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 스토리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비전의 문이 열렸다. 여행자 와타루가 비전에 한 발자국을 들여놓는 순간, 나도 그곳에 발을 딛었다. 와타루에게 허락받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내딛는 발이기에 와타루를 따라 2권을 펼치며 비전의 문으로 들어섰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아니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은 단 하나의 소망을 위해 초등학교 5학년인 작은 몸집의 아이가 가는 길은 얼마나 힘겨울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린애같지 않게 생각이 깊은 와타루는 이미 몸집이 작은 어른이었다. 그렇지만 몸집이 작은 어른이기에, 정말 어른이 아니기에 와타루는 견디기 힘든 현실을, 상처입은 엄마를, 인정할 수 없는 아빠의 행동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타루가 비전으로 떠난 것은 어른이 아니기 때문이였는지도 모른다. 어린이가 바꿀 수 있는 현실은 없다는 것을, 변화시키지도, 울기만 하는 엄마를 도와주지도 못한다는 생각에 비전으로 뛰어든 와타루. 누가 그 아이를 아이라고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누가 그 아이가 모험을 찾아 비전으로 떠났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와타루에게 비전은 단 하나의 길이였다. 다른 집보다 자유롭지도 않고 엄한 가정이었지만 웃음이 가득하지는 않은 집이었지만 와타루에게는 단 하나의 소중한 가족, 집이었다.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와타루의 마음이 길을 떠나기 전에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그 무거운 발걸음을 예상했던 걸까? 2권의 처음에는 웃음을 유발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와타루를 비전으로의 여행 준비를 해줄 마도사의 엉뚱한 행동에 와타우의 등에 얹혀진 현실의 무게를 그만 잊고 말았다. 자신의 기분에 좌우되어 지도를 게을리 해서는 안되는 문지기 마도사는 5개의 오두막에 들어갈 때마다 기분이 변한다. 화를 내다가 차분해지다가 어떤 오두막에서는 내내 울기도 한다. 실은 이런 마도사의 행동이 너무 재밌어서 그가 여행내내 나오기를 바랬지만 그는  시험의 동굴로 와타루를 시험하고는 그에 맞는 옷과 주인의 성장과 함께 성장하는 낡은 용사의 검을 건네주고는 와타루를 떠나보낸다.

 

와타루가 옷과 무기를 소지하면서 나는 게임 속 주인공이 되어 게임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게임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몇번 해본 경험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길을 떠나고 동료들을 만나 경험치를 쌓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아이템을 획득하면서 목적지에 다다르는 게임 속의 주인공, 즉 내가 와타루가 되어 게임 속에 존재하는 것을 느꼈다. 그건 색다른 기분이었다. 게임이라고는 카트와 대항해시대를 약간만 할 줄 아는 내게 게임 속 영상이 펼쳐지면서 아름다운 배경들과 그곳의 지도가 눈 앞에 조금씩 조각을 맞추며 펼쳐져갔다. 1권을 읽는 동안은 성장소설이란 생각에 지루할 틈을 몰랐다면 2권에서는 게임 속에 들어가있었기에 지루하지 않았다.

 

눈 앞에 그려질만큼 섬세한 묘사와 사람과는 다른 독특한 등장인물들, 그리고 나를 매혹시킨 것은 비전의 역사였다. 한 순간에 마술처럼 생겨난 것이 아니라 그 곳도 현실세계처럼 역사가 있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었다. 물론, 현실세계에 있는 와타루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비전에 있는 시간동안 현실세계가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렇다면 책의 재미가 절감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비전은 평범한 환상의 세계가 아니다. 비전의 매력은 현실세계 인간의 상상력 에너지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라는 것이다. 그곳은 분명 환상이 분명하지만 인간이 바라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에 그곳을 주시하게 된다. 물론, 좋은 상상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더 흥미진진하다. 내가 잊고 있었던 어릴적 상상들이 깨어나기도 하고 누군가의 상상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에 놀라기도 한다.

 

2권에서 와타루의 모험은 후반부에 가서야 신이난다. 게임 속 캐릭터란 생각이  책의 몰입력을 높였지만 누군가가 나를 조정한다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모험의 초반부이기에 탐색전이라 그럴수도 있지만  와타루 힘으로 모험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누군가의 도움들로 인해 위험한 순간들이 풀린다는 생각이 들어 적극성이 부족하는 생각이 든다. 3권에서는 와타루의 모험이 더 적극적이길 바라며 3권이 나오길 기다려야겠다.

 

아, 또한 이 책에서 발결할 수 있는 보석 중 하나는 마음을 적시는 문장들이 많다는 것이다.내가 여자여서 그런 것들이 더 눈에 띄고 마음에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잠이 오지 않는가?"
 
"네. 왠지 모르겠지만요."
 
"큰 사고를 봐서 그럴 거야.
 
별들의 빛으로 눈을 씻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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