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 스토리 3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별이 보인다. 눈 아래 갈라진 구름 사이로 마을의 불빛이 보인다. 회오리바람 한가운데로 들어가자 그곳은 신비하리만큼 조용해서, 끊임없이 불어오는 상승기류가 마치 갓난아기를 안은 어머니의 품처럼 부드럽게, 와타루가 지상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다정하게 들어 올려 주었다.>

 

2권에서 와타루는 위기를 맞게 된다. 그 위기를 무사힌 넘긴 와타루. 드디어 혼자만의 모험이 시작되려 한다. 더이상 그는 누군가의 조정을 받아 움직이는 캐릭터가 아니다. 혼자 먼 곳에 떨어진 와타루는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힘을 믿는 방법 밖에는 없다. 고립된 와타루가 내게는왜이렇게 더 멋져 보이는 걸까? 초등학교 5학년, 겨우 12살인 와타루.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와타루는 애써 떠올리지 않는 한 초등학생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깊은 사고, 배려, 신중한 선택을 한다. 그렇기에 매력적이지만 어린이에게 반하고만 나를 볼때면 살짝 멋쩍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멋있는 걸 어쩌겠는가! 와타루가 강해질수록 매력지수가 상승, 어쩔 수 없다.

 

3권에는 다양한 장소와 색다른 등장인물의 등장, 새롭게 밝혀지는 비전의 비밀로 인해 숨가쁘다. 미야베 마유키의 문체와 상상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상상속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독특한 장소를 엿보는 재미와 판타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용이 나와서 더욱 신난 모험이였으며, 와타루의 내적갈등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으며 비전이 안고 있는 진실을 알게 되는 충격까지. 1권의 잔잔함은 2권에서 발돋움을 시작하더니 3권에서 날아오른다.

 

#반가워! 죠조!

'브레이브 스토리'에서 웃기는 장면을 찾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렇기에 웃음이 나오는 등장인물이 새롭게 등장할때면 내 입에는 미소가 지어진다. 좀처럼 나오지 않는 대신 한번에 크게 웃겨준다는 것을 알기에. 탄식의 늪에서 와타루는 귀여운 용을 구하게 된다.

 

용의 이름은 죠조. 곡예비행으로 늪에 빠진 죠조는 늪에서 나오기 위해 와루에게 자신의 꼬리를 잘라달라고 부탁하지만 정작 자르고 나자 너무 많이 잘랐다며 아프다고 투덜댄다. 투덜대는 정도가 아니라 눈물을 뚝뚝 떨구는 죠조가 너무 귀엽다. 이때 나는 분명 용의 꼬리는 재생되는 줄 알았다. 그렇기에 큰 소리로 꼬리를 자르라고 하는지 알았다. 죠조는 와타루에게 감사의 선물로 용의 비늘을 주며 피리로 만들어 그것을 불면 자신이 날아온다고 했다. 계속 함께 하리라 생각했는데 죠조는 그말을 전하고 날아간다. 후에 다시 만나기는 하지만.

 

#티어즈 헤븐- '당신이 행복하다면 용건이 없는 마을'

 

<이 마을의 생활은 다른 곳과 거의 비슷하구먼요.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 주민들의 대부분은 각자의 고향이나 살던 곳에서, 죽고 싶을 정도로 강한 슬픔을 맛보고,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이곳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라는 것뿐. 즉 이곳은 '마음의 병원'인 거구만요. 슬픔이라는 병이 치유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몸을 맡기는 곳에 불과한 것이죠. 그래서 집의 구조도 가구도 조명도 간소한 것이구먼요.>

 

행복하다면 용건이 없는 마을. 슬픔만을 간직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빗물에서 '눈물의 물'을 정제하여, 그것을 생업으로 삼는 마을. 이런 마을이 있을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웃음과 행복만으로 가득찬 마을은 어쩌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슬픔만 가득한 마을이라니. 이 곳이 내 마음에 들어온다. 어쩌면 현실 속에서도 이런 곳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상처입은 사람들이 맘 편히 쉴 수 있는 곳.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며 아름다운 '눈물의 물'을 만들고 천천히 마음을 열게 되는 곳. 이곳이 현실에 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까란 생각에 가슴 한켠에 바람이 인다.

 

이곳에서 와타루는 자신의 슬픔과 직면한다. 와타루가 이곳에 와야만 했던 원인을 제공한 다른 여인과 바람난 아버지와 그 여인은 비전에서도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 이때 비전이 여행자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것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그 여인은 분명 자신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여인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비전에서 존재하며 현실과 똑같은 상황으로 살아가고 있다. 귀여운 여자아이 사라의 아버지임에도 바람이 난 야콤은 와타루의 아버지가 했던 말처럼 사랑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사라가 불쌍하지도 않냐는 와타루의 울부짓는 듯한 질문에 야콤은, 어쩌면 와타루의 아버지는 말한다.

 

"자식이 뭐  어째다는 거냐! 원래 내가 준 목숨이잖아.(중략) 어찌 됐든 나라는 부모가 있음으로 해서 태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면 나는 그런 목숨 따위 처음부터 필요없었어. 내가 이 손으로 목숨을 끊어주지."

 

할수만 있다면 그 순간 나는 그 남자의 입을 막거나, 와타루의 귀를 막고 싶었다. 와타루는 용감한 전사지만 겨우 12살인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필요하지 않다는 말을 듣고도 온전하게 서있을  수 있는 나이는 아닌 것이다. 아니, 어른이라고 해도 그걸 감당할 수 있겠는가! 가끔 어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만다. 아이들의 심장을 찌르는 말을. 할수만 있다면 와타루를 꼭 안아주며 '넌 소중한 아이라고, 사라져도 될 아이가 아니라고. 네 아버지가 틀린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드러나는 비전의 어둠-고칠거야? 와타루?

 

<계약은 다시 맺으면 된다. 고치면 된다. 잘못된 것은 다시 고쳐야만 한다. 열심히 부탁하면, 진심으로 부탁하면, 분명 여신님도 들어 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여신이 아니다.>

 

비전은 현실세계의 반영이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와타루의 내면을 반영한 것이라고도. 현실세계는 밝음과 착함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완벽한 선만 있는 세상은 존재할까? 그곳은 천국일까? 지옥일까? 사람이 사는 곳에 선함만이 있어야 하는걸까? 그래도 괜찮을까? 내내 고민해봐도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선함과 악함이 있기에 사람들은 고민하고 고뇌하고 가끔 실수도 하지만 결국 옳은 것이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물론 그것은 희생을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존재이다. 부딪히며 배우고 아파하며 알아간다. 그렇게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아파하는 이를 손잡아주고 혼란스러워하는 이를 붙잡아주며 그렇게 서로를 도와주며 선이 많은 세상으로 만들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내게도 혼란스러운 비전의 비밀. 그것은 와타루에게 너무 큰 힘듬이였다. 자신의 내면에 불합리한 것이 존재함을 알았을 때의 충격. 와타루는 혼란에 빠진다. 그는 분명 행복한 비전만이 존재할 거라 믿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증오하지도 불행하길 바라는 마음, 시샘하는 마음은 숨겨진 내면에서 나오지 못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것들 역시 비전은 알아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사람들 모두에게 있는 것이니 당연하게 비전은 악함과 있고 선함도 있게 된다는 사실을 와타루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힘든 진리렸다.

 

와타루의 갈등은 시작된다. 운명의 탑에 가서 빌게 될 소원은 한가지. 그러나 와타루가 빌고 싶은 소원은 두가지. 하나는 자신을 위해, 또 다른 하나는 비전을 위해. 어느덧 비전은 와타루에게 소원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닌 소중한 삶의 터전이 되어간다. 그렇기에 와타루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고민할 틈도 없이 여러 사건이 일어나고 와타루는 사건 속으로 달려든다.

 

흥미로운 모험의 결말은, 와타루의 선택은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손에는 이미 4권이 올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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