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톨
와타야 리사 지음, 김난주 옮김 / 현대문학북스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열일곱은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 나이이다. 뭐든지 할수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랗기에 초조한 모순과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여고생이 쓴 소설이 인스톨이다. 일단 제목부터가 흥미로웠다. 인스톨이란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컴퓨터와 친한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고.

이 소설을 쓴 소녀에게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이런 면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 말하고 싶은 것을 써내려갔다는 것. 어린 나이의 작가들의 한계인 경험의 부족을, 자기 주변의 일들을 소재로 삼아 씀으로써 극복했다. 그때문에 그냥 괜찮은 편인 재능으로 이만큼 주목받은 것이리라. 어른의 평론가들의 눈에는 열일곱의 세계, 특히 요즘 고등학생의 사고는 요상한 나라나 마찬가지이니까. 결국 이 소설은 여러가지 요소가 잘 맞아떨어져서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내용에 대해서는 별 할 말이 없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감정을 아주 죽이고 담담하게 풀어나가지도 못했다.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정도. 하지만 역시 읽다나가보면 열일곱살, 아무리 허무하고 공허한 척 묘사해도 역시 빛나보인다. 이게 인스톨의 장점이지만 한계일지도 모른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열일곱의 나름대로의 고민은 그 열일곱이라는 나이 자체가 갖고있는 눈부심으로 묻혀버리니까. 심각한 논조로 말하려해도 독자는, 어리니까 그렇지, 그럴때가 좋은거지- 슥 웃고 넘어가버리게 되니까.

고교생 작가라는 것은 메리트도 많지만 그만큼 편견의 시선도 많이 받는 것이다. 몇년 뒤에는 나이가 아닌 실력으로 더 주목받는 작품을 만날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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