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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 불만족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인 오토 씨는 태어나면서부터 팔다리가 없었다. 이 책은 오토 씨가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대학생까지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어머니가 태어난 아기를 보고 충격을 받을까봐 한달동안 아기를 보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토 씨와의 첫대면에서 어머니는 아기가 예쁘다고 감탄을 한다. 이 장면은 오토 씨 전체적인 삶에서 매우 의미있는 장면이다.
초등학교의 다카기 선생님은 오토 씨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생활하도록 지도한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 않도록 지도하고, 체육 수업도 대부분 참여하도록 한다.
5,6학년 때의 오카 선생님은 오토 씨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워드 프로세서 작성 등-주려고 노력한다.
오토 씨는 중학교 때는 농구부, 축제 실행위원의 활동을 하고, 고등학교 때는 미식축구부, 3학년 때는 반별 영화 촬영의 조감독을 맡는다. 와세다 대학에서는 '에코 서머 페스티벌 인 와세다'라는 생명의 거리 만들기 행사에서 '마음의 장벽 없애기'라는 프로그램을 주도하기도 한다. 이것은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장벽 허물기 행사란다. 그는 요즘 마음의 장벽 없애기 관련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강연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고 한다.
오토 씨가 밝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과 자신의 장애를 자신의 장점으로 인식하다-핸디캡으로 인식하지 않은 것만도 대단한 일이다- 자신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되기까지는 부모님과 선생님, 주위 친구들의 도움이 컸다.
자아 정체감의 형성은 부모에게서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오토 씨를 불쌍한 아이로 보지 않은 부모님의 태도가 -이것은 오토 씨와 어머니의 첫대면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오토 씨 스스로 자신이 불쌍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는데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오토 씨를 위한 초등학교의 배려도 인상깊었다. 오토 씨에게 전동 휠체어를 타지 못하게 한 것이나 체육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시킨 것 등은 오토 씨를 특별 대우하지 않고 보통 아이로 대하려는 노력이다. 물론 다카기 선생님과 오토 선생님의 방침 중 어느 것이 오토 씨에게 좋은 것이냐 라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두 방침 모두가 오토 씨에게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은 유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은 장애인을 보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묻지만 어른들은 그런 질문은 장애인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러한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모양이다. 아이들은 '오토의 룰'을 만들어서 오토와 스스럼 없이 농구나 피구를 하고, 산으로 가는 소풍에서 오토 씨가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끝까지 혼자 수영하는 오토 씨를 보고 우는 어른들이 이상하게만 보인다.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오토 씨 스스로의 도전정신과 의지도 대단하다. 나는 힘내라, 기운내라, 열심히 살아라 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힘이 들 때는 이런 말도 짐이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동안 이 책을 읽는 것을 피했다. 이 책이 힘내라, 기운내라, 열심히 살아라 라고 말할까봐. 하지만 저자의 글이 전체적으로 밝아서 부담감이 없었다. 저자는 책 처음부터 끝까지 세상은 아름답고 멋진 곳이며, 삶은 경이고 축복임을 말한다. 그리고 저자의 목소리는 그것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 이 특유의 밝고 천진난만하다. 보통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면 삶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 무시했을테지만, 사지가 없는, 열악한 신체조건의 그가 말하기에 나름대로 호소력이 있었다.
그리고 나라도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나니까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라는 말이 인상깊다. -책에 나오는 말인가? 아니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건가?
얼마전 뉴스에서 오토 씨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는 기사를 들었다. 끊이지 않는 오토 씨의 도전과 열정적인 삶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