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은 왜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새로운 형식

소설은 서사적인 흐름이 담긴 이야기인데 이 작품은 서사보다는 소설작법 강의록을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 화자는 강의를 하면서 현대와 과거가 교차하는 예시 작품을 나란히 대비하여 서사를 이끄는데 두 개의 이야기가 서로 긴밀하게 잘 엮인 것인지는 다소 의문이다.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죽음이 폭력적인 남성의 힘이나 권력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는 것에서 유사성을 찾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인물과 이야기를 구성하는 과정은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가 있어 소설가의 노력과 수준 높은 안목이 좋았다.

 

2. 모든 이야기에는 틈이 있다.

누가 썼는지도 어느 시대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르지만 구전되어 전하며 변형되는 일이 다반사인 민담으로부터 소설작법은 시작한다. 나비가 되었다는 아랑이야기로부터 착상을 떠올렸으면 그것과 관련한 다양한 자료를 <문학대사전> <구전설화> <명종실록> <정옥낭자전>에서 얻으며 이야기의 시대 상황을 따지기도 하고, 나비가 출현하는 시기, 인물의 직위나 처한 상황에 합당한 행동 등을 합리적으로 추론하여 이야기를 비틀기 시작한다. 그데 특이하게 어떤 자료들은 작가가 만들어 뒷받침하면서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소설작법 강의가 아니라 소설 그 자체 - 픽션이 된다. 읽으면서도 이러한 자료들이 진짜인가 가짜인가 의심하게 되고 어디까지가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 살짝 헷갈리면서 소설은 이렇게도 쓰여지는구나 싶었다.

 

모든 이야기에는 틈이 있고 이 틈을 통해 이야기는 덧붙여지고 사라지고 새로 쓰여진다. 밀양의 아랑 이야기로부터 모티프를 얻어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이야기를 쓰는 과정을 모두 담았다. 그리하여 근거가 되는 문헌도 실제와 허구를 조합하여 그 바탕으로 삼기 때문에 때로는 소설작법만을 쓴 것인지 그것을 포함한 이야기의 세계라는 허구를 구축한것인지, 그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는 기법을 익히기도 하고 의심도 하면서 소설과 함께 나아간다.헷갈리게 하는 것이 아마 김영하의 의도였지 않을까

 

 

3. 이야기란 무엇일까

이야기란 무엇이기에 기존의 이야기는 변형되고자 하고 독자는 이야기에 빠져드는 걸까. 김영하가 <읽다>에서 언급했듯이 '읽는다'는 행위는 우주에 접속하는 것이며 그 접속을 통해 새로운 우주를 탄생 시켜 마침내 하나의 우주가 되는 인간 독자의 운명같은 것일까.

책의 말미에서 다시 첫 시작이 궁금해 맨 앞장을 펼치게 되었다면 김영하의 소설 쓰기는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가 쓴 <읽다>에는 소설은 두 번째의 삶이고 인간이라는 우주와 이야기라는 우주의 공명을 말했는데 이 소설과 의미가 사통하고 그리하여 나는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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