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전경린 지음 / 이가서 / 2003년 5월
품절


인생은 어찌해도 좋은 거야...그 상황에 충실할 수만 있다면. 괴로움이든 기쁨이든, 밖에서든 안에서든, 높은 곳이든 낮은 곳이든, 뜨거운 곳이든 차가운 곳이든...제대로 산다는 건 지금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을 놓치지 않는 거야. 설혹 나쁜 시간이라 해도 그건 좋은 것을 선택한 것 못지 않은 의미가 있어. 삶의 모든 시간은 똑같이 삶의 기회니까.-148쪽

"내가 너희에게 희망하는 것은 최선의 학벌도 아니고 최선의 경제력도 아니며 최선의 성공도 아니다. 최선의 생...그건 스스로 감동할 수 있는 생이다.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깊고 풍요로운 정서의 힘과 강한 생명력과 삶 속에서 여행할 수 있는 자유롭고 발랄한 정신과 삶을 안정시킬 수 있는 윤통성있는 사색의 힘과 자립의 소박한 투지와 태연한 인내 같은 것...그리고 스스로 잘 알고 보살피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사람...말하자면, 나는 너희가 스스로에게 미소지을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란다."-155쪽

개성을 가지고 튀는 사람은 메우 빠르고 손쉽게 유형화되고 첫눈에 전모의 반이상이 노출된다. 그러나 평범함 사람은 좀처럼 규정되지 않는다. 투명인간처럼 평범함 속에 내면을 잠적시키는 좀 음험한 고수들...-200쪽

경허 스님이 술을 좋아해서 즐겨 마셨다고 한다. 어느날 술을 마시며 파전을 맛나게 먹었던 모양이다.
그것을 보던 다른 스님이 은근히 나무라며 자신의 무심함을 자랑삼아 말했다.
"여보게 경허, 나는 파전이 있으면 먹고, 없으면 또 그만이라네. 자네는 어떤가?"
"나는 파전이 먹고 싶으면, 장에 가서 파씨를 구해다가 땅을 갈아서 씨를 뿌리고 한 철을 키워서 파가 자라면 밀가루와 잘 버무려서 이렇게 맛나게 부쳐 먹는다네."
그러자 스님은 경허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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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피쉬
오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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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똥에 있는 암모니아는 '니트로 소모나스'라는 박테리아가 아질산으로 바꾼다. 아질산은 '니트로벡터'라는 박테리아가 질산염으로 바꾸는데, 질산염은 물고기에게는 무해하면서 수초의 영양분이 되는 물질이다.

파일럿 피쉬의 똥에는 '니트로 소모나스', '니트로벡터'가 좋은 비율로 존재해서,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들은 실제 키울 물고기를 수조에 넣기 전에 파일럿 피쉬를 넣어 박테리아가 좋은 비율로 있는 생태계를 만든다고 한다. 이후 진짜 물고기를 수조에 키우고 파일럿 피쉬는 대부분 버려진다.

소설 속에는 파일럿 피쉬같은 이들이 몇명 등장한다. 사회성과 적극성이 떨어지는 주인공을 인정해주고, 받아들여주며, 주인공이 충분히 성장한 뒤에는 죽거나 사라지는 이들. 첫 여자친구인 유키코, 문인 출판사의 사와이씨, 아르바이트했던 록카페 주인인 와타나베씨와 그의 딸인 가나.

우리의 삶에 파일럿 피쉬같은 이들이 있나?

그런 이들이 있대도 소설은,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거나 버리면 안된다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역할이 끝나 떠나가는 이들을 그냥 떠나보낸다. 다만 기억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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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江 2009-03-0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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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고픈 말을 간략하게 너무 잘 설명해놓으셨달까요..
역할이 끝나 떠나가는 이들을 그냥 떠나보낸다는것..
다만 기억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고.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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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녕,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미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이야."-17쪽

"쉽게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구. 그건 미움보다 더 나빠. 진실이 스스로를 드러낼 시간을 자꾸만 뒤로 미루어서 우리에게 진정한 용기를 빼앗아갈 수 있으니까."-57쪽

"그거는...그거는 위녕, 결혼을 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얼마나 자신으로 살아가는가의 문제야. 그러니까...결혼을 하고 안하고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얼마나 지키고 사랑하고 존중하는가의 문제라니까..."-77쪽

어떤 작가가 말했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 있다."
그래서 영어의 responsible이라는 것은 response-able이라는 거야. 우리는 반응하기 전에 잠깐 숨을 한번 들이 쉬고 천천히 생각해야 해. 이 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이 일에 내 의지대로 반응할 자유가 있다, 고.-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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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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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19살 위녕이 바라본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3번 이혼해서 각각 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아이들 이름이 각각 위녕, 둥빈, 제재다-소설가로 유명한 엄마...

첫 남편은 동화를 쓰는 사람인데 성격 차이와 아내만 일이 잘되고 남편은 일이 잘 안풀리는 것에 대한 갈등으로 이혼했고, 두번째 남편은 영화 감독인데 엄마의 돈을 가져다 영화를 만들었는데 잘 안된 모양이고, 마지막 남편은 의사였던 것 같은데 엄마를 때린 모양이다. 일단 누군가가 이혼을 몇 번 했느니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인만큼 제삼자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공지영 씨는 자신이 세 번 이혼했고 성이 각기 다른 세 아이를 키우고 살지만 나름 행복하고 즐겁고 당당하게 열심히 살고 있다 이야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직 자신의 상황을 거리를 두며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그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예를 들면 위녕이 그리는 엄마는 미화되고 긍정된다. 어린 시절 엄마의 결핍, 새엄마의 존재, 새엄마와의 갈등에서 아빠의 불신 등이 위녕에게 남긴 상처는 클텐데, 특이하게 위녕은 아빠에게만 상처의 날을 세울 뿐 엄마에겐 관대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위녕이 보이는 아빠에 대한 태도는 공지영 씨의 전남편에 대한 감정이 투사되어 나타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실제 딸은 공지영씨가 계속 키워서 딸에게 엄마의 결킵과 관련된 상처가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비슷한 맥락에서 고양이 코코가 죽는 장면도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다.

작가가 좀 더 시간이 흐른 뒤 같은 주제로 글을 쓴다면 더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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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들판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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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솔직한 사람이야, 난 할 말은 해, 하는 사람은 용감한 사람이 아니라, 실은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고 수연이 출판사에서 마지막으로 편집을 끝낸 '상처'라는 책의 저자는 말했었다. -176쪽

상처 입어본 자는 상처 입어보지 않은 이들을, 그 모무함과 그 무구함을 두려워하는 법이니까. 그들이 상처입기 전에는 아직, 동족이 될 수 없는 법이니까. 남들이 상처입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상처입지 않거나 상처를 딛고 일어서 버린 자는 그러므로 영원히 여기저기를 쫓아다니며 덤벼드는 인간으로 보일테니까. 그들이 자신을 공격하지 않아도 방어해야 하고 그래서 그들은 결코 섞일 수 없는 종족이 되는 걸 텐니까. 그래서 상처를 입고 상처를 이겨내지 못한 자는 어쩌면 상처를 딛고 일어선 자들을 영원히 질투하는 것일 테니까.-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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