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신비,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사이 몽고메리 지음, 승영조 옮김 / 돌베개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기가 되면 3m 이상씩 상승하면서 범람하는 아마존강, 그곳에 사는 다양한 야생 동물과 식물, 그리고 자연과 어울리며 사는 방법을 아는 인디오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또는 강력한 독으로 무장한 동물과 곤충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냉정함과 야만성, 잔인하고 치열하기에 매혹적인 그것.
야생의 삶에 혹하는 나를 멈칫거리게 하는 것. 냉정하고 잔인한 자연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가 나를 위해 어떤 동물을 해치는 것처럼 자연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를 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먹이사슬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동식물의 죽음처럼 아마도 흔하게 접할 사람의 죽음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난 문명인이기 때문에, 저 대목을 받아들일 수는 없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과학적 사실과 신화, 전설이 함께 어우러진다. 아마존 물속에 있다는 엥깡찌에 대한 전설 속 이야기와 안데스 산맥이 형성되면서 대륙의 서안으로 흘러가던 아마존강이 물길이 막혀 급속한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과학적 사실이 나에겐 모두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보뚜가 사람으로 변신한 것을 보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과 발굽을 가진 뒷다리와 앞지느러미를 가진 고래의 조상 화석을 믿는 사람이 함께 나온다. 전설을 믿는 이는 다리달린 고래 화석을 믿지 않고, 화석을 믿는 이는 보뚜가 사람으로 변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작가는 둘 모두 진실의 편린을 담고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작가의 말대로 그렇게 대립되는 두 이야기는 묘하게 닮아있다.
과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나, 스스로를 이성중심주의자, 유물론자라고 일컫는 나
SF와 환타지와 신화와 전설을 좋아하는 나, 이야기에 탐닉하는 나
두 나의 교점에 있는 무언가를 작가는 알고 있는 모양이다. 난 아직 모르겠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