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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문학 걸작선 1
스티븐 킹 외 지음, 존 조지프 애덤스 엮음, 조지훈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 뉴스를 보면 전쟁과 테러, 폭동과 대지진, 기근과 폭우, 쓰나미와 화산등 소위 말세라고
불리우는 여러가지 전조들이 퍼레이드로 등장하고 있죠. 예전에는 장르문학중에서 특히
SF소설에서 단골로 건드렸던 '세계의 종말' 이라는 소재가 단지 책속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닌 것처럼 현실과 오버랩되고 공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 책<종말 문학 걸작선>을 기획한 존 조지프 애덤스는 그런 의미에서 요즈음이 바로
종말문학의 부흥기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정치기후는 마치 냉전시대와 흡사하고
전쟁과 이상기후로 인해 파괴된 황량한 세상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문학의 동인이 된다고
말하고 있지요. 저 또한 절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전쟁이 끝난후의 인류의 퇴보와 메시아의 죽음등 장엄한 서사시가
주를 이루지않을까 생각했지만 이 책속의 종말은 너무도 상상이 가능하고 개연성도 충분한
이야기들이라 더욱 몰입하게 되더군요.
이 책 <종말 문학 걸작선>은 SF소설가의 작품중에서 12편을 엄선하여 종말문학의 주옥같은
예언과 통찰력을 보여줍니다. 이 책 <종말 문학 걸작선>은 책표지에서 보여지는 암울한
풍경으로 끝나는게 아니고 그후고 모험에 대한 우리의 새로운 발견과 전율, 새로운 개척에
대한 갈망등 비판적이지만 날카로운 순간을 포착해냅니다.
12편중의 첫작품은 소개가 필요없는 스티븐 킹의 <폭력의 종말>로 포문을 엽니다.이 유명작가의
작품으로 오프닝을 하는 이유로 보통은 작품자체가 탁월하거나 강한 정서적인 인상을 남겼을 경우,
그리고 다른 작품의 기조를 결정한다고 여길 경우인데 이 단편은 이 세가지를 모두 충족시킨다고
선정이유를 밝히고 있는데 진짜 손에 땀을 쥐면서 충격적으로 끝나더군요.
읽고나서 정신이 얼얼했어요.
이 책<종말 문학 걸작선>은 또한 핵전쟁과 생물학적인 재앙,지질학적인 재앙등
대격변속에서 우리들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고 있는데 아쉽지만 외계인이 침략하는
범우주적 재앙은 예외시켰습니다. 다음 기획에서 UFO관련한 것은 다룬다고 하네요.
특히 번역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은데 굉장히 번역이 매끄러웠습니다. 가끔 오타는 보였지만요.
예를 들어 한 인물을 묘사할때 열심히 일하고 기타솜씨도 뛰어난 사람을 표현하는데..
한마디로 주경야록(晝耕夜Rock) 하는 '싸나이'라 하겠다.
라고 다듬었더군요. 이 원문은 도대체 어떤 영어문장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사자성어를
비트는 그 센스에 감탄을 할수 밖에 없었어요^^
종말문학은 가상이든 현실이든 지금까지 우리가 저지른 죄에 대한 문학적 단죄로 여길 수도
있지만 이 책속의 12편의 소설을 읽다 보면 어쩌면 이것은 종말이라는 과거의 빚을 청산하는데
끝나지않고 새 출발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게 신선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바를 조금 더 빨리 알았을 경우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을지에 대한 스틸컷일수도 있고요.
이 단편들이 묘사한 폐허와 방황은 묵시론적인 차원을 넘어서 과학적,사회적,생리학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그 여진속에서 일어나는 생존과 삶에 대한 뜨거운 입김을 느끼게 해주니까요.
또 이번 기회에 제가 눈여겨보고싶은 작가를 발견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파올로 바시갈루피라는 소설가인데 그의 <모래와 슬래그의 사람들>은 정말 좋았어요.
파올로 바시갈루피의 다른 책들도 찾아읽어봐야겠습니다.
덧붙여서 SF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 종말문학걸작선>을 한번 접해보시지요.
마치 12첩 임금님 수랏상을 먹는 듯한 푸짐한 만족감을 느끼시리라 생각되어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