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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러브 - 나를 사랑하는 시간
도미니크 브라우닝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슬로러브 - 괴로울땐 훌쩍 여행떠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구!
(부제: 스스로를 이기는 유쾌하고 알뜰한 방법 대공개.)
트로피와이프가 될 생각이 없다면 여성들은 모두 일과 사랑, 두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서 전력질주를 합니다. 근데 아줌마소리를 들을 나이에 회사는 망하고, 애인이란
작자는 유부남에 이혼을 질질 끌어서 사람의 속만 뒤집는 다면?
이 책<슬로 러브>는 그런 난처한 상황에 빠진 여자가 어떻게 자신을 찾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실화, 자전적 에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읽으면서 떠오른 책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입니다. 두 책다 모두 글 잘쓰고 똑똑하고 능력있는 여자가 주인공이죠.
실화이기도 하고요. 차이점이라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주인공은 바로 짐싸들고
일년간 여행을 하고, <슬로 러브>속의 주인공은 집안에 쳐박혀 정원을 가꾸며 균형을
찾아갑니다.
이 책<슬로 러브>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보다 좋은 점은 훨씬 현실적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영화로 만들어졌을때
주인공역을 했던 줄리아 로버츠보다 (제 관점에서는^^) 더 이쁘고 지적이고 우아합니다.
TED에서 작가의 고뇌에 대한 테마로 강연하는 걸 보고는 '아니,신이시여~ 요즘 심심해서
몰아주기하시는 겁니까?" 아주 화들짝 놀랬다니까요.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엄청나게
부자가 되었다고 하니 이것은 질투라는 단어로는 표현이 안되지요.
좌우당간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똑똑한 여자가 일과 사랑에서 실패했을 때 하는 행동을
생각해보자면 곧바로 여행가방을 싸가지고 콜택시를 부르듯, 비행기를 집어타고 3개국을
도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너무나 비현실적인 로망일 뿐입니다. 그러하기에 <슬로러브>의
도미니크 브라우닝은 훨씬 솔직하고 현실적이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본인을 찾아갑니다.
어찌보면 엘리자베스 길버트보다는 훨씬 찌질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우리 독자들에게는
더없이 합리적이고 공감을 많이 받을 꺼라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본인이 무너지는 과정과
심리를 적나라하게 공개하고 있죠. 그 불면증의 시절을 아주 디테일하게 비중을 들여서
묘사하고 있어서 오죽하면 블랙코메디처럼 보이기도 할 정도입니다.
결국 그녀는 품위있게 여행을 가는 대신, 재정상태를 고려하여 작은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영혼을 구원해주는 놀이를 습관화시키고 거기에서 서서히 치유되는 방법을 택합니다.
그녀는 브룩스 브러더스의 파자마를 입고, 우울할때는 좋아하는 쿠키를 맘껏 먹고,
그녀는 이사준비를 하면서 책을 정리하고, 다시 읽어보고, 소개팅을 하면서 맛난 것을
먹고, 남으면 싸가지고 오고, 새벽4시에 잠이 안오면 피아노를 치고, 예전에는 시간이
아까와 무시했던 도돌이표를 정성스럽게 다시 연주하며 바하를 익히고, 나자신만을 위해
요리하는 즐거움을 익히고, 머핀을 만들고, 슬로 쿠커랑 사랑에 빠지고, 좋아하면 친구
에게 부탁해서 인생의 사운트트랙을 듣고, 산책을 하고, 정원을 꾸미고, 수영을 하게
됩니다. 아주 서서히요.
그녀는 확실히 독서광이라서 그녀가 책을 정리하는 대목이 무엇보다 흥미있었습니다.
독서취향이 저랑 비슷해서 미소를 지으며 읽을 책 목록에 몇권을 추가하기도 했고요.
7년간이나 질질 끌어온 유부남과의 청산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그 우유부단하고
양가적인 남자, 스트롤러는 지금도 생각하면 목구멍에 분노가 차오르는군요. 똑똑한 여자
들일수록 정말 왜 이러는 건가요. 하지만 너무 환갑때까지 갈수도 있었을 그 관계를 청산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이 때늦은 분노는 사실 축복이기도 한거죠.
저는 사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보다 이 책<슬로 러브>가 더 맘에 듭니다. 무엇보다
도미니크 브라우닝의 그 유머감각이 좋아요. 이를 테면 스트롤러에 대해 광분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열패감이 가득한 밤, 땅콩버터에 와인만 퍼마시다가 아니다, 정신차리면서 내일은
장을 봐와서 제대로 먹겠다고 결심하는 대목에서 그녀는 이렇게 쓰고 있죠.
내일은 차를 몰고 가서 장을 봐오리라. 스테이크를 굽고, 샐러드를 버무리고, 식탁을 차려야지.
레드 와인은 하루에 한잔만. 하지만 먼저 식탁에 톨스토이의 책을 가져다 둬야겠다. 안나 카레니나가 달리는 기차에 뛰어드는 장면을 읽을 수 있도록.
넘 재미있는 유머감각 센스쟁이가 아닐 수 없어요. 뭐 곳곳에서 그녀는 역시 잡지사 편집장
으로써의 날카로운 시선과 여성의 기저에 깔린 원초적 심리, 그리고 자신을 객관화시켜
위트있게 표현하는 등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기대했던 것만큼 저에게는 어떤 에너지를
주었어요.도미니크 브라우닝의 이 책은 정말 솔직하고 따스한 매력이 가득해서 좋았습니다.
아, 그녀가 25년간 살았던 집을 팔기로 결정했을때 그녀는 벽에 입을 맞추고, 슬픔에 휩싸여
친구에게 즐을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하죠. 친구는 이럴때 들을만한 달콤한 슬픔의 노래를
알려줍니다. 삶이 그냥 스쳐가게 두지말라고, 추억을 위해 울지말라는 가사의 I Will Remember
You 란 곡이요. 저도 한번 찾아서 들어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오픈하우스 프로젝트를 하면서 여러곡을 듣게 되지만 이 음악을 들었을때는
정말 가구를 껴앉을 기세였다죠? 그녀는 그녀 인생의 다양한 사운드트랙을 듣고 연주하면서
결국 일년이 지난후에 읊조립니다.
나는 내가 얼마나 행복하며 운이 좋은지 깨달았다.
이제 두렵지 않다. 나는 자신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어찌 박수를 안칠수가 있을까요? 앞으로 브라우닝여사의 인생에 더욱 상큼한 일들이
가득하시길 기원드리며 더욱 견고하고 위트있는 새로운 책으로 만나길 바라면서
사라 맥라클란의 이 곡을 다시 들어봅니다.함꼐 들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