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7일 전쟁 카르페디엠 27
소다 오사무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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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들 스물두 명이 똘똘 뭉쳐 어른들에게 저항하는 이야기 <우리들의 7일 전쟁>. 이 소설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모두가 끝까지 함께 한다’는 사실이다.    

 

해방구 만드는 일에 앞장을 선 에이지와 도루도 그게 신기한지 해방구에서 철수하는 날 아침, 옥상에서 강가를 내려다보며 이런 대화를 나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니까. 어떻게 모두가 함께할 마음이 되었을까.” 

“글쎄 말이야. 그리고 처음에는 좋아해도 이런 생활을 하다 보면 반드시 2, 3일 뒤에는 불평이 나오기 마련인데. 불평 한마디 나오지 않았어.” 

 

선전 포고로 시작되는 첫째 날부터 철수로 이어지는 일곱째 날까지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이 어떻게 변화해 갈지 은근히 기대하면서 따라갔다. 은근한 기대란 다름 아닌 해방구 안에서 벌어질 갈등상황이었다. 조직이란 으레 당초의 결의와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구성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상황이 벌어지고 와해되기 마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이 진행될수록, 하루하루 시간이 더해갈수록 나의 예상과 달리 아이들의 결속력은 더해갔다. 저마다 갖고 있는 특별한 재능은 함께 하자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해방구 방송을 통해 어른들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도청을 통해 비리를 폭로하는가 하면 미로를 만들어 자신들을 괴롭혀온 선생들을 골탕 먹이기도 한다.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유괴사건을 해결하는 한편 폭죽을 만들어 사랑을 표현하기도 한다. 서로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서로 힘을 실어주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러니 7일 전쟁에서 아이들은 보기 좋게 성공할 수밖에 없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중학생, 그것도 1학년이 어떻게 해방구를 만들고 어른들과 싸울 수 있다는 말인가, 소설의 설정에 대한 의심은 소설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희미해져 가다가 말미에 이르면 깨끗하게 사라진다.  

 

“우리도 힘을 합치면 어른들이랑 싸울 수 있어.”  

 

소설의 도입부에서 도루가 에이지에게 건네는 말처럼, 각자는 힘이 없을지 몰라도 힘을 합치기만 하면 상대가 누구든 싸울 수 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가 끝까지 함께 한다’면 예상치 못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우리들의 7일 전쟁>은 1985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었다. 그리고 2011년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시간적으로 그 간극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흥미롭게 읽힌다. 1960년대 일본과 1980년대 한국의 사회·정치적 상황, 일본의 전공투 세대와 한국의 386 세대가 서로 겹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차별과 불평등, 모순과 불의는 오늘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7일 전쟁>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읽어야 할 소설이다.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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