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이야기-나오코
-현관에서 잠을 자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곳이 아니면 잠을 자지 못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어릴때부터 시작된 설레임은 17살에 그의 손을 잡게 되면서 사랑이 되었습니다.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여자였지만 그 수수함속에 숨겨진 빛을 알아봐준 남자와 20살이 될때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일거라 의심치 않았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 남자가 죽기전까지, 그 남자가 다른 여자의 손을 잡고 껴안은채 이름없는 작은 점에서 죽기 전까지 믿고 믿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던 남자였으니 돌아와 조용하지만 따뜻한 미소를 지어줄거라고. 반드시 내 곁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을 수 없음에 울고, 사랑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없다는 것이 아파서 울고, 그 남자의 사랑을 의심해야하는 슬픈 현실에 울고 그렇게 울다가 다시는 사랑하지 못할 것 같던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직도 남은 눈물을 가슴에 숨기고 그 손을 잡은 여자가 있습니다. 그 손을 잡고도 침대에서 잠들지 못하고 현관에서 잠드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 남자 이야기-다쿠미
-그 여자의 남자친구이기 전에 그를 먼저 알았던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와 친구가 된 건 밤의 마법이였는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너무나도 다른 둘은 밤이였기에, 별들때문에, 친구가 된 거라고. 무수히 떨어지는 별똥별들로 인해 친구가 되어버린 그들의 우정은 그가 죽었어도, 그의 여자친구를 사랑하게 되었어도, 빛이 바래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자신의 자리는 둘의 사랑을 뒤에서 지켜만 보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가 죽지 않았다면 정말 그 자리로 자신은 남았을거라고. 그리고 정말 그랬음 좋겠다고 말하며 속으로 우는 남자가 있습니다. 빛이 나는 여자를, 친구의 소중한 사람이었던 그 여자를 사랑하게되면서 그녀 앞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장난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자신의 방에서는 까만 밤하늘의 별처럼 가라앉아 친구가 보낸 마지막 그림엽서를 보며 마음 아파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가지. 호리호리한 몸으로 세상을 살기에는 두려움이 많은 것 같은 사람. 그러나 겁을 먹고도 세계나 미래,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 뭔가를 가진 남자. 힘들고 무서우면 울더라도 그 다음에는 다시 도전할 남자. 간단히 포기하지도 도망가지도 않을 남자가 있었다. 친구는 그를 동경하며 손에 닿을 수 없는 별이라고 생각했고 애인은 그와 그녀는 하나라고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었다.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보고 싶다고 떠난 여행에서도 그를 의심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었던 건 그는 친구에게 변치않을 별이었고 애인에게는 멀리 있다하더라도 하나였기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름조차도 없는 작은 섬에서 죽었다. 어쩌면 그답게, 어쩌면 그가 아닌듯이 죽어갔다. 친구는 그대로이고 그녀도 그대로인데 그가 없다. 삼각형은 아프게 흔들린다. 중심을 찾아달라고.
#또 하나, 나의 이야기.
-책을 읽기 전에 밤하늘을 떠올렸다. 어릴적에 보았던 은하수를 떠올렸고 우물가에 올라가 보았던 별똥별을 떠올렸다. 별은 겨울에 잘 보인다. 그 추위에도 별을 보는 것을 즐겼던 것은 별은 내 어깨에 둘러진 담요도없이 추위를 견디고 있다는 미안함때문에, 내가 싫어하는 어둠보다 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빛을 내고 있는 별이 안쓰러워서, 그 모습이 장해서 겨울에 별을 보는 행위는 추위나 무서움보다 행복으로 남아있다.
책을 읽기도 전에 행복해졌던 것은 별의 그 반짝거림, 지금은 보기 힘든 아름다운 광경이 떠올라서였다. 책을 펴자 추위탓일까? 그 아름다운 광경은 보이지 않고 입김으로 가려진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관에서 잠을 자는 여인, 여인이라고 하기에는 풋풋하고 아직은 아이같은 나오코의 아픔이 시작된다. 그녀가 사랑한 이가 죽었을 때의 이야기도 아닌데 그녀가 슬퍼서 우는 것도 아닌데 가슴이 먹먹해진다. 1년 반이 지난 시간, 그 시간이 지났다하더라도 슬프지 않을리가 없기에, 아무리 울었다하더라도 충분함 같은 것은 있을리 없다. 모든 것이 그와의 추억인 그 집에서 잠이 들 수 없는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가서, 옆에 다른 연인이 있음에도 가슴 한켠에서 그를 내려놓을 수 없음에 맘편히 웃지도 못하는 그녀가 안쓰러워서 그녀가 자는 현관에 몰래 찾아가 야광별을 달아주고 싶었다.
나오코와 가지가 사랑을 확인한 곳은 별똥별 머신이라고 이름붙여진 플라네타륨에서였다. 수많은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그녀가 빌었을 소원은 하나. 가지와의 사랑. 소원은 이루어졌는데 그토록 수많은 별똥별이 떨어져서 이루어진 소원의 효력은 너무나 짧았다. 3년...그 시간에 떨어진 별똥별 수가 더 많았던 탓일까? 그들의 사랑은 3년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니,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두번째 남자친구는 가지와 절친했던 다쿠미. 그가 도와준 별똥별 머신에서 가지와 나오코의 사랑이 시작되었고 다쿠미의 짝사랑도 시작되었다. 친구의 행복이, 그녀의 행복이 너무 소중해서 감히 탐내보지도 못했던 다쿠미의 사랑. 서로 같은 상처를 안았기에 연인이 될 수 있었던 나오코와 다쿠미를 보며 행복해지면서 그들이 위태로워보여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또한 가지가 끌어안고 함께 죽은 여인, 죽기전 다쿠미 앞으로 온 가지가 보낸 엽서가 호기심을 자극해서 먹먹해진 가슴을 어서 읽으라고 재촉한다.
읽는 동안, 사랑이 하고 싶어졌으며, 열심히 살아보고 싶어졌다. 힘들다면 무섭다면 가지처럼 울더라도 다시 도전하면 되는 거라고. 기웃거리며 걱정하기 보다는 직접 부딪혀보는 것이 나을 거라고 용기가 생긴다. 책은 나오코와 다쿠미 그리고 가지의사랑이야기만은 아니다. 나오코의 아버지가 하고 싶은 하기 위해 집을 가출해 나오코와 함께 살면서꿈을 이야기한다. 삶을 살다가 어느 한 순간 실수를, 혹은 놓쳐버린 소중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무시하고 살기 보다는 품을줄 알아야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그것이 아픈 사랑이든, 예전의 꿈이든 잊지만 않는다면 함께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