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키스 Paradise Kiss 4
야자와 아이 지음 / 시공사(만화)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만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대리만족이라고 한다.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 접해보지 못한 군상들을 구체적으로 체험하게 하고 만족시켜 주는 것. 야자와 아이는 그 법칙에 아주 충실한 작가다. 그녀의 작품 속 학교는 자유롭고, 인물들은 개성이 넘치며, 벌어지는 사건들은 하나같이 유쾌하고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 절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파라다이스 키스.

모델이 되고자하는 주인공 -캐롤라인을 중심으로 모이는 야자와 학교의 괴짜들. 조지와의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독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오히려 화려한 그들의 나날일지도 모른다. 고등학생-이지만 너무도 다르지 않은가, 현실의 우리 고등학생들과는. 주인공이 부모님과 겪는 갈등 역시 그다지 실감나거나 구체적이지는 않다. 뭐든지 할 수 있는 세계, 눈부시게 빛나는 미래. 고난은 단지 양념으로만 생각될 뿐이다. 주인공을 응원하면서도 현실의 모습과 비교되어 조금 씁쓸한게 사실..

뭐, 어떠랴. 야자와 아이가 만들어놓은 찬란한 세상은 즐기기에 충분히 아름답다. 포만감있는 대리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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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Z
야마다 에이미 지음, 이유정 옮김 / 태동출판사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야마다 에이미는 일본 여류작가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작가의 작품들은 솔직하고 담대하며 노골적이지만 우아하다. 벌거벗었지만 고상하게 미소짓는다. 그점에 매혹되어 읽기 시작한 그녀의 작품중 a2z 는 가장 단정하게 차려입은 작품이다. 섹스에 대한 열려진 시선도, 관능적인 선율의 리듬도 존재하지 않지만 이것도 역시 야마다 에이미다운 소설이다. 왜냐고? 솔직하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바라본만큼 생각한 만큼 이야기를 한다. 겉멋이 든것처럼 보이는 주인공들은, 읽다보면 참으로 인간답게 웃음을 깨닫는다.

잘 어울리는 부부지만 남편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버린다. 충격을 받은 아내 (...충격이라 하지만 너무나 금방 회복해버려서 오히쳐 독자가 충격받는다;)역시 새로운 사람이 생긴다. 알파벳만큼 간단하게 정의할수 있는 사랑. 하지만 결국은 그 명료한 단어들처럼 서로에게 간단히 돌아오게 되는 둘. 같이 있고 싶어- 그 마음하나로 용서가 되는걸까 과연- 의문스러워졌지만 그것이야말로 솔직한 표현.

화나고 분하지만 같이 있고 싶으니까 같이 있는거다... 사랑은 그들에게 알파벳 26자로 표현할수 있을만큼 간단하고 쉬웠다. 그것이 사실은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나는.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그 솔직함으로 늘 나를 부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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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톨
와타야 리사 지음, 김난주 옮김 / 현대문학북스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열일곱은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 나이이다. 뭐든지 할수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랗기에 초조한 모순과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여고생이 쓴 소설이 인스톨이다. 일단 제목부터가 흥미로웠다. 인스톨이란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컴퓨터와 친한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고.

이 소설을 쓴 소녀에게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이런 면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 말하고 싶은 것을 써내려갔다는 것. 어린 나이의 작가들의 한계인 경험의 부족을, 자기 주변의 일들을 소재로 삼아 씀으로써 극복했다. 그때문에 그냥 괜찮은 편인 재능으로 이만큼 주목받은 것이리라. 어른의 평론가들의 눈에는 열일곱의 세계, 특히 요즘 고등학생의 사고는 요상한 나라나 마찬가지이니까. 결국 이 소설은 여러가지 요소가 잘 맞아떨어져서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내용에 대해서는 별 할 말이 없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감정을 아주 죽이고 담담하게 풀어나가지도 못했다.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정도. 하지만 역시 읽다나가보면 열일곱살, 아무리 허무하고 공허한 척 묘사해도 역시 빛나보인다. 이게 인스톨의 장점이지만 한계일지도 모른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열일곱의 나름대로의 고민은 그 열일곱이라는 나이 자체가 갖고있는 눈부심으로 묻혀버리니까. 심각한 논조로 말하려해도 독자는, 어리니까 그렇지, 그럴때가 좋은거지- 슥 웃고 넘어가버리게 되니까.

고교생 작가라는 것은 메리트도 많지만 그만큼 편견의 시선도 많이 받는 것이다. 몇년 뒤에는 나이가 아닌 실력으로 더 주목받는 작품을 만날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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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1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1
키류 미사오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진짜 아니라고 본다. 이런 억지 짜맞추기식 동화 비틀리기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동화가 우리의 생각보다 잔인하다는 것은 원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헝클어져 흥미위주 노란책으로 전락하기에는.. 그 동화들이 너무나 아깝다..

어른들 누구나 동화를 읽으면 자랐다. 아무리 책을 읽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도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인어공주같은 것은 기본적으로 몇십번은 읽고 듣고 자랐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이 노리는 것은 그런 동화를 읽어본 사람들이다. 동화에 대한 환상이라던가 따뜻함을 품고 있는 사람 전부를 타겟으로 잡고 쇼크 용법의 제목과 광고 문구를 이용하여 읽기를 종용한다. 하지만 정말 읽지 않는게 나은책도 세상에는 있는 법이다.

나는 이 책에 있는 동화의 실상들이 5%만 제외하고 전부 작가의 창작이라고 생각한다.동화를 비틀지 말고 차라리 창작을 내시기를.. 하긴, 동화 비틀리기이니까 이정도 책이 그만큼 팔린거겠지만. (학자들의 의견을 참고했다고? 참고할게 있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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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왼손 그리폰 북스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서정록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굉장히 구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어딜가나 품절, 또는 절판.. 결국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개정판으로 나와줘서 정말 기뻤다. 그리고 역시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소설이었다.

사실, 현란한 액션과 고도의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별세계를 기대하면 읽기 힘든 책이다. 다른 혹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서술자가 지구인이기 때문에 그다지 이질적인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저 다른 대륙 여행기를 읽고 있는 기분이다. 혹성 역시 이 세계와 뚜렷한 차이점이 없으므로(남녀 동성인 몸을 갖고 있다는걸 제외하면 말이다) 영화같고 꿈같은 배경과 사건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챕터 중간중간 삽입된 기록문라든가 보고자료로 인해 한권의 사실적인 여행일지를 보는듯한 느낌이 강하다.

그렇지만 어둠의 왼손은 읽고 난후보다 읽고난후 더 인상이 강하게 남는, 신비한 소설이다. 사건 전개는 느릿하고 담담한데, 두 주인공의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가 이상하게 머릿속에 박혀서 읽고난후에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 하나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죽 기억되는것보다는 단편적인 요소들을 훨씬 매력적이었다고 떠올리게 된다는 얘기다. 다시말해 묘하게 매혹적인 분위기를 가진, 읽고난후 진하게 여운이 남는 독특한 sf다.

처음 읽을때는 분명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번 읽고나서 다시는 보지 않을 그런 소설은 절대 아니다. 두번만 읽어봐도 이 책의 진정한 진가를 깨달을수 있으리라. 생명이 있는 것들끼리의 공감, 교류, 그리고 애정과도 닮은 우정 -

<<그렇지만>> sf 중에서도 페미니즘에 초점을 맞춘 소설이라는 평을 많이 읽었는데 읽고나서는 전혀 아니다, 였다; 자웅동체임은, 그저 어둠과 빛이 동시에 공존하는 혹성 겨울인들의 특성일뿐 작품 전체를 가로지르는 의도(페미니즘)-라고 하는건 솔직히 오버다. 여성작가라고 해서 그런식으로 생각하는것 같은데 비약이라는 생각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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