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아이라 레빈 지음, 이창식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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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존의 추리소설처럼 범인을 쫒는 것이 아니다. 벌어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원인을 찾는것이 독자의 일이다. 처음에는 다소 템포가 느리지만 중반을 지나면 탄력이 붙어 단숨에 읽힌다.

추리 장르라기보다는, 솔직히 sf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르야 어떻든 흥미진진하다. 기발한 소재와 막판 이외의 반전은 꽤 괜찮은 작품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줄거리를 알면 절대로 재미있을 수가 없는 소설이다. 이 소설 전개 자체가 사건의 원인을 짐작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알고서 본다면 시시한 느낌으로 읽어버릴 수도 있겠다. 특히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벌어지는 두 남자의 대결은 생각보다 쉽고 허망하게 결말이 난다. 그러나 소재는 확실히 기발하다.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을듯한 남자들의 죽음은 하나의 놀라운 결말로 치달아간다.

기존의 추리 소설에 식상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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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반양장)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
로알드 달 글, 지혜연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로알드 달이라는 작가를 좋아한다. 이 사람의 재기넘치는 미스터리 단편들도 마음에 들지만 아이들용 장편 동화 역시 상당히 즐겁게 읽는 편이다. 이렇게 로알드 달이라는 작가의 팬인 된 것은 이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소설을 읽은 후 부터다.

초콜릿은 아이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간식이다. 어느 누구도 어렸을적 초콜릿을 마음껏 먹어보지 못했으리라. 초콜릿은 값에 비해 양이 적은 대표적인 먹거리다.; 또, 이빨을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우려때문에라도 초콜릿만으로 마음껏 배를 채우는 것은 확실히 어린시절에는 꿈이었다.

<찰리의 초콜릿 공장>을 이러한 초콜릿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탐식을 달콤히 채워주는 책이다. 내용만으로는 간단한 작품이다. 말잘듣고 착한 어린이 찰리는 초콜릿 공장으로 견학을 가서 조용히 구경만 한 결과 초콜릿 공장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음, 아무리 봐도 이게 전부다;

하지만 이 소설이 아이들에게 열광적으로 읽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소설 전체를 감싸고 있는 초콜릿 때문.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초콜릿에 대한 묘사 -공장을 흐르는 초콜릿 강, 날수 있게 하고 혀를 원하는 색으로 반짝이게 하며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맛볼수 있게 하는 갖가지 달콤한 것들.. 풍부한 상상력으로 맛나게 포장된 초콜릿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들뜨게 하며 군침돌게 한다. 다른 간식이 아닌 초콜릿이다. 늘 초콜릿이 조금쯤은 고픈 아이들에게 찰리와 함께 하는 공장의 견학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완벽한 환상인 것이다.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주인공 찰리에 대한 비판은 접자. 다른 아이들이 맞는 가혹한 결말 역시 생각하지 말자.

<찰리의 초콜릿 공장>은 그 특별한 초콜릿들을 상상하며 즐거워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과자로 만든집을 읽은 아이가 기억하는 것은 부모의 잔혹함도 마녀의 잔악함도 아닌, 단지 과자로 만든 집에 대한 묘사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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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수산나 타마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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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 즉, 사랑.
사랑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의 형태는 무한할 정도로 다양하지만 그 이미지는 묘하게도 늘 비슷하다. 따뜻함, 감미로움, 충족감, 뿌듯함.

하지만 이 소설속에서 말하는 사랑은 조금 다르다.

이 소설은 여러가지 독립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주인공들은 사랑과는 거리가 먼 것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양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하는 아이, 육체를 농락당하는 어린 소녀, 끔찍하게 사람을 살해하는 연쇄살인마..

-이것은 반어법일까? 사랑이라는 달짝지근한 제목을 붙여놓고서, 그 이미지와는 정반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더 놀라운 점은 그것을 서술하는 이 작가의 문체가 굉장히 담담하다는 점이다. 인간의 추악한 일면들, 비참한 모습들을 벌거벗겨 놓았으면서도 작가의 어조는 잔잔하고 평화롭다. 무심한듯 머물고 있는 시선은, 잔혹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따뜻하다. 사랑에 대해 지독하게 역설하고 있으면서, 이면에서는 긍정하는 느낌이 든다.

이 소설에서는 우리가 고정해놓았던 사랑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그 아름다운 포장 아래 숨겨져 있는 진실을 주위깊게 들여다보게끔 한다. 거부감이 드는 것이 당연한 소재인데 작가는 차분하게 볼 수 있는 용기를 독자에게 준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똑바로 직시했을때 볼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솔직한 정의이다. 그것은 비참하고 끈질기고 어리석고 성가시며 약점투성이인 감정이지만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핵이기도 하다.

수산나 타마로가 말하고자 하는 핵 -'러브'라는 흔하지만 특별한 단어의 감정은, 아무리 비뚤어지고 더러워져 있어도 결국은 애처롭게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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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숍 오브 호러즈 10 - 완결
아키노 마츠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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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숍 오브 호러스는 d로 시작하는 에피소드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전체를 이루는 구성으로 된, 옴니버스 작품이다. 기묘한 분위기의 펫숍 주인인 디백작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그가 판매하고 관리하는 동물을 중심으로 하여 다양하게 전개된다.

무척이나 독특한 분위기의 만화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동물들이지만 중심 촛점은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약하고 악한 부분들을 순수하고 신성한 동물들과 대비해 극적으로 부각시킨다.

억지로 휴머니즘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는 점. 인간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 해피에 얽매이지 않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또한 인간의 잔혹함을 보여주는것을 주저하지 않지만 (순정만화에서 흔히 볼수 있는 정화기법 또는 미화기법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간에 대해 아예 희망을 버리지도 않았다는 부분이 인간인 나의 입장에서는 참 고맙다..^^;

인간 역시 동물이다. 어떤 동물보다도 악하고 비겁하지만 연약하고 사랑스럽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영역을 초월한 디 백작은 그의 동물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인간 역시 똑같은 크기로 사랑한다. 그것을 깨달으며 조금은 감동해버리게 되는 것이 이 펫 숍 오브 호러스다.

슬쩍 보면 인간에 대해 냉소적인듯한 작품이지만, 알고 보면 사실 백작이 동물을 사랑하는 딱 그만큼 인간에 대해 관대한 작품이라는 것을 책을 덮는 순간 깨닫게 될 것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추천,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더욱 강력하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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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말걸기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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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이 이 책 <타인에게 말걸기>였다. 담담하면서도 건조한 어조로 써내려간 그녀의 소설들이 정갈하게 담긴 한권이다. 읽고난 후에도 혀끝에 또렷하게 남는 맛깔스러운 소설들로 채워져있는 이 작품집은 소설 하나하나가 각각 맛이 뚜렷하게 다르다. 그 때문인지 보통 단편집의 소설들은 그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는 나인데도 이 소설에 수록된 작품들은 제목을 대면 그 각각의 내용이 머리속에서 환하게 떠오른다.

또한 그녀는 호흡조절에 천연덕스럽다. 이야기 안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말하고 싶은것을 꼭꼭 감추어 놓지도 않았다.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작가의 시선에 맞추어지게 되는, 무리없는 소설들이다. 이런 면은 은희경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일상을 어우르는 잔잔한 눈길. 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질척이지 않는다. 조금은 건조하고 깔끔하게, 자신이 생각해내는것을 풀어낼수 있는 능력, 독자에게 닿을수 있는 저력.

확실히 은희경의 소설들은 장편보다 오히려 단편에서 탁월하다. 그녀의 사랑에 대한 메마른 시선과 냉정한 관조가 장편에서는 긴 호흡으로 다소 불거지고 처지게 되지만, 호흡이 짧은 단편에서는 단정하게 갈무리되고 마무리된다. 그 말끔한 처리가 특히 돋보이는 것이 이 <타인에게 말걸기>, 요새같은 계절에 특히 어울리는 소설로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우울할때는 읽는 것을 삼갈것. 누구나가 인정하듯 은희경의 소설들 이면에 절절하게 배어있는 허무는 전염성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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