 얼마나 오만했던가! 내가 동정을 할만큼 그들은 절대 불행하지 않았다. 도움을 받은 건, 많은 것을 깨달은 건 오히려 나였다. 사람이란 얼마나 오만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고개가 숙여진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말해보자.
#완벽한 아이를 원한 적은 없습니다. 완벽한 아이를 원한 건 언제나 타인이었습니다.
"따님은 염색체를 하나 더 가지고 있습니다."
맨 처음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염색체가 하나 더 있다고? 참 똑똑한 아이야. 아빨 쏙 빼닮았군.' 뭐든 하나 더 있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 대단히 남는 장사가 아닌가.
장애아를 둔 부모의 글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것은 누구도 완벽한 아이를 원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부모가 아니였기에 부모의 마음을 잘 몰랐던 것이 변명이 될까? 내 부모도 나에게 항상 말했는데 말이다. 그저 잘 자라만 달라고, 이름을 떨치지 않아도, 돈을 많이 벌어오지 않아도 된다고, 그저 많이 웃고만 살라고 말씀하셨는데 말이다.
대다수의 부모가 말한다. 완벽한 아이를 원한 적은 없다고, 그저 함께 웃고 사랑할 가족이 필요했다고 그것만을 간절히 바랬다고 말이다. 완벽이란 말에는 사랑이 담겨있지 않다. 사랑이 담겨있다면 누구도 자신의 자식이 완벽하리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그것이 내게 가장 소중한 아이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완벽한 아이를 원하는 건 장애아를 둔 부모의 지인들이다. 그들은 장애아를 둔 부모를 동정한다. 그들의 아이가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그들은 그 부모를 동정하기 전에 그 부모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아이를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해 얼마나 애달퍼 하는지를 들어야 한다. 그들은 그 순간 알 것이다. 그 부모의 장애아만큼 사랑으로 완벽해진 아이는 세상에 없을지 모른다고.
#완벽한 부모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세요.
"다음에 어느 친구가 힘들어하는 게 보이거든 괜찮은지 물어보고, 데리고 나가서 점심도 사주고, 집에 불러서 차 한 잔이라도 대접해. 할 말이 없거든 손을 잡고 '얼마나 힘드니?'라고 얘기해주고. 그건 힘든 일이 아니잖아?"
장애아를 둔 부모를 힘들게 하는 건 처음에는 아이가 첫번째라고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을 고립시키는 건 사회와 친구들이다. 장애아를 둔 부모는 꼬리표가 달린다는 것을 이 책을 알기전부터 주위를 둘러보며 몸으로 깨달았다. 누가 그들에게 꼬리표를 달 자격이 있는가? 장애아를 둔 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들이며 잡아줄 따뜻한 손과 힘들다며 기대 울 수 있는 가슴이다. 그걸 말하기에는 너무나 지쳐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지침을 가만히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만에! 부모들은 간절히, 너무나 간절히 원한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사회다. 그 사회에 속에 사람을 구분하는 잣대가 있어서 이쪽저쪽으로 나눠지지 않는다. 함께 힘을 합해 살아가야 한다. 그들은 당신이 알고 있는 친구며, 형제며 혹은 언젠가 도움을 받을지 모르는 스승이기 때문이다. 케빈 베이컨의 말처럼 6다리만 거치면 우리는 모두 아는 사이가 된다. 그 아는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아파하고 있다. 그 사람이 당신의 친구일 수도 있다. 손을 내밀지 않을 것인가? 앚지 말아야 한다. 당신이 손을 내미는 순간 당신은 당신 손을 잡아줄 수 많은 친구를 얻게 된다.
#온 지구를 네덜란드로 만들어요.
<여기는 전혀 '다른' 장소일 뿐이다. 이탈리아보다 삶의 속도가 느리고, 덜 화려하다. 하지만 잠깐 멈춰 서서 숨을 들이마시고 사방을 둘러보자. 네덜란드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풍차가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사방에는 튤립이 피어 있다. 게다가 렘블란트가 있지 않은가!>
마지막 이야기에서 말한다. 한 부모가 이탈리아를 도착지로 삼고 여행을 했는데 도착해보니 네덜란드라고. 비행일정이 변경된 것이다. 당황할 필요는 없다. 질병과 굶주림, 죽음으로 가득찬 곳이 아니라 그저 이탈리아와 조금 다른 곳일 뿐이다. 장애아와 그들의 부모는 그곳 네덜란드에 산다. 몸이 다른 이들과 다른 다는 이유로. 그들의 세상은 조금 늦게 흘러가는 것이다. 그들은 어쩌면 이탈리아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에서 사는 것을 자랑하는 사람들로 인해.
하지만 분명 이탈리아에서도 네덜란드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타인의 아픔을 볼 줄 모르는 사람들로 인해 마음을 다친 사람들, 이탈리아에 있다가 장애를 입은 사람들은 네덜란드로 오는 다리에 오를 것이다. 이탈리아에 사는 이들의 다리는 굳건하게 닫혀있지만 네덜란드의 다리는 항상 열려있다. 남을 위한 배려를 몸에 익히고 사는 사람들과 자신만 잘살면 된다며 마음을 닫고 사는 사람들, 당신은 어디서 살고 싶은가? 나는 사람냄새가 나는 곳에서 살고 싶다. 이런 마음이 세상을 네덜란드로 만들 수 있다. 조금 늦게 간다해도 별일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지 않는가! 장애인과 정상인이란 단어가 가지는 모순을 알게 되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풍차가 힘차게 돌아가는 곳이 많아질 것이다.
특히 장애아를 둔 부모를 위한 일시적 위탁 프로그램이란 풍차가 많이 지어지면 좋겠다. 이것은 장애아를 두었기에 휴가를 한번도 가진적 없는 부부를 위해 단체가 아를 돌봐주는 사람에게 급여를 지불해주며 부부에게 잠깐 숨을 돌릴 수 있도록 해주는 쿠션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얼마나 매력적인 풍차인가!
#우리나라 초록색 자전거를 꿈꾸다!
책을 읽는 동안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이 계속 떠오른다. 장애에 대한 외국의 현실보다 우리나라의 현실이 훨씬 더 척박하고 힘들거라는 사실을. 우리나라의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이야기를 모은다면 얼마나 많은 한숨과 눈물이 담길 것인가! 그 책을 들수나 있을까. 그래도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 병원에서 장애아 진단을 받은 아이의 부모를 위해, 그들과 함께 살아갈 우리를 위해. 친구를 위해, 형제를 위해, 가족을 위해서.
장애아를 둔 부모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그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줄 의사, 복지시설도 중요하지만 책에서 말했듯이 가장 큰 도움은 다른 장애아를 둔 가족이었다. 같은 길을 걸어간 부모들의 이야기만큼 힘이 나는 것이 어딨겠는가. 이 책은 그런 이들을 위해 만든 것이다.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절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세상에는 그것이 가지는 문학성을 제쳐두고라도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 읽혀야 할 책이 있다. 한권의 책이 세상을 바꿀 수야 없다고 해도 한권의 책을 읽은 한 사람을 변화 시킬 수는 있다. 내가 생각의 변화를 가진 것처럼. 내가 누군가에게 권하는 책이 한국판 초록색 자전가가 되길 바래본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
“ 이 아이가 할 수 없는 유일한 일이 있다면, 그건 왼손에 결혼반지를 낄 수 없다는 것뿐입니다.” -p.35 팔이 하나만 있는 엠마 주치의가 부모에게.
완벽한 아이를 바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함께 살 가족을 원했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던 것이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는 다훈증후군이 아닌 아이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사랑을 필요로 한다. 아이를 지켜주고, 목욕을 시키고, 같이 놀아주고, 사랑하고...우리는 무슨 일이든 똑같이 해줄 것이다. 다른 아이들에게 해주는 것처럼 앤서니에게도 해줄 것이다.
-p.60
나는 아들 녀석을 온전히 사랑한다. 그리고 다운증후군이 아들과 끝까지 가는 것처럼, 내 사랑역시 아들과 끝까지 갈 것이다. -p.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