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이 상실의 시대의 나오코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삶 자체가 절망이라는 여자. 나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삶의 장면장면들을 예민하게 느껴서 더 많은 의미를 찾고 더 많은 아픔을 가지는 여자. 그래서 묘한 이질감과 신비감을 가진 여자.
예전엔 이런 여자들을 동경해 왔었다. 신비감과 그녀들이 가지는 삶에 대한 확고한 무언가 때문에. 어쩐 일인지 난 절대로 이런 분위기는 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미도리처럼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증거하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건 아니다. 난 아마도 미도리와 나오코 그 어느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의 아무것도 아닌 여자다.
어렸을 때부터 삶과 세상에 묘하게 어긋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은 애인과의 만남으로 인해 삶에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차지하게 된 자리에 완전히 동화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삶에서 찾을 수 있는 자리는 그곳 뿐이기에 그 자리를 떠날 수도 없다. 그래서 주인공은 차라리 애인이 없었을 때, 삶과 자신이 분리되어 있었을 때가 더 자유로웠다고 느낀다.
그러나 헤어졌던 애인은 다시 돌아오고, 주인공은 그 품에 다시 안기면서 다시 답답해한다.
그래서 삶이 곧 절망이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동시에 조금씩 죽어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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