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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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고 달리고 달리고 달린다~’ 이런 노랫말이 들어가는 엄청 정신없고 신나는 음악이 생각났다. 검색해보니, 노라조의 슈퍼맨이였다. 잠깐 가사를 인용하자면 이렇다.

 

<전략>

아들아~ 망토는 하고 가야지

아뿔싸~ 어쩐지 허전하더라

 

파란 타이즈에 빨간 팬티는 내 charming point

오늘도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돌아라 지구 열 두바퀴

<하략>

 

들을 때도 웃겼지만 가사를 적어 놓고 다시 봐도 웃기다. 물론 이 소설의 내용은 이 노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래도 그냥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억지로 갖다 붙이면 비슷한 점을 못찾을 것도 없겠다. 인물들이 하는 짓이 어처구니없다. 볼수록 가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중독성이 있다.

 

소설은 주인공 김혜나, 그의 큰오빠 김철원과 작은오빠 김학원 이들 삼남매의 미친 짓거리들이 중심 소재 되겠다. 주제는 미친 가족들 속에서 미친 사랑으로 살아남기?’ 특히나 큰오빠와 큰 올케의 욕심 사납고 속물적인 행태가 볼 만하다. 억 단위를 넘어서는 금융사고를 늘 치면서도 빨간색 소프트 톱 컨버터블 차를 광속으로 모는 작은오빠의 엽기 행각(내 오빠가 아닐 경우) 정말 귀엽다. 약간의 알콜중독 증세를 보이는 혜나 또한 간단하게 미친 짓을 해치우기는 마찬가지. 그나마 혜나에게는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의 광기를 직시하는 눈이 있기에 주인공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소설은 주말에 웃기려고 작심한 개콘보다 더 재밌지만, 불만은 물론 있다. 김혜나와 혜나의 아름답고 우아한 어머니 김현경 여사 모두 남성 구원자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 친부의 상실로 모든 것을 잃고 비로소 현실을 만나게 된 혜나가 의붓아버지를 통해 다시 모든 것을 얻게 된다면 혜나가 만났던 현실이 과연 현실인 걸까? 그것이 오히려 꿈이 아닐까?

 

혜나는 말한다. 돈을 벌어본 경험은 없지만 써본 경험만으로도 이천만원이 무척 큰 돈이라고, 한 달 동안 이천만원을 쓰려면 미친 듯이 놀고 미친 듯이 써야 한다고. (상상은 안 되나)깊이 공감이 된다. 흐흐흐 암, 이천만원은 큰 돈이고 말고.

 

심윤경의 야물게 반짝이는 문장들이 너무 반가웠던 소설이다.

 

2013.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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