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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틀 선생의 바다 여행 ㅣ 네버랜드 클래식 27
휴 로프팅 지음, 소냐 라무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의 친구 둘리틀 선생님께.
이곳은 겨울이 흔적없이 지나가려다 아쉬운지 차가운 칼바람으로 심통을 부리는 하루가 계속 되고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랍니다. 아, 한국에서도 강원도, 그곳에서도 더 작은 그런 곳이랍니다. 이곳을 둘리틀 선생님께서 좋아하실거란 생각을 한답니다. 이곳에는 선생님이 본적없는 독특한 동물들이 많이 있거든요. 물론 아직 제가 보지 못한 동물들을 포함해서 말이지요.
아, 인사를 빼먹었네요. (가끔 선생님께서 그러시는 것처럼 말예요. 아, 절대 흉은 아니랍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제가 선생님을 알게 된 건 선생님이 쓰신 바다여행이란 책을 통해서랍니다. 그 책을 읽고 제가 선생님을 전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닥터 두리틀'이란 영화에서 봤더라구요. 그 영화 속 주인공과 선생님은 외모는 많이 다르지만 (선생님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선생님보다는 아주 조금 영화 속 주인공 에디 머피가 잘 생겼더라구요. 아주 조금 말이예요.) 동물의 말을 알아듣고 동물을 치료해주는 건 똑같더라구요. 그래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낯설지 않았나봐요.
선생님의 바다여행 이야기를 읽는 동안 저는 선생님 같은 분을 내내 기다리고 찾아 헤매던 어린시절이 떠올랐어요. 현재 저희집에는 누렁이라는 강아지(실은 벌써 5살이랍니다.)가 한마리 사는데 어릴때는 기르던 강아지들이 6개월을 못 넘기고 죽어갔어요.쥐약을 먹고 죽은 강아지가 있어 목을 매어 놓으면 아파서 죽고 아파서 죽은 강아지가 있어 잡종임에도 예방접종을 해주면 까닭없이 죽어갔답니다. 그러기를 3~4번이 넘어가자 집 옆에 있는 계단에는 강아지들의 무덤이 되어가고 오빠와 저의 눈은 6개월 단위로 눈물로 가득찼답니다. 그때마다 오빠와 저의 빌었던 소원은 강아지들과 말이 통하면 얼마나 좋을까였어요. 이번에는 잘 자랄거란 마음으로 이웃들 집에서 얻어온 가아지가 까닭없이 죽어갈 때면 너무 미안해서 묻어주는 내내 미안하다고 마음으로 사과했답니다. 지금도 참 미안해요.
그때 저는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정말로요.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저희집에서 아파하는 강아지들이 왜 아픈지를 알고 치료해 줄 수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선생님의 조수가 된 토미 스터빈스가 너무 부러웠어요. 토미는 집이 가난해 학교도 갈 수 없었지만 대신 선생님의 조수가 되어 동물들과도 친해지고 동물의 말도 배울 수 있었잖아요. 하지만 가장 부러웠던 건 역시 바다뱀이라고 불리는 바다유리달팽이를 타고 바닷속을 여행한 거랍니다. 실은 전 그 부분이 가장 재밌었어요. 선생님이 이야기 중에서 바다 여행이야기가 많았더라면 하고 얼마나 바랬는지 몰라요.
선생님도 알고 있으시죠? 바다로 떠나기 전까지 이야기가 너무 길었다는 것을요. 사실 저는 그때 하품을 한번, 딱 한번 했었답니다. 바다로 떠나 긴화살을 찾을 때는 재밌었어요. 선생님이 왕이 된 것도 신기했답니다. 저는 정말 선생님이 왕으로 눌러 앉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그럼 선생님 집에 사는 동물들은 어떡해요. 그 동물들은 선생님을 목이 빠져라 기다릴텐데 말에요. 제가 선생님이 저희 집 앞바다에 바다유리달팽이를 타고 나타나길 바라는 것처럼요. 선생님 그때는 꼭 바다유리달팽이를 타고 여행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세요! 그 부분이 가장 재밌었는데 그 부분 이야기가 너무 짧아 아쉬웠어요. 아셨죠?!
동물들과 선생님 그리고 토미, 긴화살이 만들어가는 우정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어쩌면 저도 동물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도 있겠구나라고요. 동물의 말은 마음이 먼저 통해야 하는거 맞죠? 동물들의 마음을 헤아리도록 앞으로 더 노력해야 겠어요.
둘리틀 선생님.
선생님의 이야기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감사드려요.
선생님, 만약 이 편지를 받으실 때 한가하시다면, 아주 약간이라도 시간이 나신다면 이곳으로 놀러와 주시겠어요? 바다유리달팽이를 타고요. 부탁드려요.
그럼 선생님 다시 뵐 때까지 동물들과 토미랑 잘 지내세요.
추신.
선생님, 치치는 우리 마을에서 돌아다니기에는 눈에 띠는 동물이니(이곳에서는 원숭이가 흔치 않답니다) 예쁜 원피스를 입어서 데려와 주세요. 꼭 데려오신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