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바나나의 소설중에서는 <n.p>와 같은 맥락의 소설이다. 그러나 <n.p>와 마찬가지로 강렬한 임팩트는 없다. 바나나의 작품들 중 별로 인상깊은 소설은 아니었지만 참 따뜻한 시선이라는데는 이의가 없다.병약하지만 생명력이 강한 츠구미를 관찰하는 식의 전개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참 착하다. 나레이터이자 주인공인 마리아는 말할 것도 없고 마을의 사람들, 가족들, 하다못해 독선적이고 독설가라고 묘사되는 츠구미 역시 세상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정말 착하기도 하다.하지만 이것이 이 소설의 미덕이자 한계라고 생각한다. 착한 인물들의 갈등은 소설에 큰 물결을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 자신에게는 큰일일지 몰라도 읽는 독자들에게 느릿하고 느슨하게 느껴져 버린다. 보통 통속소설에서 주인공을 방해하는 악역이 말도 안되게 악하게 나오는 것은 글의 전개감과 몰입감을 위해서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다른 곳의 사람인양 착하고 순박한 사람의 갈등은 전혀 위기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다.어쩌면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는 참 여린 심성을 가진 사람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도 해본다. 글의 결말까지 착하게 맺어버리는 이 소설은, 읽고 나면 줄거리보다 소설속 마을과 그나마 인상이 강했던 츠구미라는 소녀만 기억날 뿐이다.세속적인 결말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츠구미가 목숨을 잃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면 좀더 강하게 독자에게 어필 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것보다 아무도 마음을 다치지 않는 쪽을 택했다. 뭐,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좀 특징없는 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요시모토 바나나의 감수성은 잘 살아있지만 그 이상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글쎄...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길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의 분량을 반으로 줄었다면 더 좋았을거라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 나른하게 처지는 감이 줄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