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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수산나 타마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12월
평점 :
절판
'러브' - 즉, 사랑.
사랑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의 형태는 무한할 정도로 다양하지만 그 이미지는 묘하게도 늘 비슷하다. 따뜻함, 감미로움, 충족감, 뿌듯함.
하지만 이 소설속에서 말하는 사랑은 조금 다르다.
이 소설은 여러가지 독립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주인공들은 사랑과는 거리가 먼 것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양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하는 아이, 육체를 농락당하는 어린 소녀, 끔찍하게 사람을 살해하는 연쇄살인마..
-이것은 반어법일까? 사랑이라는 달짝지근한 제목을 붙여놓고서, 그 이미지와는 정반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더 놀라운 점은 그것을 서술하는 이 작가의 문체가 굉장히 담담하다는 점이다. 인간의 추악한 일면들, 비참한 모습들을 벌거벗겨 놓았으면서도 작가의 어조는 잔잔하고 평화롭다. 무심한듯 머물고 있는 시선은, 잔혹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따뜻하다. 사랑에 대해 지독하게 역설하고 있으면서, 이면에서는 긍정하는 느낌이 든다.
이 소설에서는 우리가 고정해놓았던 사랑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그 아름다운 포장 아래 숨겨져 있는 진실을 주위깊게 들여다보게끔 한다. 거부감이 드는 것이 당연한 소재인데 작가는 차분하게 볼 수 있는 용기를 독자에게 준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똑바로 직시했을때 볼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솔직한 정의이다. 그것은 비참하고 끈질기고 어리석고 성가시며 약점투성이인 감정이지만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핵이기도 하다.
수산나 타마로가 말하고자 하는 핵 -'러브'라는 흔하지만 특별한 단어의 감정은, 아무리 비뚤어지고 더러워져 있어도 결국은 애처롭게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