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 아틀라스와 헤라클레스 세계신화총서 3
재닛 윈터슨 지음, 송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아틀라스와 헤라클레스 신화를 재해석한 이야기이다. 헤라클레스 이야기보다는 아틀라스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든다.
평생 지구를 짊어져야 할 운명의 아틀라스는 사람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잊어도, 지구 밖으로 인공 위성과 우주선을 쏘아올려도 그렇게 지구를 짊어지고 있다. 그리고는 계속 자신에게 질문한다. 왜 이것을 내려놓으면 안 될까?

고등학교 시절에는 나를 구속하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매일 먹고, 마시고, 싸고, 자야 영위되는 삶이 싫었다. 외출할 땐 옷을 입어야 하고, 여성스럽게 행동해야 하고, 예뻐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사회적인 조건들도 싫었다. 하나님은 선악과를 인간에게 보여주면서 선악과를 따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주었다지만,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이 두가지 밖에 없다는 그 제약이 싫었다.

지금은 삶의 모든 조건을 하나하나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있긴 하지만, 그 선택은 그 뒤의 결과를 알지 못한채 이루어진다. 서울대냐 포항공대냐를 선택하는 것은, 그 순간에는 4년동안 생활할 대학만을 선택하는 줄 알았지만 실은, 대학 다니면서 만나게 될 사람들을 선택하는 것이었고,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 것인가가 선택되는 것이었고, 어떤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 것이냐가 결정되는 것이었다. 선택의 순간에는 이 모든 결과를 알지 못했지만, 알지 못했다는 것으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람은 자유의지대로 사는 것인가? 아니면 내 의지대로 살고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할 뿐 주어진 운명대로 사는 것인가? 이 책은 이 해묵은 문제를 다시 끄집어낸다. 그리고 살짝 속삭인다. 내 선택에 대한 결과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의 선택이라고. 지금이라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던져 버릴 수 있다고. 아틀라스가 지구를 내려놓고 뚜벅뚜벅 걸어갔듯이 나도 책임을 벗어버리고 자유롭게 걸어갈 수 있다고. 아틀라스가 지구를 내려놓았다고 세계가 박살나진 않았듯이, 내가 자유로워진다고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처럼 큰 일이 나는 것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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