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하고 안 놀아 - 개정판 창비아동문고 146
현덕 글, 송진헌 그림, 원종찬 엮음 / 창비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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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 책을 소개할 기회가 생기면
얼른 이름을 꺼내고 보는 책이 몇 권 있습니다.
현덕 동화집 <너하고 안 놀아>도 그 중 한 권이지요.

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현덕'이란 작가를 몰랐습니다. 
알고 보니 북으로 넘어간 작가여서
다른 월북 작가들처럼 오랫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물론 <너하고 안 놀아>가 처음 나왔을 때 그랬다는 거고요. 
지금은 현덕의 작품을 다 묶은 <현덕 전집>도 나오고 
짧은 이야기 한 편씩을 그린 그림책도 많이 나왔지만요.

이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설명하면
'노마, 똘똘이, 기동이, 영이가 노는 이야기'입니다.
진짜로 그게 다예요.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구구절절 이 사건 저 사건 나오고 이런 말 저런 말로 꾸민 이야기보다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몇 줄 적어볼까요? ^^

  기동이가 옥수수 과자를 먹고 있습니다. 저고리 앞자락에 한 웅큼 감추어 쥐고 하나씩 빼 먹습니다. 그 앞에 영이가 마주 앉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골목 응달입니다. 기동이는 옥수수 과자를 혼자만 먹습니다. 하나를 먹습니다. 둘을 먹습니다. 셋, 넷을 먹습니다. 그 앞에 영이는 말없이 보고만 있습니다.
  마침내 영이는 입을 엽니다.
  “맛있니?”
  “그럼.”
  “다냐?”
  “그럼.”
  그리고 기동이는 영이가 더 먹고 싶어하라고 일부러 더 맛있게 먹어 보입니다. 하나를 꺼내 들고 얼마나 맛있는 것인가 한참씩 눈 위에 쳐들고 보다가는 넙죽 넙죽 돼지 입을 하고 먹습니다. 그 손이 오르고 내릴 때마다 영이 눈도 따라 움직입니다. 기동이는 옥수수 과자를 혼자만 먹습니다. 다섯을 먹습니다. 여섯을 먹습니다. 일곱, 여덟을 먹습니다.
 
<옥수수 과자>라는 이야기의 첫머리입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지금은 고등학생인 딸내미가  

아직 초등학교에도 들어가기 전입니다. 

사실 과제로 읽어 오라기에 읽었을 뿐,
처음에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었어요.
뭐 특별한 줄거리도 없고, 얘가 걔 같은;;; 애들만 서넛 나오고...
심심하구만 뭐,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

그런데 일곱 살 난 딸내미한테 한 편을 읽어 줬더니 재미있다더군요.
뭐가 재미있는데, 그랬더니 그냥(!) 재미있답니다.
먹을 게 나오는 이야기여서 그런가 하고 (제가 딸내미를 보는 눈이 이렇습니다;)
딴 걸 읽어 줬는데 그것도 재미있대요.
이 책 어디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싶어서 신기했어요.

그 뒤로 시간 날 때마다 한 편씩 두 편씩 읽어 주다 보니
꼬맹이들 노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야기가 점점 좋아졌고, 
소리 내어 읽으면 입에 짝짝 달라 붙는 그 글맛에 빠졌습니다. 
다른 책 보듯이 눈으로만 훌훌 읽고 넘겼으면
이 책의 매력을 아직까지도 알지 못했겠지요.

주위에 아이들이 있으면 아이들과 함께,
없으면 혼자서라도 꼭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이 책의 매력은 '맛을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
 

 

2011/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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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10-15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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