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의 도시 환상문학전집 7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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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찾아가는 팔크의 여행은 신화 속 영융의 여정을 닮았다. 모험은 혼자 겪어야 한다. 함정에 빠지거나 위험한 일들을 겪기도 해야 한다. 목적지인 에스토치에 도착하지만, 원래의 자신을 찾으려면 지금의 자신을 지워야 한다. 이것 역시 죽음을 통해서 새로운 삶을 쟁취하는 신화 속 영웅의 모습을 닮았다. 그렇게 되찾은 자기 자신은 온전한 라마렌도, 온전한 팔크도 아닌 존재가 된다. 그리고 라마렌도 아니고 팔크도 아닌 존재로서의 자신을 새로 세우는 것이 영웅의 사명이기도 하다. 헤겔의 반증법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팔크로서의 기억을 지우려는 싱의 시도에 맞서서 자신을 지키려는 팔크의 시도가 인상깊었다. 자주 읽으며 사색했던 도덕경을 이용하는 것도, 그러한 시도가 성공했다는 것도 인상 깊었지만 이 방법이 성공할 수 있을까?
서양 작가가 도덕경을 중요한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흥미롭지만, 책이라고 하는 소재일 뿐 도가 사상이 작품과 잘 섞여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서양인들은 도라던지, 무위자연 같은 관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싱이 왜 악한 존재인가? 지배하는 자이고 속이는 자이기 때문이다. 싱의 지배 때문에 더 이상의 분란과 다툼, 전쟁은 없지만, 고정된 평화와 안정은 그것 자체가 하나의 억압이고 강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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