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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재발견 - 내가 좋아하는 나로 사는 144인의 일상력
컨셉진(월간지) 편집부 지음 / 컨셉진 / 2025년 4월
평점 :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나'로 살고 있나요?
그렇게 살고 싶고 살아도 된다는 걸 알지만 여전히 해야 하는 일로 습관처럼 몸이 기운다. 나름대로 방법을 찾으며 나를 보살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지난 5월의 부담감을 버티지 못하고 마음이 쓰러졌다.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전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그때 컨셉진의 질문을 만났고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알 수 없는 사람처럼 멀어진 나에게서 '내가 좋아하는 나'를 찾고 싶었다. (넘어진 채로 좀 있어도 되는데.) 나로 산다는 건 무엇일까. 나로 살고 싶지만 맘처럼 되지 않아 지쳐버린 내게 힘이 될 문장을 만나고 싶었다. 책을 받고 에디터의 편지를 읽다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나로 사는 144인이 전한 일상력을 통해 평범했던 일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사는 법을 발견하고,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DITOR'S LETTER> 중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차례'를 본 일이 있는지. 차례만 읽어도 값을 다했다. 인생을 찬란하게 만드는 가족과의 시간, 모두에게 아름다운 일상 떠올리기, 계절의 질감을 간직한 제철 채소 먹기…… 읽어 내려가는데 가슴이 꽉 들어찬다. 웅크리고 있던 어깨에 힘이 풀리고 몸 안에 공기가 차오르는 느낌. 일상을 아름답게 하는 법을 연구하는 컨셉진이 선정한 144인의 일상에 아름다움이 물든 순간을 모아 읽고 간직할 수 있다니. 한 사람, 한 사람의 세계에서 직접 고른 하이라이트 장면을 읽으며 마음이 조금씩 느슨해졌다. 좋아하는 색으로 문장에 밑줄을 긋고 페이지의 여백에 머무르며 그 순간을 함께 했다. 그리고 이와 다르지 않은 일상이 나에게도 흘러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상이 반복이라면, 나는 그 반복을 타고 여행하는 여행자가 되기로 했다. 순환하듯 여행하며 나를 즐겁게 할 것을 찾아 나선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일상은 더없이 아름다워진다. -p.139
이 페이지를 읽은 날 돌아오는 퇴근길을 낯설게 걸었다. 하늘을 오래 보고 나무의 흔들림을 보고 들리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훌쩍 커버린 나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 빼놓지 않고 들렀던 놀이터도 보였다. 여행이라고 생각하자 걷던 길이 낯설어지고 오감이 깨어나며 새로운 이야기가 떠올랐다. 때론 걷지 않던 길로 나를 옮기고 그곳에서 위로가 되는 순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내 마음 또한 나에게 그러한 여행지인지 모른다. 일상에서 빛나고 있었지만 괴로움에 골몰하며 알아보지 못했던 순간들이 선명해지며 다시 떠나 볼 용기도 생겼다.
항상 내가 아닌 쪽으로 나를 데려가려 했다. 전전긍긍하면서. 실패할까 불안해하면서. 새 노트를 마음껏 시작하지 못하고, 틀려도 괜찮다, 실수해도 좀 별로여도 뭐 어때, 하며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나에게 그렇게 해야 한다 다그쳤다. 불편한 상황 속에 나를 밀어 넣고 해내길 기대하며 스스로 상처 입었다. 일상이 무언가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으로 지배될 때 몸과 마음은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을 못 들은 척 생활은 뭉뚱그려지고 슬픔이 시야를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형상 없는 부담과 두려움이 내 안에서 뒤엉켜 나 또한 그 속도에 빨려 들어갈 때, 거기서 나를 꺼내줄 힘은 그 무엇도 누구도 아닌 일상력이었다. 나의 일상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은, 그 어수선함 속에 '내가 좋아하는 나'를 나와 만나게 해주는 것이었다.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적 경험에 따르면 그것은 특정한 물건이나 대상에 있기도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지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따라서 일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상태'로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p.111
책을 읽으며 이미 나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 일어났으면 하는 일들을 가름했다. 아무것도 아닌 듯했던 나의 일상을 알아보고 프레임을 씌워 소중히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행복은, 아름다움은 그것을 목표로 살아가며 만나는 것이 아니었다. 발견하고 간직하는 것이었다. 마음이 옹졸해질 때마다 책을 펼쳤다. 펼쳐진 페이지에서 호흡을 되찾았다. 삶에서 재발견한 것들로 잃어버렸던 일상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덜어내며 간결해지고 간절해졌다. 그리고 '굳이'를 아끼지 않기로 했다. '굳이'하고 싶은 끌림에 어김없이 지기로 했다. '아름다움은 늘 우리 주변에 있고, 그것은 우리가 발견해 주길 기다리고 있'(p.139) 으니 우리는 '자기 자신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상태로 만들고 유지하며' 그것을 알아보고 끌어안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나는 내가 좋아하는 나를 만나러 오늘로 여행을 떠난다. 나의 마음이 틀리지 않다 이야기해 준 든든한 책이 있어 이 여정은 당분간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 덧, 굳이의 뜻을 찾아보다가 의외의 발견을 했다. 1. (부) 단단한 마음으로 굳게. 2. (부) 고집을 부려 구태여.
하나의 단어에 상반된 듯한 두 개의 뜻. 대부분 두 번째 뜻으로 쓸데없이 하는 일을 가리키며 사용해왔는데 '단단한 마음으로 굳게'란 뜻이 있었다. 단단한 마음이란 고집을 부리는 일과 별다르지 않고. 고집을 부리며 하는 것도 어쩌면 스스로를 믿는 단단한 마음의 일부... 상황을 어떤 단어로 어떤 뜻으로 표현할지, 그것을 어떻게 볼지는 나의 생각과 선택이구나 싶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충분할 수 있고 아름다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그러한 단어들로 가득한 내가 있다면 말이다. 그러니 일단 나에게 잘하자!
이미 아름다운 나의 일상을
굳이 손가락으로 짚어보는 연습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p.129
*해당 도서는 서평을 위해 자기발견 매거진 컨셉진으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