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벌거숭이들
비루테 갈디카스 지음, 홍현숙 옮김 / 디자인하우스 / 1996년 8월
절판


나는 나이로비에서 루이스가 나를 향해 탁자 앞으로 몸을 굽힌 채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말했던 순간을 기억했다.
"전 세계가 너에 대해 반기를 들 수도 있어. 전 세계가 네가 틀렸다고 할 수도 있다구. 하지만 난 언제까지나 널 도울거야."
말을 되풀이할수록 눈의 광채는 더욱 환해졌다.
"나는 언제까지고 널 도울거야. 왜냐하면 네가 옳다는게 밝혀질테니까."
그러다니 그는 은밀한 농담을 하고 난 사람처럼 큰 소리로 웃었다. 내가 성공할 것이라는 루이스의 확신은 삶의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불리한 여건과 싸우며 올두바이에서 화석을 찾는데 평생을 바쳤다. 루이스와 메리가 올두바이에서 호미니드의 화석을 발견하기까지는 25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
루이스는 언젠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도 있었다.
"오랑우탄과 가까워지는데 10년을 주지." -.쪽

갇혀있는 유인원들이 보여주는, 키스하고, 껴안고, 손을 잡는 등의 행위는 인간으로부터 모방해 배운 것이 아니라 인간과 대형 유인원의 공통적인 감정 표현 방식이다. 키스에는 오랜 진화의 역사가 있음에 틀림없다. -.쪽

나는 인도 빵나무 아래 앉아 주위의 유인원이 낙원에서 쫓겨난 피난민들임을 뼈 속 깊이 느꼈다. 사바나 지대와 탁 트인 벌판으로 운명을 따라간 인간들이 남기고 떠난 낙원의 피난민들임을. 이 유인원들은 에덴의 생존자들이었다. 그렇지 않고는 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서로에 대한 편안함 그리고 심지어는 상대방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 내적 충만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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