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잘도 잊는다. 사건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황우석교수(이하 황우석)는 안주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황우석의 진실이 드러나면서 술은 안주 없이 먹어도 될 정도로 잘 넘어갔고 밤이 깊도록  그를 안주로 삼아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고 말하며 헤어지던 때도 있었는데 어느새 잊어버렸다. 그래, 잊어버린 것이다.

 

쇠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여서 금방 달아오르고 금방 식는다고 사주에도 나와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나는 너무 심한 편이다. 그래서 다같이 환호하면 와~하다가 다같이 비난하면 따라서 우~하게 된다. 그 순간에는 제대로 알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 마음은 그 열기와 함께 사라지고 사건을 제대로 보지도, 알지도 못하면서 넘겨버리게 되니 수박 겉?기만 하게 된다. 누군가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난 사건들에 대해 물을 때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학교에서는 얼렁뚱땅 그런 상황을 넘겼지만 사회에서는 그것이 되지 않았다. 사건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어른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황우석에 관한 책을 <리더스 가이드>에서 열린 서평 이벤트에 참여한 것도 황우석 사건에 대해 1년이 조금 지났다고 까맣게 잊어버린 나를 보며 이번에는 제대로 좀 알고 넘어가자라는 마음에서였다.이 책이 손에 들어온 날 그 두께에 놀랐다. 다 읽고 나서야 이 두께도 한학수 PD는 참 많이 줄이고 줄였겠구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었을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주려는 것이 아니였다. 그가 전해주려는 건 황우석의 베일에 쌓인 진실이었고 언론이 국민들을 얼마나 맹목적으로 몰고갈 수 있는지에 대한 무서움이었을 것이다. 책에서 황우석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첫번째였겠지만 나를 무서움에 떨게 한 건 맹목적인 믿음의 무서움이었다.

 

책은 쉽지 않는 단어들이 많이 나옴에도 빠르게 읽힌다. 빠르게 읽힌다는 표현보다는 한번 읽으면 끝을 봐야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제보부터 조사, 취재, 폭로, 그 후까지 시간적 구성으로 되어있는 책을 어떻게 중간에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게 손에 잡은 책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읽어내려갔다. 한학수 PD의 상세한 설명은 생명공학에 무지한 내가 읽어내려가기에 약간의 어려움외에는 쉽게 읽혔고 결말을 안다고 해도 긴장되는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했다.

 

 황우석, 그가 구세주라고 불리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내가 기억하는 장면 중 하나는 줄기세포 임상실험 예약(?정확하게는 모르겠음)을 하기 위해 새벽부터 병원에 나온 줄기세포 시술이면 정상생활이 가능한 장애인이나 그 장애인을 둔 부모들의 줄이였다. 그들에게는 황우석이 신보다 더 큰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빌고 빌어도 신은 들어주지 않던 것을 황우석은 들어준다는데 어느 부모가, 어느 장애인이 그 앞에 믿음을 내던지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어느 누가 그 믿음에 작은 틈새라도 의심을 품겠는가! 맹목적인 믿음, 그것이 잘못이었다.

 

<"전 교수가 이해해주기 바랍니다. 저는 한가하게 논문을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영롱이에 관해서는 자료를 첨부합니다."-황 교수가 전 교수에게 보낸 메일>

 

위의 글은 황우석에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복제소 영롱이에 관한 논문을 부탁한 전 교수에게 황우석이 보낸 메일이다. 결과물은 있는데 논문은 없는 것이 황우석의 독특한 실험법인가 보다.

 

<황교수는 소를 다루고 연구하던 분입니다. 인간의 난자를 다루는 분야는 좀 다른데 어떤가요?

황교수님이 진짜 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식할 때 소 직장검사하고 실제로 농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진짜 잘해요. 다른 사람보다 경험도 많고, 굉장히 센스가 있습니다. 임기응변이 빠르거든요. 그런 부분에서는 굉장히 손(기술)도 좋고 한데, 실험실에서는 꽝입니다. 소를 필드에서 만지고 수술하시고 또 돼지를 수술하는 건 잘하시는데, 실험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세요.

(중략)

이전에 촬영한 것을 보면 현미경도 조작 하고, 체세포 탈핵하는 것도 촬영 돼있고 그러던데요?

현미경을 조작하는 게 아니라 그냥 눈으로 보시는 거고, 체세포 탈핵하는 것은 다른 사람 손입니다. 한번 황교수님이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제
보자와의 인터뷰>

 

실험실 밖 농장에서는 일을 참 잘한다는 황우석은 실험실에만 들어오면 지시만 하거나 구경만 한다고 연구원들을 말한다. 황우석은 현미경 조작조차 할 줄 모른다는 사실에 경악해야했다. 그가 그동안 나온 현미경 앞에서 찍은 사진들은 전부 거짓인게 된다. 현미경과 그저 멋지게 사진만 찍은 황우석을 보며 왜 그동안 우리는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논문도 없는 성공, 그것을 왜 그렇게 믿을 수 있었던 것일까? 그건 여론의 힘이 크다. 우선 성공이라고 터트리니 너도 나도 우와~먼저 하고 보는 것이다. 황우석은 그런 인간의 심리를 잘 간파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가하게 논문 쓸 시간이 없는 황 교수 그를 어찌하면 좋을까라는 생각과 복장이 터진다는 말이 이런거구나라고 느끼며 계속 책을 읽어내려가며 쓰린 속을 달래야했다. 내가 누구에게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도 우와~하고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한학수 PD의 말대로 우리는 줄기세포의 문제점을 제보한 K에게 큰 빚이 있는 것이다. 그가 아니였다면 어떤 일이 터졌을지 상상만해도 감당이 되지 않는다. 제보자 K 이전에도 황우석에 대한 의문을 가진 국내 학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논문이 없는 황우석의 신화를 그 분야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믿었겠는가. 황우석의 거짓 복제소 탄생으로 피해를 본 선의의 과학자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의심을 품었다고 해도 그들의 힘은 미미했다. 아니, 그들의 힘이 미미한 것이 아니라 언론과 정부의 힘이 막강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힘에 맞서서 싸운 <PD수첩>에게, 한학수 PD에게 박수를 보낸다. 권력의 힘앞에 쓰러져도 계속해서 일어나는 끈기와 용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진실된 것은 끝까지 밝히려는 정신, 그것이 우리가 언론에게 바라는 가장 큰 소망이 아닐까한다. 물론 그들의 취재 윤리문제는 앞으로 일어나지 않았야 할 잘못된 부분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나의 가슴에 가장 와닿은 책의 한부분을 이야기하며 마쳐야겠다. 이 이야기는 노성일 이사장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것이다.

 

'스탁데일 패러독스'라는 것이 있다.

 

<이 말은 베트남 전쟁 때 하노이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병사들 중에서 미군 최고위 장교였던 스톡데일 장군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수용소에 갇혀 있는 8년 동안 많은 고문을 당하면서도 가능한 한 많은 포로가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든 전쟁 영웅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낙관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주의자였다고 한다. 낙관주의자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와 주위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다시 다가오는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결국 상심해서 죽는다고 한다. 반면 현실주의자는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에 대비하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에는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것이 무엇이든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고방식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즉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과 눈앞에 닥친 냉혹한 현실을 결코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가져옴>

 

노성일 이사장의 말대로 의사는 스탁데일 장군과 같아야 한다. 거짓된 희망은 환자는 상처 받는다. 스탁데일 장군처럼 의사들이 할 수 있는 것만을 환자에게 약속해야 한다. 의사의 입은 무거워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가벼움이 지나쳤던 황우석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삼켜야했다. 환자들의 상처는 지금도 크다. 이 일이 더 늦게 밝혀졌다면 그 상처는 지금의 몇 십배는 더 클 것이다. 황우석 그에게 환자는 환자가 아닌 자신의 명성을 높여줄 존재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보는 것만이 제 2의 황우석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줄 것이다. 언론,정부만이 아닌 그건 국민의 몫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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