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왕국에 왕이 결혼할 나이가 되어 왕비를 구하기로 했어요. 왕은 그전부터 생각이 깊은 이발사에게 왕비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지혜로운 이발사는 왕비를 구하기 위해 하나의 꾀를 내었답니다. 이발사는 방방곡곡에 전단을 붙혔답니다. 그 전단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지요.
"왕국에는 신비로운 거울이 하나 있습니다. 그 거울에는 사람의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다 보여진답니다. 왕비가 되고 싶은 사람은 이 거울 앞에서 자신을 비춰주세요." 라고 말이죠.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마음 혹은 자신도 모르고 있는 나쁜 마음이 속에 담겨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결국 이발사는 왕비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해야했어요.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냐구요? 그건 비밀이랍니다.(웃음)
나는 저 동화를 본 날 내게 질문했다. 너는 비춰볼 수 있어? 비춰보는 것만으로 왕비가 되게 해준다고 하는데도 선뜻 그러겠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알고있기 때문이다. 예쁘지만은 아닌 내 마음과 내 생각들을. 나조차도 꽁꽁 싸매서 잊고 있는 기억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걸 봤을 때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건 거울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타인들에게도 나처럼 감추고 싶은 모습,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들이 있다는 것은 위로였다. 그 위로에 마음을 놓으면서도 내내 거울이 맘에 걸렸다. 나는 혼자서만 보고 아무도 보지 않는 거울 앞에설 기회가 생기더라도 보지 않을거란 사실이었다. 내 모습을, 내 숨겨진 모습을 나조차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겁이 났다.
과연 저 거울에 자신을 비춰볼 사람이 있을까라는 질문에<사람풍경>의 저자 김형경은 거울에 자신을 비춰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자신을 찾기 위해 정신분석을 받은뒤 여행을 떠나서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자신을 비춰보며 사람의 마음, 그리고 더 깊은 곳의 내면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그녀는 분명 비춰 볼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풍경>은 사람들의 이야기, 김형경이란 여자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제목을 늘리자면 사람의 심리풍경이라고 하면 되겠다. 저자가 심리학자가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고 해야할까. 심리학자가 아님에도 자신을 이렇게 낱낱이 보여주는 글을 쓴다는 것에 놀랐다. 그래, 저렇게 자신의 트라우마나 상처받았던 기억이나 아픔을 다 드러내는 사람도 있는 거구나. 이렇게 책으로도 쓰여지고 내 손을 전해지기까지 저 작가는 얼마나 많이 아파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많이 힘들었을거라고, 많이 주저했을거라고, 그 마음에 답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그러나 용기있게 책을 읽었다.
정신분석을 받은 그녀가 들려주는 <사람풍경>은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이야기였다. 그녀가 자신의 방어기제를 말할 때마다 나역시도 내 방어기제를 마음 저 깊은 곳에서 꺼내어 보았고 그녀가 하나씩 자신의 숨기고 싶었던 또 하나의 자신을 인정할 때마다 나역시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들을 인정하면서 가슴이 갑자기 아파와 쥐어짜기도 했으며 연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책을 읽으며 나를 알아간다는 것도 참 좋았지만 더 좋았던 건 사실 나도 보통사람과 같구나라는 것이었다. 누구나 아파하며 슬퍼하며 그러나 웃으며 사는 구나라는 사실에 힘이 났다.
사람은 나이를 더해지면서 더욱 단단한 갑옷을 입게 된다. 점점 튼튼해지는 갑옷을 입으며 상처를 받지 않는다고 자랑하지만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꽁꽁 싸매였기에 화살이 날아왔는지도 모르고 지나치는 것이다. 분명 갑옷은 나를 상처로부터 보호해주지만 나를 밖으로 끌어내주지는 못한다. 점점 더 바깥을 단단히 쌓아서 내 속의 나를 찾을 수 없는 지경까지 와버린 것이다. 내 속의 나와 지금의 나를 합치는 일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일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갑옷을 벗는 일이 힘든 일임도 알고 있다. 이미 내 몸처럼 되어버린 갑옷을 잘라내는 것은 그만큼 무섭고 아픈 일이다. 그러나 해야하는 일이다. 이 책으로 조금은 갑옷이 벗겨진 느낌이다. 아직은 갑옷에 둘둘 싸여있지만 그래도 김형경이란 작가로 인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느낌이다.
책은 세개의 여행으로 세분화 된다. 첫째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들, 둘째는 생존을 위해 사용하는 자신만의 방어기제들, 셋째는 긍정적인 가치들이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알고 나면 왜우리가 방어기제를 사용하는지, 왜 자신이 그 방어기제를 택했는지 알게뇐다. 두번째장이 내게는 가장 흥미로웠다. 자신이 사용하는 생존법칙들과 그것을 왜 사용하는지 알게 되었다면 그것을 좀 더 좋은 가치로 승화시키는 부분을 읽게 된다. 진정한 자기가 되는 길은 쉽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러나 나에 대해서 끊임없이 알고자 한다면 아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두렵더라도 포기 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누구나 진정한 자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 대해 알기 두려운 사람들, 나를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 심리학 서적으로 공부하기에는 나를 아는 길이 너무 딱딱하다는 사람들에게 편한 여행이 될 책이다. 나를 안다는 것. 그건 삶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뜻과도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더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나라.
물론,
나는 지금도 거울에 나를 비출 자신은 아직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생기지 않을까란 기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