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세기의 신화 - 휴전선 남.북에는 천사도 악마도 없다
리영희 지음 / 삼인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리영희 교수의 남북에 대한 총체적 글들을 접할 수 있을 법한 비평집이 나왔다. 부제 '휴전선 남북에는 천사도 악마도 없다'가 시사하듯이 리영희 교수의 진보적 통일관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의 표지에 이 책에서 리 교수가 제시하는 통일에 관한 시각이 단적으로 드러난 부분이 실려 있는데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50년 동안 각기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온 두 개의 사회가 다시 하나가 되자는데, 어떻게 한쪽만 변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변하지 말아야 하는가? 현실세계에서 어떤 사회는 절대 선이고 어떤 사회는 절대 악일 수 있는가?......그 천편일률적인 주장들이 판을 치는 곳에서 나는 외롭다. '북한이 남한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남한의 얼굴을 한 번쯤 거울에 비추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통일에 관한 한 나는-물론, 보수주의자들 같지는 않지만-북한의 체제가 많은 부분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붕괴가 더 적절한 표현이겠다), 한국 사회 속에서 드러난 자본주의의 폐해들을 접어둔 채 북한은 악, 남한은 선이라는 단순한 양극화에 반대하는 리 교수의 지적을 한 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서에는 실로 다양한 내용의 글들이 실려있어 누구나, 아니 통일을 갈망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리 교수의 글들을 읽어봐야 할 것이라 여겨진다. 황장엽과의 대담도 흥미로웠고, 또한 책의 전반부에 실린 리 교수의 실제 집안 얘기에서는 개인적으로도 참 마음이 착찹했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