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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하는 마음 - 작은 출판사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글 111
봄동이 엮음 / 혜윰터 / 2025년 9월
평점 :
새로 시작한 공부의 한 주 수업이 모두 끝나는 목요일은 왠지 금요일을 떠올리게 한다. 목요일의 하굣길엔 여유로운 금요일을 보낼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알라딘을 켜고 주말을 함께 할 책을 나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어느 주엔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 중인 책나물 출판사의 봄동이 편집자님이 엮은 『발견하는 마음』(혜윰터)과 함께했다. 제목에 먼저 끌렸고, 작은 출판사의 책들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문장들이 모여있다는 이야기에 손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발견하는 마음을 지켜살려 하지만 사정에 막혀 그렇지 못한 날이 많았다. 정신을 어지럽히는 일과 견딜 수 없는 감정을 떨쳐내려 싸우다 하루가 끝나고 그런 날은 고단해도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나를 내팽개쳐 버리고.
가붓한 책에 담긴 문장들이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첫 문장처럼 거기에 있다. 처음 펼쳤을 때 좋아하는 책 『어떤 꿈은 사라지지 않고』의 문장을 만나 반가웠고, 아직 읽지 못했지만 마음에 담았던 정지우 작가님의 책 속 문장을 반복해서 만나 운명인가 싶었고, 이정하 작가님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산책』의 산책에 대한 짧은 문장을 만난 뒤엔 지금 바로 무언가를 시작하고픈 설렘을 느꼈다. 김수경 작가님이 좋아하는 것들이 담긴 스크랩북 이야기를 미소 지으며 읽다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김성은 작가님의 글을 통해 나 또한 '변두리'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으며 용수 작가님의 문장을 본 날은 천천히 깊은 호흡으로 스스로에게 친절해지기로 했다…… 읽다 보면 내 안에 펼쳐지는 나의 문장들이 교차되어 페이지는 더디고 느리게 흘러갔다. 마음이 붙들린 곳에서 글을 따라 적고 내 안에 떠오르는 문장도 옮겨 적는다. 그렇게 이 책을 발견으로 가득 채워가고 싶다는 생각. 너무 예뻐 이곳에 쓸 수 있을까 싶은 첫 마음도. 한동안은 넘기고 만지며 머무르고 싶다.
고개를 박고 글을 옮기다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학교에서 백일장이 열리면 연습지에 얼기설기 써 내려간 글을 왼쪽에 두고 오른쪽에 반듯하게 펼친 원고지와 번갈아보며 옮겨 적던 일. 볼펜으로 쓰던 날은 틀리면 그 원고지 한 장을 찢어 첫 자부터 다시 쓰기도 하고, 찢은 원고지 칸을 오려 틀린 글씨를 덮어 쓰기도 했다. 다 옮겨 적은 뒤엔 표지도 만들고.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과제물을 보며 상을 받을 수 있을까 싶은 기대감에 설레던 어린 마음이 몽글몽글 간지럽게 떠오른다.
책을 펼쳐도 집중이 되지 않고 길을 헤맬 만큼 힘든 날이 있다. 어떤 것도 붙들 수 없는 순간 이 책을 펼치면 나의 등을 쓸어주는 글을 발견하고 위로 받을지 모른다. 그 문장을 꾹꾹 옮겨 적는 사이 지금으로 돌아올 내 안의 힘을 발견하게 될지도. 지난 며칠 간 신기하게도 그런 문장이 나에게 찾아와 주었다. 발견하는 마음을 가운데 두고 살고 싶다. 그 새로운 만남 앞에 언제나 망설이지 않고 웃으며 손을 내밀 수 있기를. 앞에 놓인 책의 빈 페이지마다 설렘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