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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이틀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소설의 형식이지만, 은의 역사선생님이나 대학 첫 수업 시간에 교양교수의 입을 빌어 자신의 말을 많이 담았다. 인상깊은 것은 어딘가의 강연에서도 한 말이지만, 청춘은 인생의 극히 짧은 한 때이기 때문에, 그기간 동안 일생의 양식을 마련하려면 열심히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논다는 건, 내가 예전에 생각했던 술 마시고 친구들과 수다떨고 여행다니고, 영화보고 , 쇼핑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하고는 달랐다. 모범생 컴플렉스에 시달리던 시절에 위에 것들을 열심히 하고 잘해야만 잘 놀고, 흥미있는 사람이 되는 줄만 알았다. 논다는 것은 자기의 시간에 흠뻑 빠져서 내가 지금 누구인지도 모를만큼 젖어있는 있는 것이다.
장정일은 말하기를 대학때는 일생의 기반을 다지는 책읽기를 해야한다고, 2학년 때까지는 대문호들의 고전을 읽고 4학년까진 철학, 사회과학 서적을 읽어야 한다고, 영화과 미술관 순례도 좋은 놀이와 학습의 동행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다양한 종류의 책읽기는 일편된 지식의 총량을 늘리는데는 부족하지만,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게 해준다는데 동의하는 바이다.
책읽기를 즐겨하지 않는 내 친구는 말하기를 "대학 때 꼭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주장한다. 사람들 만나서 얘기하며 삶을 날 것 그대로 부딪히며 만나는 것, 곧 알바를 해서 세상을 알아가는 것도 다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고 애써 독서의 유용함에는 토를 달지 않았다.
책으로 세상을 만나는 사람과 맨 몸으로 부딪히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책은 얼마나 봐야하고 어느정도 봐야하는 것일까? 안철수는 책만 너무 많이 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일같이 사람도 만나지 않고 현실참여도 없으면서 책을 볼 여유도 되지 않는다. 현실속에서 가장 내게 절박한 책만 보기에는 시간이 모자라니 내게 맞지 않는다.
공익근무 할 때나 시간이 많았을 때 하루의 반나절을 책만 보며 보냈을 때는 현실의 발을 딛고 있지는 않는 것만 같은, 물론 친구도 자주 보지 못했고, 최소한의 따뜻한 감정을 나눌만한 대상이 없어 더 그럴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내면에 올라오는 불안과 두려움에 대한 회피로 계속된 책읽기의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느낀 안도감, 편아함을 어디서도 다시 만날 수가 없어 피곤에 절어 집에 돌아온 날에도 기여이 몇 페이지를 넘기다 잠에 빠지곤 하나보다. 책의 기능과 역기능은 내 현실과 다른 곳에 존재한다. 내가 접속하는 그 순간에 행복이 다가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