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에세이 - 과학, 인간과 사회를 말하다
홍성욱 지음 / 동아시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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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마지막 장의 제목이 "STS를 아십니까"이다. STS는 Science and Technology Sudies, 즉 과학기술학이란 학문을 의미한다.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는 이 학문은 과학과 기술 그리고 사회의 상호 연관성과 유대, 통합을 그 방향성으로 삼고 있다.

과학철학과 과학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던 저자는 이제 더 넓은 시각으로 기술과 사회를 논한다. 하이브리드, 즉 잡종이라는 개념으로 학문 간의 벽을 허무는 데에 기여하는 본서는 요사이 유행하고 있는 '통섭'이란 개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또한 더이상 과학과 진리, 혹은 통섭의 범주에 그치지 않고 사회와의 유기적 관계들, 과학과 윤리, 기술과 사회, 과학과 정치와 같은 부분들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방대한 사례와 정의들을 통해 현대의 이슈들과 한국사회의 논쟁거리들을 접근해 나간다.

이런 시도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우리에게 그의 접근은 신선하다. 앞으로도 과학기술학의 화두들이 학계, 그리고 사회에 널리 회자될 듯 하다. 이 책은 대다수의 대중들에게도 유익하겠지만 특히 자연과학 및 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에게 보다 큰 그림을 제시해 줄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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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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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등으로 익히 알려진 신영복 선생의 "청구회 추억"이 책으로 발간되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개정판에서 추가되었던 글에 김세현 선생의 그림과 조병은님의 영역이 더해져서 예쁜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책 디자인은 깔끔하다. 소장가치를 더하기 위해 디자인과 그림 등에 신경을 쓴 기색이 역력하다. 게다가 책 안에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발간 20주년을 기념하여 오디오북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신영복 선생의 책들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컬렉션 리스트에 오를 만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꼭 말해야겠다.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나는 신영복 선생을 인생의 손꼽는 스승으로 생각하고 존경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엽서" 재출판을 할 때에도 4만원에 육박하는 책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육필 원본을 영인했다는 사실에 의미부여를 하며 그냥 넘겼다. 선생이 출소 이후에 비교적 현실 정치 각론에 있어 어떤 부분에서도 힘을 실어주지 않음에도 나는 강준만 교수의 지적대로 그 분의 존재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실망스럽다. 이미 컨텐츠 자체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소개된 지도 어언 10년이 지났다. '청구회 추억' 부분만 추려서 책을 낸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134쪽의 책이 처음 글이 속해 있던 "감옥..."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발간된 데에는 '상술'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이 너무 극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러한 부분을 의식해서인지 전혀 상관도 없는 원본 책 다른 내용이 담긴 오디오북을 서비스로 준다는 것도 너무 구색이 맞질 않는다.

고전이 사랑받을수록 문고판의 책들이 자리를 잡고, 재생지를 쓰거나 저렴하게 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는 방향으로 출판 컨셉트를 잡기 마련인데 우리의 스승인 신영복 선생의 책들은 그 반대 방향으로 자꾸만 나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다. 이렇게 글을 쓰기까지 마음이 쉽지 않았다. 물론 나는 이번에도 선생의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신영복 선생이 출판하는 책들은 앞으로도 계속 구입할 계획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불편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신영복 선생의 책에서는 부디 '상술'이라는 느낌이 묻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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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 2008-08-02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서지정보만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는데요. 책을 직접 받아보니까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또한 함께 딸려온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오디오북>, 선생께서 낭송해주는 "여름징역살이"를 들으면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느낌들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영복선생의 독자들에게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오디오북>은 전혀 상관 없는 경품이 되지는 않을듯 하네요. 오히려 처음 글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책을 느끼고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 합니다.

myjay 2008-08-02 14:41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이 테디님처럼 말씀하실 것 같아서 저도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청구회 추억"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오디오북을 추가한 것이 맘에 들지는 않습니다.

lcj21c@naver.com 2008-08-1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디오 북을 추가하게 된건, 아마도 출판사쪽의 의견이겠지요..ㅎ
상술이라는 느낌..
그러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선생님께서, 그러실 분도, 그럴만한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어디까지나, 글을 쓰시는 분이고, 그 글을 내어 주는곳의 의견도,무시할 수는
없는거니까요.
 
베를린 필하모닉 발트뷔네 콘서트 박스 세트 1993-2002 (10disc) [알라딘 특가]
스펙트럼DVD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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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였나. TV에서 베를린필의 공연을 방송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사이먼 래틀이라거나 클라우디오 아바도, 제임스 레바인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들을 잡지에서만 보는 게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TV를 통해 본 그 날 공연은 야외에서 진행되었고, 초저녁에 시작된 콘서트는 어두워져 청중들이 촛불을 켜고 있을 정도로 낭만이 가득했다.

그런 분위기의 공연은 처음이었다. 그 날 지휘는 세이지 오자와였고 베를린 필이 왜 훌륭한 오케스트라인지 오자와는 왜 마에스트로로 칭송을 받는지 새삼 확인한 공연이었다. 몇 번의 앵콜에서 청중은 휘파람을 불어댔고 그 휘파람마저 지휘로 오케스트라와 교감을 시킨 오자와와 베를린필의 공연은 나를 클래식의 세계로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 이후로 많은 클래식 음반들도 들었고, 오페라와 교향곡 연주회도 실제로 가보았지만 정작 내 기억에 TV로 본 그날 밤의 공연만큼 나에게 강력한 경험은 그 이후로 없었던 것 같다. 그 공연이 매해 열리는 베를린필의 발트뷔네 여름 콘서트임은 나이가 한창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물론 많은 공연들이 그 콘서트보다 훌륭했겠지만, 내게는 클래식 입문을 하게 만든 장본인격인 이 공연에 특별히 더 애정이 가는 건 사실이다.

시간이 흘러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저가형 DVD 바람에 실려 발트뷔네 콘서트도 저렴하게 발매가 되었다. 협연한 솔리스트와 가수들 그리고 지휘자들이 화려하기 그지 없다. 시간이 오래 흘러서 조금은 촌스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시 봐도 그 때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개인적으로는 클래식을 즐긴다면 반드시 구입을 권하고 싶다. 단점이라면 유명한 곡들을 주로 레파토리로 삼는다는 것. 그리고 선물용으로는 케이스가 좀 허접해 보인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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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문제와 하나님의 정의
톰 라이트 지음, 노종문 옮김 / IVP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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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악에 대한 기독교적 답변은 이미 정리가 된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그와 관련된 책을 또 읽으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저자인 톰 라이트의 이름 때문에 샀다. 톰 라이트라면 이 주제를 어떻게 끌고갈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간 톰 라이트의 저서들은 모두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다. 너무 멀리 나아가지 않으면서도 기존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부분들에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곤 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는 악의 본질을 직시하지 않는 탈근대주의적 시대성을 비판하며 악의 문제를 성경적 텍스트에 충실하게 짚어나간다. 하지만 컨텍스트를 잃지 않으면서 긴장감 있게 '악'이라는 주제를 풀어간다. 만일 당신이 기독교인이라면 그리고 악의 문제에 대해 나름의 정리가 끝났다고 굳게 믿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당신이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기독교 자체에 관심이 없는 한 이 책은 크게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철저한 성경적 배경 아래서 악의 문제를 규명하기 때문에 기독교에 대한 근본적 가정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은 단점도 있다. 톰 라이트 저작들의 단점들이기도 한데, 분량이 작은 책들은 너무 간략하게 진술하고 있어서 개략적인 것들만을 보게되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그의 1000여 페이지에 걸친 두꺼운 저작들을 모두 읽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른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JESUS 코드> 같은 어정쩡한 책들을 많이 출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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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 역사의 발자국 헤아리기
고종석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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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이 365일의 주요 날짜에 대한 짧은 기록을 정리한 책이다. 소개글을 보니 2000년 11월부터 2005년 2월 28일까지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오늘'이란 매일 칼럼 중에서 넣고 빼고를 하여 추린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고종석의 에세이를 즐겨보는 나는 한 면 당 한 개의 글에서 그의 진면목을 보기는 어려운 것 같았다. 다만 하루 중에 잠시 쉴 때 잠간 펼쳐 보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그 사건들 중에서 굳이 하나를 추려야 한다면 나는 어떤 사건을 기록하게될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많은 지면을 제3세계에서 그리고 저항자와 소수에 할애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다고 느껴진다.

현대 사회에서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방대한 지식과 정보 자료들 속에서 내가 어떤 '의도'로 특정한 정보를 선택하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겠는가 하는 문제인 것 같다. 덜 중요해보이는, 덜 가진, 덜 유명한 소수의 사람들의 가치를 돌아보고 그들의 삶을 살펴보는 것에 나도 인생의 한 부분을 할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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