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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희망을 ㅣ 청목 스테디북스 63
트리나 포올러스 지음, 이상영 옮김 / 청목(청목사)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정말 앉은 자리에서 10분이면 다 읽어내려갈수 있다. 그림까지 음미하면서 말이다. 그래, 단지 십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그 십분이라는 시간의 투자로 인해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할수 있는 소설이라면, 그야말로 위대한 책이 아닌가.
어릴때 읽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저 노랗게 한눈에 들어오는 표지, 페이지마다 꽉찬 큼직큼직한 그림들, 크고 보기 쉬운 활자체가 마음에 들어 읽어내려 갔었을뿐이었다. 읽은 후, 재미있다-말고는 별 감흥이 있지 않았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이렇게 성인이 된 후 다시 손에 들고 읽은 이 책- 꽃들에게 희망을-은 왜 이리도 내가슴을 쾅쾅 치는지.
아마 내가 꼭대기를 향해 기를 쓰고 올라가는 수많은 애벌레중 하나임을 뼛속 깊이 자각하고 있기 떄문이리라. 어릴때는 내가 애벌레인지 나비인지, 정체성이 없었으므로 그저 예사롭게 넘길수 있는 책이었으나, 누구보다도 애벌레에 가까움을 알고 있는 지금은 한장을 넘기기도 뼈아팠다. 꼭대기에 아무것도 없다는건 나도 알고 있는걸.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 애쓰며 기어올라가는 애벌레들의 모습은 곧바로 나와 겹쳐진다.
나비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의 책이라기 보다는 나비를 꿈으로만 꾸는 애벌레들의 책이다. 이 책을 보고 감명을 받고, 다시금 깨닫는 자신의 정체성에 한숨을 쉬더라도 그 기둥에서 내려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무리 나비가 되어야함을 주장하는 이 책에 동감하더라도 기어오를 수 밖에 없는 것. 그게 어른이라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