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 울기
나카무라 코우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을 한다고 하기에는 어색함이 없는 나이, 사랑을 정의내리기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몇일밤을 고민하지만 아직은 확실한 답을 내리기가 어려운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 사랑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내가 하는 것이 사랑이 맞는지 아닌지를 고민하다가 불안으로 사랑을 떠나보낸 적이 있는 나이, 끝이난 후에야 사랑이었음을 아는 나이가 지금 내 나이. 20대 중반을 넘기면서 몇번의 사랑을 하고, 떠나보내며 사랑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던가. 대체 사랑이 무엇인지 친구들과 대화를 해도 확실히 사랑이 무엇인지 말하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설명되기 어려운 사랑을 책을 읽다보면 이 둘은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다가올 때가 있다. 찾기 어렵던 사랑이, 설명되기 힘들던 사랑이 눈 앞에 펼쳐지는 순간 가슴 떨리며, 눈시울을 적시며 그제서야 사랑이라는 것은 애써 정의내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혼잣말을 한다. 내게 책은 슬프게 사랑을 각인시켰다. 이들의 사랑이야기를 읽기 위해 얼마간의 눈물과 가슴을 쓸어내리는 동작이 필요했다.

 

제목덕에 어느정도 긴장하고 읽기 시작한 나였다. 슬픈 소설을 읽기에는 제격인 계절이라 손에 들게 된 책임에도 저 제목처럼 100번이나 울게 되는 이야기라면 긴장이 필요할 거란 생각에서였다. 긴장하고 책장을 넘겼지만 주인공들의 행복한 사랑이야기에 어느새 내 얼굴에는 미소가 띄어지고 그들의 따뜻하고 평화롭고 부러운 일상이 눈에 펼쳐지면서 긴장도 사라졌다.

 

그들의 일상은 달콤상콤이라기 보다는 우유를 넣은 커피의 맛과 같았다.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는 후지이와  우유를 마시는 요시미는 결혼연습을 하게 되어 함께 살면서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신다. 서로 다른 맛을 내는 재료는 섞이자 더없이 맛있고 부드러운 카페오레가 되었다. 자신의 것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맞춰나가는 그들의 사랑을 보며 내 일방적인 사랑을 떠올렸다. 상대방에게 존중하기 보다는 사랑은 같은 것을 하는 것이라는 어린 사랑을 했었던 내가 생각나 얼굴이 화끈 거리며 다음 사랑에게는 그러면 안되겠다며 낙서 같은 메모를 하던 내 손에 든 펜이 떨어졌다.

 

잊고 있었다. 다 준비했으면서 너무나 평온하고 따뜻한 그들의 일상에 함께 빠져드느라 이 이야기가 슬픈 사랑이야기임을 잊고 말았던 것이다. 떨어뜨린 펜을 줍지도 못하고 책을 읽어가며 울고, 숨쉬고, 책장을 넘기고를 반복했다. 그제서야 책 앞에 나온 개의 이야기가 이해가 된다. 앞에 나오는 개는 후지이가 도서관에서 주어와 북(book)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북이란 개가 투병중이라는 것,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것, 북을 위해 북이 좋아하던 오토바이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후지이와 요시마가 오토바이를 함께 수리하는 장면이 왜 나오는지를 알게 되었다. 선고된 죽음, 투병, 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등이 후지이와 요시미의 슬픈 사랑과 딱 들어맞는다. (이것이 작가의 능력이란 건가 놀랍다.) 하지만 후지이도 북을 보며 죽음에 대비하지 않았듯이, 그런 슬픈 현실이 자신의 생활에 펼쳐질거라 예상하지 않았듯이 나역시도 예감하지 못했기에 무방비일 수밖에 없었다.

 

사랑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사랑이 시작되면 그건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어느새 그 사람에게 빠져들고, 그 사람이 내게 녹아드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을 사람들은 종종 기적이라 부른다. 사랑은 기적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될만큼 신비하고 소중한 경험인 것이다. 그런 기적같은 사랑, 끝이 난다면 어떨까? 사람은 그대로인데 사랑이 끝나버리는 것, 사랑은 그대로인데 사람이 사라져버리는 것. 어떤 것이 더 아플까를 이야기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바보처럼 예전의 나는 전자일경우 후자를 바라기도 했다. 그것이 차라리 마음 편할거라고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바보같은 바람이었는지 나를 혼내야했다.

 

사랑은 그대로인데 한 사람은 남고 한 사람은 사라졌다. 분명 서로 사랑하고있는데 한 사람이 사라졌다고 사랑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현실앞에 한 사람이 남은 것이다. 그건 얼만큼의 절망일까? 내 사랑은 그대로인데 상대방의 사랑도 나를 향해 있었음을 아는데 세상은 그런 사랑은 묻어야만 한다고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니 그것이 충족되지 않는 네 사랑에 마침표를 찍으라고 한다면 어떻게 그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까? 100번 울지 않고 그 이상을 울지 않고 어떻게 괜찮을 수 있을까? 괜찮아를 아무리 되뇌여도, 사라진 상대방이 내게 원하는 것은 이렇게 두손 놓으며 우는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남겨진 사람을 안아주지도 못하고, 괜찮다고 두손을  잡아주지도 못하고 나도 울었다. 방법을 알 수 없기에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너무나 많이 흘린 눈물앞에 그들의 사랑시계의 태엽은 움직이지 못하고 녹이슨다. 그 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지도 앞으로 가지도 못하는 시계태엽을 눈물로 그들이 사랑했던 그 추억들의 자물쇠로 만들기위해 그토록 우는 것은 아닐지. 아무것으로도 열지 못하는 상자 그 속에 카페오레 같은 사랑을 담고 눈물로 자물쇠를 채운 사랑. 그 사랑이 끝이 아니라고 그 속에 사랑은 반짝반짝 빛이 날거라고 속으로 그러나 간절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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