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습니다.
감독 : 박찬옥
배우 : 이선균, 서우, 심이영, 김예리
영화는 형부와 처제의 금지된 사랑을 집중적으로 홍보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둘의 애정이 남녀관계의 그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둘의 애정을 암시하는 것은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준식의 '한 순간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라는 대사와 이어지는 키스신 뿐이다. 은모는 의지할 곳 없어 아빠처럼, 오빠처럼 준식에게 의지했던 것으로 보이며, 준식은 자신이 살아가야 할 의미를 부여해주는 존재로 은모를 필요로 했다 느껴진다. 세상 의지할 곳 없는 남매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필요로 하고 집착하는 그런 느낌의 감정인 것 같다.
영화 줄거리는 이렇다. 준식은 첫사랑인 자영의 집에서 지내다 아기가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나자 도망친다. 파주의 목사인 형이 운영하는 공부방 교사를 하면서 은수, 은모 자매를 만나게 된다. 준식은 은수와 결혼하지만 은모가 가출한 사이 은수가 죽는 사고가 발생하고, 은모와 단 둘이 지내게 된다. 또다시 사회 운동을 하다 준식이 감옥에 갇힌 사이 은모는 준식이 모은 대학 등록금으로 인도 여행을 떠난다. 3년만에 파주로 돌아온 은모는 철거대책위원으로 일하는 준식을 만나게 된다. 준식은 은수가 뺑소니 교통 사고로 죽었다 은모에게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은수가 가스 폭발 사고로 죽었고, 원인이 된 가스관이 발견되지 않았고, 사고 직전 은모가 생명 보험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은수의 죽음에 대해 준식을 의심한다. 결국 준식은 보험 사기로 체포된다.

은모는 관계에 대한 불안이 매우 큰 캐릭터이다. 은수와 준식이 결혼하기 전 준식을 향한 미움, 결혼 이후 은수에 대한 서운함으로 가출을 결심하는 것, 준식이 자영을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한 불안을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준식이 감옥에 갇혔을 때 준식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은모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서우는 이런 은모의 내면을 잘 표현해서, 서우가 등장하기만 하면 이유없이 불안해지곤 했다.
준식 역시 불안한 캐릭터이다. 준식이 꾸준히 하는 공부방 활동, 철거 대책 위원회 같은 사회 활동은 준식의 삶에 큰 의미 부여를 못 해준다. 준식이 에너지를 쏟고 있는 이 사람들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자신을 버릴 것임을 준식은 잘 알고 있고, 준식 스스로도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자신이 도망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준식은 자신이 돌봐주어야만 하고, 자신을 간절히 필요로 한 은모 같은 존재가 필요했던 것 같다. 이선균도 참 연기를 잘 했지만, 목소리는 방해가 되었다. 그의 울림이 좋고 듣기 좋은 목소리는 준식 같이 불안하고, 무기력한 캐릭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활용 교육이 끝난 저녁에 본 영화다. 교육을 받는다고 서울에 나와있어서 하루 종일 아이들을 안 보고 지낸 것, 오랜 만에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본 것이 같이 어우러져서 잠시 쉴 수 있는 틈이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