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고, 또 그것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는 것,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이다. 아직 난 기록을 남길 정도의 자신있는 무언가가 없지만, 앞으로 만들고 싶고 또 만들것이다. <위대한 한스푼>은 두 부부가 함께 요리를 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들, 요리레시피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놓은 책이다. 부부가 함께 무언가를 공유하고 의논하고 이렇게 책을 만든다는 것 자체도 너무나 부럽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위대한 한스푼>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단지 음식 이야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역사적 인물들의 독특한 성격, 재미있는 에피소드, 흥미로운 역사이야기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게다가 가끔씩 등장하는 요리 레시피를 보는 재미도 있다. 사실 내가 전혀 못 들어본 특이한 재료들, 생소한 요리 이름들이 더 많이 실려있지만, 꼭 요리를 해보기 위함이라기 보다 "아, 이런 요리도 있구나" 하고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책의 목차는 1월(JANUARY)부터 12월(DECEMBER)까지 월별로 파트가 나누어져 있고, 각각의 소 제목들은 다양한 요리, 역사, 관련이야기 들로 이루어져있는데 예를 들면 1월의 에펠탑, 소금, 디너파티, 2월의 올리브, 룸서비스, 초콜릿, 이쑤시개, 3월의 안나 카레니나, 파스타, 웨이터, 고대 그리스의 요리책 등등 특별한 분류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나열되어 있다. 각각의 소 주제들은 서로 이어지기보다는 각각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때문에 특별한 순서가 없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읽어도 잘 이해가 안가는 몇 가지가 있긴하지만, 대체로 부담없이 편안하게 읽기에 좋은 이야기들이 가득차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초반부 부분만 살짝 언급해보겠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명소 파리의 '에펠탑'은 처음 세워졌을때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국기게양대라며 비웃음거리가 되었었다고 한다. 모파상은 에펠탑을 흉물스러운 해골이라부르며 에펠탑 밑에서 밥을 먹었는데, 그 이유가 더 흥미롭다. 바로 그곳만이 유일하게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란다. 터키의 콘스탄티노플에서는 남편이 부인이 만들어준 커피를 거절하면 이혼사유가 된다고 한다. 그 정도로 커피는 이집트와 터키의 필수 기호품이라고 하는데 하루 30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 발자크가 이른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은 커피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하루 네 잔 이상 커피를 마시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또 소금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영어의 샐러리(salary)가 소금(salt)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로마시대에 군인들에게 급여의 일부를 소금으로 주거나 소금을 사라고 특별수당을 준 데서 기원한 것이란다. 이 밖에도 포크에 관한 이야기, 달걀반숙에 대한 정보, 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가 담긴 올리브이야기, 사진과 함께 설명해주고있는 주방용 칼에 대한 재미있는 정보 등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의 짧은 지식으로 몇몇의 이야기는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기도 했지만, 대체로 부담없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인것 같다.
음식이 단순한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닌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었으면 하고, 단순히 읽히는 데 그치지 않고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램은 이루어질 것 같다. 아니 이미 이루어 진듯하다. 책을 읽는 동안, 난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나 또한 음식은 단지 먹고살기위함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한스푼>은 그냥 한번 읽고 마는 그런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꺼내보기에 유용한 정보들이 실려있다. 소설처럼 연결된 이야기가 아니라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때문에 관심있는 부분부터 읽어보아도 무방할 듯 하다. 책을 보고 나니 음식 하나하나 보는 느낌이 달라진 것 같다. 달걀프라이를 하다가도 소금을 보며, 달걀을 보며 다양한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음식에 대한 고마움, 음식에 대한 역사와 에피소드 등등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나에게 또 하나의 재미거리를 선사해준 <위대한 한스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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