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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스토리 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망루에 오르고 싶었던 것은 가능한 한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북쪽 하늘의 흉성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섭지 않다...... 전혀 무섭지 않을 리 없었지만 각오는 돼 있다. 그것을 전하고 싶었다.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사실은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도 잘 알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북쪽 하늘의 흉성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전하고 나면 마음 속이 단단해진다. 그럴 것 같았다.>
와타루는 강해지고 싶어한다. 몸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지고 싶지 않다. 운명을 바꾸고 도망온 이 곳 비전에서 와타루가 진다면 더이상 갈 곳이 없어지고 만다. 그렇기에 운명에 굴복하지 않으려 와타루는 운명을 시험하는 북쪽 하늘의 흉성을 보며 다짐한다. 지지 않겠다고. 믿어준 친구를 위해! 자신이 함께해 온 비전을 위해!
드디어 4권이다. 와타루를 둘러싼 모든 것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전도, 와타루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추위때문이 아님에도 몸이 떨린다. 두 팔을 엇갈려 몸을 끌어안아도 떨림이 멈추지 않을 때가 있다. 4권 내내 와타루의 마음이 그랬으리라. 그런 흔들림이 내게도 전해져 온다. 함께 안아줄 수도 없이 우리는 흔들리고 있다. 와타루는 책 안에서, 나는 책 밖에서.. 우리는 흔들리며 함께 걸어갔다. 앞으로, 운명의 탑을 향해.
마지막 장을 덮으며 숨을 길게 몰아쉰다. 가슴에 바람이 분다. 비전의 따사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속에 미나와 키키마의 눈물이, 와타루의 조금은 허전한 웃음이 묻어오다. 어느정도 예상한 결말과는 맞는 것 같으면서도 마냥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것이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눈물나는 장면도 있었고 간절히 빌게되는 장면도 있었으며 내가 운명의 여신이길 바라는 장면도 있었다. 어느새 와타루의 손을 잡고 그가 되었다가, 그의 친구가 되었다가, 그를 지켜보느라 가슴 졸이는 엄마가 되기도 한다.
<마음은 흠뻑 젖은 빨래다. 두 손으로 꽉 잡고 열심히 짰는데,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무겁고 힘들어서 더 이상 들고 있을 수 없을 정도인데도 내팽개쳐 버릴 수 없다.
이만큼의 슬픔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중략)
그렇다. 이제 슬픈 것은 싫었으므로, 운명을 바꾸기 위해 와타루는 비전에 왔다. 그런데 그 비전에서 지금, 마음이 부서질 정도의 슬픔에 이렇게 마구 울고 있다.
(중략)
어디를 가든 슬픔은 따라온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은 하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바꿀 수도 없고, 수리할 수도 없다. 어디든 따라와 자꾸 보충되는 것은 슬픔뿐이잖은가. 이 이상, 마음 어디에 그것을 쌓아 두란 말인가.>
작은 아이가 짊어지기엔 너무나 큰 비전의 운명. 큰 슬픔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아이의 가슴. 그렇지만 와타루는 마음을 키운다. 아이들의 성장. 이 책의 주인공 와타루는 인식하지 않고는 어린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 와타루도 성장을 한다. 어린이에서 한걸음 어른의 길로 들어선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의 강을 훌쩍 뛰어넘어 버린 것 같은 와타루. 그런 와타루가 안쓰럽고 한편으로는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멋진 와타루, 옆에 있었음 분명 꽉 안아주고 싶었을 것이다. 책을 덮으며 나즈막히 말한다. 와타루, 조금은 어린이인 채로 남아있어도 괜찮다고. 엄마도, 비전의 친구도, 그리고 나도 있으니까.
#브레이브 스토리-기대 이상의 스토리, 아쉬운 모험
-내가 지금까지 만난 판타지와는 조금은 색다른 면을 많이 보여준 책이었다. 아쉬운 점도 있고 기대이상으로 빠져들게 된 부분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판타지임에도 소재나 배경 모두 좋았지만 모험이 약했다는 것이다. 비전에 얽힌 비밀과 생각할 꺼리는 모험보다 기대이상의 것이었지만 모험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아쉬운 부분으로 남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기대했던 어른이 읽는 판타지로는 손색이 없을거란 마음은 지금도 같다. 단순한 모험만 가득한 이야기보다는 주인공과 일체가 될 것 같은 섬세한 심리묘사와 마음을 자극하는 반짝이는 문장들, 주인공 와타루의 삶만이 아닌 내 삶, 그리고 현실에 대한 고민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비전, 가보고 싶어, 가야한다면 하르네라가 일어나지 않을 때!
<"그래, 맞아. 하지만 신은 원래 그런 존재 아니었을까. 부드럽기만 하면 아무것도 다스릴 수 없으니까. 말은 공허한 거야. 아무리 존귀한 가르침이라도 매일매일 발전해 나가는 이 세상에서는 그 무게를 잃어 가지.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여신님 역시 천 년에 한 번 정도 꼴로 이렇게 세상을 뒤흔들어 놓음으로써 우리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밖에 없는 거야.">
한 사람의 말이 내 가슴에 와닿는다. 부드럽기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그렇기에 천년에 한 번 세상을 뒤흔들며 가르침을 주고 싶다는 말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비전이 아닌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사람들은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할까? 하지만 비전보다 더 큰 혼란은 분명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천년에 한명, 그 한명이 내가 아닐까라는 의심 그건 견디기 힘든 인간의 가장 나약한 마음을 너무나 잘아는 신이 드는 회초리 맞을 자신이 없다.
사람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세계여서 좋은면도 있고 나쁜면도 있다는 곳, 비전. 사람의 본성을 돌아보게 하고 현실에서 내가 바꾸고 싶은 운명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바꾸어야 할 것은 운명일까? 나일까? 그 단순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나는 할 수 있을까? 비전을 여행한다면 나도 그 답을 단호하게 말할 수 있을까? 여행의 목적은 목표지점이 아니라 여정에 있다는 말, 그 말을 가슴에 품어본다. 비전, 하르네라가 일어나지 않을 때 나를 초대해줘!
#용기라는 선물, 고맙게 받을께.
<"바위 같은 굳은 의지는 와타루뿐만이 아닙니다. 미쓰루도 마찬가지예요. 왜 그 두사람의 결심이 그 정도로 단단해졌는지, 옴바 님은 모르십니까?"
어둠 저편에서 옴바 님은 라우 도사 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그 두사람이 어리기 때문입니다. 옴바 님. 작은 이들이 자신을 둘러싼 가혹한 운명과 대치하기 위해서는 온몸의 힘을 있는 대로 짜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더욱 그 아이들은 과감한 것입니다.">
읽는동안 내가 가진 큰 의문은 하나였다. 왜 이렇게 어린아이가 주인공이어야 하는걸까? 해리포터처럼 밝고 가벼운 이야기가 아닌 브레이브 스토리는 무거우면서 감동적이다.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문지기 도사의 말에 그제서야 나는 왜 어린이가 판타지 주인공을 많이 하는지 알게 되었다. 어리기에 온몸의 힘을 있는 대로 짜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 어른이었다면 여러생각에 분명 한가지 일만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린이였기에, 단 하나의 길만을 보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건 어린이다. 그 길이 전부라고 알고 그 길만으로 걸어가길 원하는 어린이는 무모해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최선이고 정답일 때가 훨씬 더 많다. 가끔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길을 잃는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가!
용기를 주는 여행, 그 여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