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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그늘에서 - 제인 구달의 침팬지 이야기
제인 구달 지음, 최재천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1월
평점 :
제인 구달의 초기 침팬지 연구를 정리한 책이다.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 골리앗, 플로와 그녀의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인구달은 침팬지도 인간처럼 각 개체간 개성이 뚜렷하고, 감정과 성격을 가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러한 제인구달의 이야기는 유효해서,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침팬지가 인간의 먼 친척임을 막연히 느끼게 된다. 말라리아에 걸려 비참한 몰골을 한 맥그리거 씨 주위로 다른 침팬지들은 얼씬도 하지 않는데, 평소 맥그리거 씨와 형제일 것이라 추측했던 험프리가 맥그리거 씨 곁을 지켜주었던 것, 맥그리거 씨가 죽은 후 맥그리거 씨가 마지막에 있던 장소를 험프리가 6개월간 거의 매일같이 방문한 것, 플로가 죽은 후 2주 후 플로의 아들 플린트가 죽은 것 등을 보면 침팬지도 사람 못지 않은 정과 의리 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냥하고 다정한 플로의 자식들은 침팬지 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지만-우두머리 수컷이 되거나 피피처럼 많은 자식을 잘 키워내거나-신경질적이거나 자식에게 무심했던 올리나 패션의 자식들은 불안정하거나, 어린 침팬지를 잡아먹는 패륜을-패션과 그녀의 딸 폼이 저지른 것이다-저지르는 등, 어린 시절의 부모와 환경이 이후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인간과 비슷하다.
다른 책을 통해서 알고 있었던 침팬지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것도 재미있었다. 제인에게 처음 다가왔고,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함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던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가 사실은 겁쟁이라는 것-물론 그가 화가 나면 다른 침팬지보다 더 위험하단다-플로의 딸 피피는 노골적인 색골 침팬지였다는 것 등. 혼자 킬킬대며 읽다보면 제인이 연구한 침팬지들이 이웃집 동생, 형같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정이 들어버린다.
연구 초반 이야기라서 침팬지들의 전쟁이나 패션과 폼의 영아 살해 등의 이야기는 자세히 언급되지 않는다. 이후 그녀가 출간한 침팬지 관련 책을 계속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