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벌거숭이 소
메로는 아버지의 애인과 샤이엔을 도망친 후 오랫동안 객지 생활을 한다. 그 중 동생 롤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동생의 장례식에 참여하기 위해 샤시엔으로 돌아간다. 메로가 샤이엔으로 돌아가는 자동차 여행 중 불운한 사고가 계속 일어난다. 자동차 사고가 나고, 눈보라가 치고, 길을 잘못들어 눈 속에 자동차가 묻힌다. 비상용 물건들은 견인된 자신의 자동차에 실려있고, 자동차 키를 자동차 안에 두고 내리고, 자동차를 열기 위해 유리창을 깼을 때 조수석은 잠겨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한다. 차에서 내려 눈보라를 헤치며 길을 걸어가던 메로는 울타리 안의 소가 자신과 보조를 맞추며 걷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갑자기 그는 깨닫는다.

소가 머리를 쳐들었다. 그 울부짖는 차가운 눈빛 속에서 그는 알았다. 자신이 또다시 틀렸음을, 가죽이 반만 벗겨진 소의 붉은 눈은 항상 그를 응시하고 있었음을.

벌거숭이 소는 아버지 애인이 해준 이야기로, 가죽이 반쯤 벗겨지고, 혀가 잘린 소가 살아서 도축한 이를 바라보더라는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벌거숭이 소가 인간이 살기위해 저지른 죄악을 상징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은 먹기 위해 소를 죽인다. 그래서 소의 시선 앞에서 인간은 죄인이 된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살아가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죄를 짓게 되고, 자신이 희생시킨 사람들의 시선 앞에서 인간은 죄인일 수 밖에 없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벌거숭이 소는 미국 서부의 황량한 환경, 그 속에서의 척박하고 절박한 삶을 상징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메로는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생 몸부림쳤지만, 결국 벌거숭이 소의 응시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앞서서 메로가 겪게 되는 여러가지 불운한 사건들이 더해져서 마지막 문장이 강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이는 다음 단편인 진창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진창 마지막 부분의 한 문장이 그 이야기 전체 내용을 압축해서 하나의 장면으로 강하게 제시해주는 듯 했다. 작가가 그런 방면으로 글쓰기를 매우 잘하는 것 같다. -다른 단편에서는 강렬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 책의 다른 단편들 모두 미국 서부의 황량한 환경을 배경으로 한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사람들의 삶 모두 척박하고 절박하고 야성적이고 거칠다. 솔직히 벌거숭이 소와 진창을 빼고는 각각의 단편들이 재미가 없었다. 미국 서부라는 배경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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