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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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에 미쳐야 궁극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그동안 나는, 한가지에만 몰두하는 삶을 꿈꿔왔고, 그래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일들, 예를 들면 먹는 일, 씻는 일, 자는 일, 청소하고 빨래하는 일, 돈을 버는 일 등을 하찮게 여겨왔다. 그래서 그동안은 삶이 제대로 영위되지 않았다.

지금은 완전한 삶이란,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내가 미쳐서 매달일 일 모두를 중요시하면서 모두를 잘 조화시키며 이루어내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남는 이를 꼽으라면 이덕무를 꼽고 싶다.
어머니는 영양실조로 폐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단다. 의원의 처방을 받고도 돈을 마련하지 못해 그 약을 못 해드렸단다.
가난한 집에 시집갔던 누이도 영양실조와 폐병으로 어머니의 뒤를 따라갔단다.
정작 본인도 벽에 얼음이 얼어 거울처럼 얼굴을 비추고 날이 풀리면 누런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방에서 살았고, 열 손가락이 다 동상에 걸려 손가락 끝이 밤톨만하게 부어올라 피가 터질 지경에서 살았다. 그러면서 열심히 책을 읽었단다.
다행히 39살 때 관직에 올라 정조의 총애를 받았단다.

먼저 나는 조선시대 양반들의 무능력함을 비판하고 싶다. 벼슬에 뜻이 없었다면 농사라도 지으면서, 장사라도 하면서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어머니와 누이가 병으로 앓아 누워 약도 못 해주는 형편인데 책만 읽고 있었을 이덕무의 모습을 생각하면 속이 터진다.
그래도 작가의 말처럼 처절한 가난 속에서도, 앞날을 보장할 수 없는 막막함 속에서도, 자신의 의지를 놓지 않았던 끈질김, 투철함이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이덕무도 사람인데 그라고 몸과 마음이 괴롭지 않았겠는가. 그럼에도 책을 놓지 않았던 그 맹목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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