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통한 날 문학동네 동시집 2
이안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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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는 동화와는 다르게 하나의 단어, 하나의 사물을 포착하여 가리키는 손끝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만히 그 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간결하고 다정한 문장들이 마음속에 고스란히 들어와 앉는다. 그것은 오래된 추억을 퍼 올리는 것처럼 온 몸을 간지럽고 긴장되게 하는 일이다. 한 편의 동시를 읽고 한 송이 꽃 이름을 알게 되었고, 한 편의 동시를 읽고 한 명의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 두 번째 권인 『고양이와 통한 날』은 특히 현대화된 생활 속에 잊힌 자연의 모습과 그 속에 어울려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소박하게 담겨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이야기 속에는 ‘빨래를 해서 널면 잘 말려 줄 건지/ 하늘에 여쭤 보고/ 바람에게 물으시는’ 아버지와 ‘나물거리로 뜯기고/ 소꿉놀이 꽃 반찬으로 꺾여도/ 해에 한 번은/ 둥근/ 씨앗 둥지를 트는’ 제자리 민들레가, ‘눈만 숨는 숨바꼭질’하는 아기가, 개장수의 ‘염소 삽니다아 개애새애끼이’하는 확성기 소리 등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벌에게 겁 없이 얼굴을 내준 해바라기를 착하다고 말하는 것, 천둥 치는 밤 새 용서를 빌다 새벽에 깨는 마음은 매일 서너 개의 학원 가방을 챙겨 달아나는 거리의 아이들에겐 놓치기 쉬운 동심일 수밖에 없다. 길을 건너는 두꺼비 한 마리에게 사람들이 차를 멈추고 길을 양보하는 마음을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아이들에게 동시를 통해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유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이 동시를 읽지 못했다면 결코 이러한 생각에 닿지 못했을 것이다.
  동시는 짧고 간결하지만 그 안에 무수히 뻗어 있는 이야기 주머니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아이와 앉아 눈을 나란히 하고 천천히 동시를 읽어 본다. 소리 내어 읽으면 오래전 할머니에게 들은 노래처럼 정겹다. “시골에는 이런 꽃이 살지, 엄마는 어렸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지, 네가 올려다보는 나무는 아마 너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있을거야.” 자연과 눈을 마주치고 말문을 트게 하는 책. 잠들기 전에 꿈길을 열어주는 책. 아이에게 좋은 친구를 한 명 소개한 것 같은 뿌듯한 마음이 들어 내내 내가 먼저 펼쳐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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