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나무 위의 줄리
웬들린 밴 드라닌 지음, 이지선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레몬처럼 상큼할까? 플라타너스 나무처럼 푸르를까? 귀여운 표지처럼 귀여움이 묻어나는 이야기 일까?상큼한 연애소설, 푸르름이 가득한 십대의 이야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주인공들의 귀여운 고민들. 그 속에서 이십대 후반의 나는 내 나이의 옷을 십년정도 벗어던지고 싶어진다.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나이가 있다. 그건 십대이지 않을까? 그들의 순수함, 그들의 솔직함, 그들이 처음으로 품는 사랑에 대한 갈망, 그들의 새로운 꿈과 결심들, 그들의 우정. 그들의 고민까지 이십대의 내가 볼때는 빛이 난다. 그 시절에는 빛이 나는지도 모르고 달렸다. 바닷가를 달렸고, 친구와 빗속을 달렸고, 좋아하는 옆집 오빠와 눈이 마주치자 부리나케 우리집으로 달렸다. 분명, 달리는 걸음에는 빛가루가 떨어졌으리라. 반짝반짝. 화려하지 않지만, 그리 밝지 않지만 반딧불처럼 너무나 예쁜 빛으로 남을 내 십대의 시간. 그래도 이 책속의 주인공처럼 빛이 나지는 않으리라.

 

반짝반짝 빛이 나는 두 아이가 있다.

 

-똘똘함에도 엉뚱한 면이 많아 귀여운 여자아이 줄리. 생각이 많은만큼 행동도 거침없고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족을 사랑하고 플라타너스 나무위의 풍경을 사랑하는 아이. 옆집에 이사온 브라이스를 보고 첫눈에 반해 그 아이를 사랑하게 되어 매일 아침마다 그 아이에게 직접 부화 시킨 암탉이 낳은 달걀을 가져다 주는 아이가 있다. 초등학생이였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사랑앞에서는 어느정도 수줍어 하는 소녀가 되어간다.

 

-옆집에 사는 줄리로 부터 벗어나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목표인 남자가 아이 브라이스. 엉뚱하고 똑똑한 줄리 앞에만 서는 작아지는 남자아이지만 아름다운 눈동자를 보고 나면 누구나 반하게 만들 미소년이다. 자신이 줄리를 좋아한다고 줄리가 착각한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늘 도망갈 궁리만 하지만 플라타너스 나무 위에 앉은 줄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천천히 알아가게 되며 자신의 감정에 혼란을 겪는다. 줄리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는 행동들이 줄리를 상처입혀 사랑의 괴로움을 알아가는 소년이 되어간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십대판이라고 해야할까? 이건 꼭 주인공의 비밀일기를 몰래 엿보는 기분이다. 책은 같은 경험에 대해 줄리와 브라이스가 한 챕터씩 교대로 이야기하며 진행되는 소설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아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알 수 있지만 귀여운 주인공들은 서로의 본심을 오해하게 되고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풋풋하다고 할까? 순수하다고 할까? 그런 감정들로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때 줄리는 옆집으로 이사온 브라이스의 푸른색 눈동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설레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는 줄리는 2,3학년 내내 브라이스를 졸졸 쫓아다니게 되고 4학년이 되고서는 스스로 브라이스를 좋아하는 마음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 얼마나 귀여운 아가씨인가. 줄리를 보는 내내 나는 꿈이 가득한 빨간머리 앤이 떠오르고 사고뭉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말괄량이 삐삐가 떠올랐다. 줄리는 자신감, 활발함, 솔직함이 매력적이다. 이런 줄리의 진가를 모르는 브라이스는 내내 줄리를 피해다니고 꼭 둘의 모습은 톰과 제리이다. 물론 여기서 톰은 제리를 아주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

 

어느날 줄리가 플라타너스 나무 위로 올라간 브라이스의 연을 구해주면서(?) 두 아이와 플라타너스의 인연은 시작된다. 실제로 이 책에서 플라타너스는 얼마 나오지 않느다. 그런데도 이 나무가 제목으로 당당히 자리 잡은 건 그 나무에서 둘의 마음이 변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나무 아래서 줄리는 어엿한 소녀가 되어가고 브라이스 역시 뒤로 숨기만 하는 꼬맹이에서 멋진 소년으로 성장해 간다. 두 아이는 서로를 향한 마음의 성장통을 겪으며 조금씩 어른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읽는동안 가슴이 두근거렸다. 십대인 주인공들의 감정.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연약하고 우정이란 감정으로 단정짓기에는 그 감정의 향기가 짙다. 어른이 보기에는 그들의 사랑은 분명 '풋사랑'일 것이다. 달콤함보다는 상큼함이 더 크고 풋풋함이 더 큰 사랑. 우리가 웃음짓고마는 풋사랑이지만 분명 그들의 사랑은 그 순간은 가장 힘든 고민이며 견디기 힘들만큼 아픈 감정일 것이다. 또한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의 감정을 깨닫느라 상대의 마음을 여러번 상처내기도 한다.그 상처를 이겨내고 아물게 하는 것까지 모두가 그들의 몫이다. 어른이 할 일은 지켜봐 주는 것. 미소를 지으면서.

 

책을 덮고 첫사랑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줄리와 브라이스의 훗날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성장소설이란 건 누구나 읽어도 좋지 않을까? 사람은 언제나 성장하며 살고 있으니까. 십대의 성장소설을 읽다보면 잃어버린 옛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다가 이런 책을 읽다보면 놀라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남아있는 이 풋풋한 두근거림에. 사랑의 색깔은 나이에 따라 한가지로 정해진 건 아닐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마음 속에는 십대의 풋풋한 사랑, 이십대의 열정적인 사랑, 삼십대의 아름다운 사랑, 그 이후의 사랑까지 모두 들어있어 여러 색깔의 사랑을 읽을때면 가슴이 자신도 모르게 두근거리는 것이다.

 

이번 겨울에는 봄이 오기전에 봄빛을 닮은 사랑을 만나보는 것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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