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쓰는 일 - 상실의 늪에서 오늘을 건져 올리는 애도 일기
정신실 지음 / IVP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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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그렇게 단숨에 빨리 읽을만한 책은 아니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딸로서 1년 간의 감정과 묵상, 그리고 슬픔을 충분히 적어내려간 '애도일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앉은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다 읽었다. 책이 나를 '읽게' 만들었다.


애도의 글에 적절한 표현은 아니겠지만 결례를 무릅쓰고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중간에 책을 덮을 휴지를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느슨하거나 지루할 틈이 없었고, 애도의 글이 때론 슬픈 감정을 반복적으로 늘어놓아서 오히려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면 부담스럽거나 도리어 불편할 때도 있는데 그런 이질감 없이 내가 오롯이 '엄마의 장례를 치른 당사자'로 이입되어 그 깊은 연결감 근처까지 닿는 느낌이었다. (그 연결감은 당사자가 아니므로 '경험'했다고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서 '근처'라고 썼다).


과거 그녀가 쓴 책을 읽으면서는, 책보다는 그녀의 '말'이나 강의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뭐랄까, '공연'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한 것 같은데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소리와 표정, 말투가 더 정감이 가서인지 같은 내용을 글로 읽을 때는 그런 게 축소되는 느낌이 아쉬울 때가 있었다. 아마도 밝게 보이려는 모습이 매번 글에 투영되어서였던 것 같다. 뉴조 연재를 묶어낸 <신앙 사춘기> 책에서는 약간 스타일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더이상 보이는 모습에 연연하지 않는, 조금 어둡더라도 숨김 없이 내적 음성을 섬세하고 명료하게 쓰게 되었다고 생각했고, 그또한 반갑고도 감사하게 읽었다.


이번 책에 대해서는 넘겨짚거나 말을 얹기가 부담스럽다. 사적인 글이기도 하지만 애도의 글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굳이 이번 책에 대해 짧게 말한다면 아마 애도에 관한 책들을 통틀어 이 <슬픔을 쓰는 일>보다 더 풍성하고 명료하고도 적절한 책은 더이상 없을 것 같다. 그렇기에 올해 읽은 책 중 단연 으뜸이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차분히 연말까지 몇 번을 더 읽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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