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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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등학교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그때는 굉장히 재미가 없다고 느꼈었더랬다. 봐도봐도 끝은 안나고, 독후감 때문에 읽어야는 하는데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렸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이십대가 된 지금, 이 책이 새롭게 화제가 되고 방송에도 여러번 오르내리는데에 동요하지 않았더면 거짓말일 것이다. 대중심리에 잘 따라가버리는 나는(;) 뭔가 특별한게 있어서 사람들이 이렇게 추천하는게 아닐까, 그당시 내가 무언가를 놓친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다시 손에 들고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느낀건,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십대 때의 이 책과 이십대 때의 이 책은. 순수하고 세상에 대해 호의적이기만 했던 그 때의내 눈에는 지루하고 이해하기도 힘들었던 책이었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해하기 힘들었을테지. 왜 그가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을 하는지, 어쩌면 제도교육 안에서 그의 일탈은 탈선으로 느껴졌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기성세대에 더 가까워져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세상에 좌절하는 그의 모습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 어쩌면 비슷한 기분을 알아버렸기 때문인지도. 그러나 나에게는 그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용기가 없다. 순수의 호밀밭에서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잡아줄 자신이 없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고 감명을 주는 이유는 주인공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겹쳐보기때문일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파수꾼이 될 수 없다. 아니 되지 못한다. 그처럼 꿈조차 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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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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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바나나의 소설중에서는 <n.p>와 같은 맥락의 소설이다. 그러나 <n.p>와 마찬가지로 강렬한 임팩트는 없다. 바나나의 작품들 중 별로 인상깊은 소설은 아니었지만 참 따뜻한 시선이라는데는 이의가 없다.

병약하지만 생명력이 강한 츠구미를 관찰하는 식의 전개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참 착하다. 나레이터이자 주인공인 마리아는 말할 것도 없고 마을의 사람들, 가족들, 하다못해 독선적이고 독설가라고 묘사되는 츠구미 역시 세상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정말 착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이 소설의 미덕이자 한계라고 생각한다. 착한 인물들의 갈등은 소설에 큰 물결을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 자신에게는 큰일일지 몰라도 읽는 독자들에게 느릿하고 느슨하게 느껴져 버린다. 보통 통속소설에서 주인공을 방해하는 악역이 말도 안되게 악하게 나오는 것은 글의 전개감과 몰입감을 위해서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다른 곳의 사람인양 착하고 순박한 사람의 갈등은 전혀 위기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는 참 여린 심성을 가진 사람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도 해본다. 글의 결말까지 착하게 맺어버리는 이 소설은, 읽고 나면 줄거리보다 소설속 마을과 그나마 인상이 강했던 츠구미라는 소녀만 기억날 뿐이다.

세속적인 결말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츠구미가 목숨을 잃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면 좀더 강하게 독자에게 어필 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것보다 아무도 마음을 다치지 않는 쪽을 택했다. 뭐,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좀 특징없는 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감수성은 잘 살아있지만 그 이상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글쎄...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길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의 분량을 반으로 줄었다면 더 좋았을거라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 나른하게 처지는 감이 줄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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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숍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
S.S. 반 다인 지음, 김성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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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반다인의 작품과는 달리 좀더 대중적인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런 분위기도 상당히 좋았다.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셨듯이 트릭의면에서는 다른 작품들보다 좀 약한것이 사실이다. 또한 번스의 활약이 다른 작품보다 미약한 느낌이 들며 살인범의 정서도 공감이 힘들었다. 그러나 그런걸 다 차치하고서라도 그 독특하고 음울한 분위기때문에 나는 이 소설이 꽤 마음에 든다.

동요는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이며 여기서 나오는 마더구즈는 더욱이 자장가이다. 아이들을 잠재우는 이 옛 노래들이 희생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진혼곡이 된다는 점은 굉장히 매력적인 설정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역시 비슷한 소재이나, 추리라고 하기는 어렵다. 추리해나가는 당사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악의적이고 도착적인 살인사건은 비숍살인사건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자장가는 잠재우는 노래라는 점에서 근원적인 공포감을 감추고 있는 소재이다. 벤슨이 표현하고자하는 기괴한 살인사건의 구성은, 자장가라는 미묘한 죽음의 도구와 맞물려 대중적이고 그로테스크한 하나의 소설을 이루어 냈다. 또한 스피디한 전개로 쉽게 읽힌다는 부분에서는 말할 나위없이 대중성을 추구한다. 벤슨의 소설중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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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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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기발한 착상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누구나 한번은 생각해보았음직도 하지만, 그것을 이야기로 발전시키지 못하는것이 베르나르와 일반인의 차이점이구나^^; 풍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 단편집은, 그러나 과학적인 근거를 뿌리에 두고 있으므로 황당무계하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이것이 이 소설의 최대 미덕이 아닐까.

작품의 전체를 읽고 난후에야 발견되는 하나의 공통점, 즉, 단편 전체를 꿰뚫는 하나의 축은 인간에 대한 객관적인 시점이다. 편파적인 애정도 노골적인 적대도 없다. 이 책안에서 과학기술은 그저 과학기술일뿐이고 인간성은 그저 인간성일뿐이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담백하다고도 느껴지는 이 담담함은 책 자체를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생각할 여지도 남겨준다. 만약 작가의 감정이 넘쳐흐르는 소설이라면 독자가 생각해나갈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작가의감정을 따라 짚기 때문이다.

편마다 짤막짤막하기 때문에 오랜시간을 기울이지 않아도 쉽게 읽어나갈 수 있다. 구성은 단순하지만 소재는 아주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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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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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하나에 무게 중심이 실린 소설은 읽기 힘들다. 그 인물에 굉장한 공감을 한다던지 하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작위적인 느낌이 나는 인물이라면, 인공적인 다듬음이 보이는 캐릭터라면 조금 소설은 위태스러워진다.

이 소설에서 아쉬운 점은 그런것이다. 소재는 무척 참신하다. 연작식 단편, 관련자의 죽음, 현실 속의 소설 안 여자.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초현실적인 냄새도, 몽롱한 분위기의 서술도 모두 있기는 하지만 인물이 너무 한 점에 집중된 느낌이다. 그 점은 신비한 이미지로 부각되는 스시. 앞에서 언급한 현실 속의 소설 그 자체이다.

그러나 작가가 이 인물의 신비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지나치게 '빛'을 많이 깔아놓은 느낌이다. 지나친 빛의 노출은 오히려 그 신비스러움을 옅어지게 만든다. 갖가지 묘사가 산만하게 섞여 오히려 인물의 구체적인 생성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때문에 소설은 뭔가 불순물을 포함한채 흘러가는 듯한 기분이다.

광고 표제처럼 요시모토 바나나의 역량을 집대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이게 혼신의 소설이라면 나는 좀 실망할 터이다;) 하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분위기는 그대로 지닌 소설. 팬이라면 읽어두어야할 소설이지만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것은, 이 작가의 단편은 귀엽게 반짝거리나, 그녀의 장편은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눈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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